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가람.

영화 <4등>에서 어린 광수, <시인의 사랑>에선 시인(양익준)의 마음을 훔친 소년 역을 맡았던 정가람이 코미디 영화에 도전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17년 한 휴대폰 광고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심은 배우가 있었다.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해당 브랜드에 신선함을 더해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가람이라는 이름이 꽤 언급되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는 2011년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데뷔 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바로 직전까지 < 4등 > <시인의 사랑> <독전> 등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를 소화했던 그가 처음으로 영화 <기묘한 가족>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처음 경험하는 코미디 장르 영화에서 그는 생체실험으로 괴상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쫑비' 역을 맡았다. 누가 봐도 좀비를 연상하게 하는 설정인데 좀 낯설다. 충청도 논밭을 활보하며 사람들에게 그 어떤 공포감도 주지 못하는 그의 존재가 영화에서 꽤 재밌게 그려졌다.

깊었던 고민들

설정 자체는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서양 공포 하위 장르 중 하나인 좀비물의 요소를 이식했다. 살아 있는 시체고 사람의 피와 뇌를 좋아하는 좀비라지만 <기묘한 가족> 쫑비는 뇌 대신 뇌와 비슷한 생김새의 양배추에 집착한다. 정가람은 "좀비 혼자가 아닌 준걸(정재영) 가족 구성원 각각의 매력이 드러나는 영화였고 너무 웃겨서 꼭 하고 싶었다"며 "확정이 된 직후 정말 준비를 많이 해 가려 했다"고 운을 뗐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아니었다. 그래서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쫑비를 두고 아예 생각이 없는 존재라고 여긴 뒤 사람들을 만나며 하나씩 배워가는 캐릭터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준걸의 동생인 해걸(이수경)을 만나고 나서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을 영화가 그렸다고 생각했다.

정말 유명한 좀비 영화들을 일단 많이 봤다. 근데 우린 설정이 좀 다르잖나. 쫑비에게 물리면 마을 노인분들이 회춘하는 건데 그래서 처음엔 오히려 좀비스럽게 보이려고 했다. 너무 동네 바보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 촬영 전까지 걸음걸이나 앉는 자세 등을 연구해서 감독님께 영상으로 보내드리곤 했다."

 
 영화 <기묘한 가족>의 한 장면.

영화 <기묘한 가족>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마임을 전문으로 하는 선생을 모셔 움직임을 연구하면서 정가람은 자신만의 쫑비를 만들어 갔다. "영화에서 보는 것과 직접 연기하는 건 확실히 차이가 컸다"며 "감독님 역시 참고 영화가 없으니 우리만의 좀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셔 나름 부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전 대사나 행동이 제한되잖나. 글을 연기로 표현하는 게 참 힘들었다. 대본에 충실하면서도 현장에서 받는 느낌을 살리려 했다. 예를 들어 경찰서 장면에선 쫑비의 이빨이 하나도 없는 순간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를 생각한 뒤 현장에서 맞춰보는 식이었다. 아무래도 상대의 대사와 행동에 리액션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하긴 하더라(웃음). (쫑비에게 호감을 느낀) 해걸이 말을 걸거나 다가와도 그걸 알아듣는지 아닌지 모호하게 받아야 했다. 

전 그나마 나았던 게 상대방이 이끌어 가는 대로 가면 되는 거였는데 수경씨가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 대사를 해도 쫑비가 반응이 없으니 쉽지 않겠다고 여긴 것 같았다. 저 역시 이렇게 호흡이 긴 작품은 처음이었다. 물론 < 4등 >도 <시인의 사랑도> 했었지만 우선 호흡이 길다 보니 계산적으로 연기해야 하는지, 제가 느낌 감정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코미디 장르라고 빈틈을 보이면 이상해지니까." 


의외의 복병은 좀비가 아닌 양배추였다. 시도 때도 없이 양배추에 달려들며 우적우적 씹어 먹어야 했는데 정가람은 "평소 양배추에 대해선 별생각이 없었는데 <기묘한 가족>을 찍으며 싫어졌다"며 "생양배추 냄새가 엄청 역하더라. 헛구역질해가며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양배추밭 장면에선 사실 제작팀에서 익힌 양배추를 군데군데 깔아주셨는데 (연기하면서) 그걸 찾을 수는 없더라. 아무거나 뽑아서 씹었지. 흙이 묻어있든 아니든 일단 잡히는 대로 물고 봤다. 사실 좀비 마니아 분들에게 우리 영화가 다른 좀비물과 달라서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다. 쫑비를 부정하실까 걱정했는데 (시사회) 반응이 또 그렇진 않은 것 같더라."
 
 배우 정가람.

"쫑비에게 물리면 마을 노인분들이 회춘하는 건데 그래서 처음엔 오히려 좀비스럽게 보이려고 했다. 너무 동네 바보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 촬영 전까지 걸음걸이나 앉는 자세 등을 연구해서 감독님께 영상으로 보내드리곤 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천천히 꾸준하게

인터뷰 중 그는 자신을 '배고픈 사람'이라 표현했다. 2011년 데뷔 이후 공백기 또한 경험해서일까. "이번 영화에서 정재영 선배님, 엄지원 선배님 등 선배들과 함께 연기한 것만으로도 배움의 터전이었다"며 그는 "정말 꾸준하게 계속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천천히 꾸준하게'라는 말을 스스로 주문처럼 품고 있었다.

"당장 하는 일들이 잘 돼서 확 알려지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 100m 달리기가 아닌 이상 천천히 길게 뛰는 게 중요하다. 물론 전 선택받는 입장이지만, 일단 주어지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해보자는 주의다. 일을 못 할 때가 있었으니까 더 하고 싶은 거지.

정말 연기는 할수록 매력적이더라. 그리고 분량이 늘면서 그만큼 책임 또한 커진다는 걸 느끼고 있다. 20대엔 최대한 다양하게 모든 걸 해보자는 생각이다. 방향성은 제가 잡는다고 그렇게 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일단 점을 많이 찍어 보면 선이 그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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