영화 <빠삐용>(2019)의 포스터

영화 <빠삐용>(2019)의 포스터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동명 소설 원작의 전설적인 영화 <빠삐용>이 2019년 리메이크작으로 다시 부활했다. 유명한 1973년작 <빠삐용>에서는 주인공 빠삐용 역에 스티브 맥퀸, 동료 죄수 드가 역에 더스틴 호프만이 캐스팅돼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2019년작에서는 주인공 빠삐 역은 찰리 허냄, 드가 역은 라미 말렉이 맡아 작품을 재창조했다.

극 중 배경은 1930년대 프랑스, 주인공 빠삐(찰리 허냄 분)는 유명한 금고털이범으로 범죄조직의 의뢰로 금고 속 보석을 훔쳐 돈을 버는 인물이다. 빠삐는 애인과 단란한 삶을 꿈꾸지만 범죄조직의 배신으로 살인죄 누명을 쓴 뒤 감옥에 갇힌다. 이후 프랑스 측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남미 식민지에 있는 교도소로 보내는데, 이 무리에 빠삐도 포함돼 먼 여정을 떠나게 된다.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 빠삐. 그는 프랑스에서 남미로 향하는 배에서 백만장자 국채위조범 드가(라미 말렉 분)를 만난다. 험악한 죄수들 사이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드가를 발견하고 빠삐는 "내가 탈옥할 비용을 마련해주면 당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드가는 당장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 빠삐의 보호를 받으며 동료 죄수로 지내기로 결정한다. 

과연 두 사람은 죄수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배 안에서 교도소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그리고 빠삐는 외딴 나라에 있는 기아나 교도소에서 탈출에 성공하게 될까.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현실감 있게 표현된 남미 교도소 생활

종신형을 선고받은 빠삐가 징역을 살게 된 곳은 프랑스령 기아나 교도소. 악명 높은 교도소에 도착하자마자 소장은 죄수들을 상대로 엄포를 놓는다.

"탈출을 시도할 테면 해보라. 숲으로 도망치면 굶어 죽을 것이고 바다로 가면 굶주린 상어들이 기다릴 것이다. 탈옥 첫 시도 후 붙잡히면 독방에 2년 가두고, 두 번째 시도한 자는 독방에 5년 넣은 후 '악마의 섬'으로 유배를 보내겠다. 살인을 저지르면 즉시 처형이다."    

하지만 빠삐는 아랑곳하지 않고 탈출 계획을 세운다. 드가로부터 얻어낸 돈으로 탈옥을 위해 쓸 물건을 구입하고 사람을 매수하려고 시도한다. 두 사람의 감옥 생활은 다른 죄수의 공격이나 빠삐 일행의 탈출 시도로 인해 아슬아슬한 위기에 놓인다.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긴장감을 잘 유지한 줄거리가 <빠삐용>의 매력 포인트다.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현실감과 고증을 잘 살린 세트장과 의상들도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배급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작진은 역사상 실존했던 기아나 교도소를 재현하기 위해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촬영 가능한 초대형 세트를 제작했다고 한다. 또한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감옥선 역시 어둡고 음침한 느낌을 잘 살려 제작됐는데, 주연 배우 찰리 허냄과 라미 말렉은 "폐소공포증을 느낄 정도로 압도적 스케일이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빠삐용>의 죄수 의상은 엑스트라들이 입을 것을 포함해 총 5000벌이 제작됐다. 죄수복 디자인은 세르비아 출신 디자이너 보자나 니키토비치가 찢어지고 낡은 느낌을 위해 한벌 한벌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흑백 영상으로 당시 기아나 교도소 죄수들의 실제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를 보면 죄수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데 제작진이 얼마나 애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빠삐용>, 자유를 갈망하는 이의 이야기

영화 <빠삐용>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빠삐가 독방에서 생활하는 모습이다. 교도소장은 탈옥을 시도한 빠삐의 몸과 정신을 망가뜨리겠다며 배급하는 식사량을 줄이고 아무말도 입 밖에 내지 못하게 만든다. 빠삐는 독방에서 교도소장의 회유·압박와 더불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정적·배고픔을 상대로도 싸워야 했다.

지난 영화 <킹 아서 : 제왕의 검>에서도 체중 감량을 경험했던 배우 찰리 허냄은 이번 작품 <빠삐용> 촬영 중에도 18kg 감량하며 독방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근육질 몸매의 빠삐는 독방에 갇힌 후 서서히 말라가며 환각에 시달리는데, 감독과 배우가 합의 하에 실제 독방과 비슷한 촬영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다. 배우 찰리 허냄이 물 2병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로 5일간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지내며 촬영했다는 것이다.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영화 <빠삐용>(2019)의 한 장면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1973년작 <빠삐용>에서는 독방에서 허기를 이기지 못한 주인공이 바퀴벌레를 주워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최근까지도 회자되곤 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독방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가 나오기는 하나 등장인물이 주워먹지는 않는다. 다만 교도소장의 압박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주인공 빠삐의 모습이 진하게 강조됐다.
 
<빠삐용>은 1973년작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실화를 소재로 한 동명의 소설 또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빠삐'의 모델인 실존 인물 '앙리 샤리에르'는 25세의 나이에 파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한다. 그는 기아나 교도소에서 11년을 지내는 동안 무려 여덟 차례나 탈옥에 실패하다가 마침내 1941년 코코넛 열매가 든 자루 두 개를 연결해 뗏목을 만들어 베네수엘라로 탈출했다. 이후 앙리 샤리에르는 자전적 소설 <빠삐용>을 써서 출간했고, 전 세계적으로 1300만 부가 팔렸다. 

프랑스어 '빠삐용'은 '나비'를 뜻하는 말이다. 빠삐의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을 보며, 그의 처절한 탈출 시도를 보면서 관객은 생각하게 된다. 억울하게 수감된 빠삐가 과연 나비처럼 날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결국 <빠삐용>은 절망적이고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이 자유를 되찾기 위해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 묻는 영화다.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 찰리 허냄,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로 제76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말렉의 연기만으로도 이 작품을 관람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한 줄 평 : 자유를 얻기 위해 인간이 못할 일은 없다
평점 : ★★★☆(3.5/5)

 
영화 <빠삐용> 관련 정보
감독 : 마이클 노어
장르 : 범죄, 드라마
출연 : 찰리 허냄, 라미 말렉
수입 : (주)풍경소리 
배급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33분
개봉 : 2019년 2월 27일 
빠삐용 찰리허냄 라미말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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