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은 4%(1회)-4.9%(2회)에 그치며 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꼴찌에 그쳤다.

<아이템>은 4%(1회)-4.9%(2회)에 그치며 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꼴찌에 그쳤다.ⓒ MBC

 
MBC가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이젠 그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농담을 조금 보태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여겨질 정도다. 한번 구겨진 자존심은 좀처럼 세워지지 않는 법이다. 매번 명예를 회복할 거라 외치지만, 남는 건 알맹이 없는 구호뿐이다. 얼마 전 종영한 <나쁜 형사>는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시청자들에게 나쁜 기억만 남기고 떠났다. 아, 신하균마저도!

새해가 됐으니 (습관처럼) 또 다시 칼을 갈아야 한다. 2019년, MBC는 무너진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동명의 웹툰 <아이템>을 드라마로 제작했고, 일본 만화 '감사역 노자키 슈헤이'를 <더 뱅커>로 리메이크 했다. 그런가 하면 시즌제 카드도 꺼내들었다. <검법남녀> 시즌2가 상반기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안판석 PD도 MBC에서 <봄밤>이라는 작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언뜻 보기에 칼날은 제법 날카로워 보인다. 첫 스타트를 끊은 <아이템>은 무려 주지훈이 출연한다. 그가 누구인가. 현재 충무로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가 아닌가. 작년에 개봉했던 <신과 함께-인과 연>(1227만 5843명)부터 <공작>(497만 4520명), <암수살인>(378만 9222명)까지 출연한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게다가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킹덤>마저 호평을 받았다. 

주지훈 앞세우고도 <아이템>이 고전한 이유
 
 <아이템>의 한 장면

<아이템>의 한 장면ⓒ MBC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주지훈이 MBC와 함께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이템>의 첫회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우선, 지상파 3사의 경쟁작과의 시청률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아이템>은 4%(1회)-4.9%(2회)에 그치며 맨 아래로 처졌다.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11일 첫 방송된 SBS <해치>가 7.1%로 가장 앞서 나갔고, 잡음 속의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도 5.7%를 기록했다. 

<아이템>의 앞날이 더욱 어두컴컴한 까닭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지상파끼리의 경쟁에만 몰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롭게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예를 꿰찬 tvN과 최근 들어 양질의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JTBC라는 높은 산이 MBC의 눈앞에 우뚝 솟아 있다.

실제로 월화 드라마를 평정하고 있는 건 tvN <왕이 된 남자>(8.24%)이고, 새로 첫선을 보인 드라마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은 작품은 JTBC <눈이 부시게>(3.185%)였다. 

SF 매력 반감시킨 어수선한 분위기와 어색한 흐름
 
 <아이템>의 한 장면

<아이템>의 한 장면ⓒ MBC

 
전성기를 맞이한 주지훈을 앞세우고도 <아이템>이 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판타지라는 소재가 주는 신선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팔찌', '폴라로이드 사진기' 등 신비한 능력을 지닌 물건들이 등장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능력'이 소개됐지만, 생각보다 흥미롭지 않았다. 활용의 문제라고 봐야 할까? 첫회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어색한 흐름은 SF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현실과 괴리된 SF 드라마인 만큼 초반의 몰입도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시청자들을 집중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역시 느린 전개가 발목을 잡았다.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나열하는 방식은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또, 첫회부터 '권선징악'에 대한 강박이 도드라져 보였는데,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미 드라마의 결론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뻔한 캐릭터 설정은 치명적이었다. 절대 권력 앞에 고개 숙이지 않는 정의롭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꼴통 검사 강곤(주지훈)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미 많이 봤던 캐릭터였다. 차분한 성격에 냉철한 판단력과 추리력을 갖췄지만, 동료들로부터 배척받는 프로파일러 신소영(진세연)은 또 어떠한가. 자신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팀과 따로 움직이며, 자신의 추리를 시청자에게 설명하는 내레이션은 왜 그리도 어색한 것일까. 
 
 <아이템>의 한 장면

<아이템>의 한 장면ⓒ MBC

 
절대 악으로 등장한 화원그룹 회장 조세황(김강우)은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인데,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다. 또, '아이템'의 존재를 알고, 이를 장난감처럼 수집하고 있다. 강곤과 신소영이 한 팀이 돼 조세황과 겨루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데, 이런 구도는 다소 식상해 보였다. 게다가 이제 '소시오패스 연기'는 워낙 흔해져서 김강우의 '오싹한' 연기도 (그가 가진 열정에 비해) 다소 뻔하게 보였다. 

형사들의 연기도 지나치게 전형적이었고, 그들의 한심함을 통해 프로파일러 신소영을 돋보이게 하는 설정도 흥미를 반감시켰다. 차라리 주지훈의 매력을 좀더 과감하게 끄집어내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갔다면 어땠을까. 물론 <아이템>은 고작 1회가 방송됐을 뿐이고, 아직까지 숨겨둔 '비밀'을 많이 쌓아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워낙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첫 회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책임은 뼈아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