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마다 "KBS 뉴스 좋았어!"를 외치는 기자들이 있다. 바로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방송되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진행자들이다. 지난해 8월에 시작한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기자들이 KBS 기사에 달린 댓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지난 3일부터 KBS 1라디오에 정규 편성되어 공중파에서 청취자를 만나고 있다.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제작진인 오귀나 PD, 선상원 촬영기자, 박은진 작가와 진행자인 김기화 기자를 만났다.

팟캐스트·유튜브로 시작한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정규 편성까지
 
 왼쪽부터 김기화 기자, 오귀나 PD, 박은진 작가, 선상원 촬영기자

왼쪽부터 김기화 기자, 오귀나 PD, 박은진 작가, 선상원 촬영기자ⓒ 이영광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 라디오에 정규 편성되어 첫 방송이 3일 나갔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오귀나 PD(아래 오) :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사실 고민이 많았거든요. 'KBS에서 뭘 이런 걸 해'라거나 혹은 기존 1라디오 청취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콘텐츠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기존 유튜브나 팟빵, 팟캐스트로 들으시던 분들이 오셔서 미리 선플을 달아 주시는 거예요. 설 연휴 운전하며 들으시는 분들, 저희 콘텐츠를 미리 알고 와서 들으시는 분이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다행이었죠."

- 인터넷 방송용 녹음과 공중파 라디오용 녹음이 좀 다를 것 같은데.
김기화 기자(아래 김) : "라디오 방송 들으시는 분들이 말하길, 원래 유튜브로 나가는 방송은 '비빔 냉면' 같았다면 라디오는 '평양 냉면' 같대요. 심심하지만 맛있는 느낌이라고 해요. 유튜브 녹음할 때도 정규편성 된 거니 조심하려고 했는데, 재미없더라고요. 제가 신이 안 나요. 그래서 저희는 마음대로 하고요, PD가 고생하죠(웃음)."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김 : "저는 기존 뉴스와 다른 뉴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아무도 안 보는 뉴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있었어요.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싶었고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에 비해서 보도되는 건 적잖아요. 제가 후배 기자들 꼬셔서 처음 팟캐스트로 하게 됐죠."

- 첫 방송 후 사내 반응은 어땠어요?
김 : "보도국 쪽 반응은 호의적이었어요. 신기하다거나 시작했다는 게 대견하다는 반응이었고... 전반적으로 재밌다는 반응이었어요. 특히 출연한 기자들이 끝나고 좋게 얘기하나 봐요. 섭외하면 싫다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오 : "저도 처음에 놀랐던 게 게스트로 온 기자들이 이걸 너무 좋아하고 만족해해요. 다른 데 가서 입소문을 좋게 내줘서 동료 기자들도 오고 싶게 만드는 선순환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섭외에 큰 어려움을 안 겪는 거 같아요."

- 지난 1월 31일 구독자 만 명 기념으로 유튜브 라이브도 하셨어요. 녹음만 하다가 라이브 방송을 해보니 어땠나요?
김 : "예상보다 많이 찾아와 주셔서 고맙고 놀랐어요. 저는 솔직히 많으면 120명 정도 생각했거든요. 왜냐면 8만 명 구독하는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유튜브 라이브 하면 1000~2000명 와요. 저희는 만 명이라 200명 오면 많이 온 거라 생각했는데 그날 400명 가까이 오셔서 활발히 말씀해주셨거든요. 채팅창에서 자기들끼리 얘기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런 거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이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희에게 궁금해하는 게 많은 것 같아서, 그런 면이 재미있었어요. 그런 반응은 살면서 처음이거든요. 저희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 라이브도 계속하실 생각이신가요?
김 : "너무 자주는 아니라도 정기적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많거든요. 이런 걸 콘셉트로 살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하고 싶은데 제작진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요(웃음). 편하게 하라는 주의이기 때문에요."

선상원 촬영기자(아래 선) : "녹화 후 편집 과정에서 재가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본 콘텐츠를 라이브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 같아요."

오 : "방송에 대한 궁금증이나 기자에 대한 궁금증 혹은 근황 토크라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거든요. 제가 많이 편집하지만 그런 걸 라이브로 하면 좋겠어요."

"추구하는 건 딱 하나, 재미... 댓글 살리고 취재 뒷이야기 버무려"
 
 KBS 유튜브 채널 영상 중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한 장면.

KBS 유튜브 채널 영상 중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한 장면.ⓒ KBS 유튜브

 
- 녹음하실 때 편집 방향은 어떻게 하나요?
오 : "저희가 추구하는 건 딱 하나예요. 재미요. 한 시간 동안 5~6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댓글을 살리고, 그걸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와 버무려 한 시간을 끌어갈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편집의 묘입니다.

최근에 녹음하다 전면 중단한 적이 있어요. 아이템이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문이었어요. 요즘 제일 뜨거운 감자이면서도 KBS 입장에서는 다루기 민감한 주제이기도 했거든요. 저희 사견을 밝히는 것도 좋지만 팩트 위주로 판결문에 대한 의혹 제기하고 법조기자들과 확인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보통은 편집 방향이 녹음 도중 나와요. 밖에서 어딜 자르고 붙일지 이야기하거든요. 근데 그날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요. 다음날 다시 녹화했는데, 2부 반응도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 기자님은 오프닝 멘트에서 '4차 언론 혁명을 꿈꾸는 기자들'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4차 언론 혁명'은 무엇을 뜻하나요?
김 : "1차 혁명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고 2차는 신문이죠. 3차는 방송이고 저희가 4차죠. 인터넷에 기사가 실리는 건 3.5차로 봐요. 왜냐면 인터넷에 올리는 건 기존 기사를 재가공해서 올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4차는 쌍방향이에요. 댓글이 달리는 건 쌍방이 아니죠. 그러나 이걸 가지고 다시 리액션 하는 순간부터 4차인 거죠. 저희가 이것에 대해 1절하고 저희도 모르게 독자들로부터 영향받고 시청자, 독자와 언론 간 경계가 겹치게 되고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하는 것이죠."

- 의미는 좋지만, 사실 다른 방송에서도 하는 방식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은진 작가(이하 박) : "저희는 댓글에서 파생된 방송이라고 생각해요. 어떨 때는 커뮤니티에서 사람들끼리 방송에 댓글이 소개되었으니 꼭 가서 방송 보라는 식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재밌어요. 저희 방송의 절반은 사실 댓글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저희가 만들지만 댓글러들이 같이 만드는 방송이기도 해요. 4차 언론혁명은 공급자와 수요자 경계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요?"

- 진행자들 구성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김 : "처음 시작할 때 전 제가 제일 말 많이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럼 제가 뛰어놀 곳을 만들어 줘야 해요. 콘텐츠가 탄탄하고 차분하고 똑똑하고 호감인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떠오르는 게 홍성희 기자인 거예요. 실제 그런 역할 잘해주죠.

그리고 발랄하고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지적인 기자를 원했어요. 친한 기자 중 옥유정 기자가 있어서 셋이 했는데 홍 기자 콘텐츠는 좋은데 '노잼'인 거예요. 어떻게 하면 홍 기자를 도발하게 할까 싶어서 같은 법조팀 막내인 강병수 기자를 섭외했죠."
 
 KBS 유튜브 채널 영상 중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한 장면.

KBS 유튜브 채널 영상 중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한 장면.ⓒ KBS 유튜브

 
- 댓글을 소개할 때 선정 기준이 있을까요?
박 : "우선 그날 방송 기사나 키워드로 검색을 해요. 50~60페이지를 보는데, 보다 보면 처음에는 욕밖에 없는 거 같고 맥락이 없어 보이기도 해요. 근데 자세히 보면 댓글들에도 맥락이 있어요. 댓글러들도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히 있는 거죠. 그렇게 맥락을 잡고, 그걸 바탕으로 댓글들에 이름을 달아줘요. 그 중에 읽었을 때 재밌을 만한 댓글 위주로 선정해요."

- 댓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김 : "취재 기자 할 때도 댓글을 보긴 봤는데 지금은 '프로대댓글러'가 제 별명이거든요. 유튜브에 댓글을 올리시면 거기 댓글을 다 달아드려요. 늘 느끼는 게 뭐냐면 댓글 거칠게 다는 분이라 하더라도 사실 그 안에 따뜻한 마음이 있어요. 화를 내는 분은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악플이라고 넘어가면 모르겠지만 같이 바꿔보자고 말씀드리면 금방 마음 여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사과도 해요. 댓글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게 됐어요."

-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김 : "최근 '베터 투모로우'란 닉네임을 가진 분이 댓글 좋게 달아주시다가 김 지사 판결 과정에서 <뉴스9>에 본인이 생각하기에 문제 있는 기사가 나갔나 봐요. 그래서 저희 유튜브에 다신 안 보고 구독 끊겠다며 가신 거예요. 전 그런 게 너무 마음 아프거든요. 전 구독자 안 늘어나는 것보다 구독하던 사람이 끊는 게 더 마음 아파요.

그런데 라이브에서 이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베터 투모로우'님이 어디서 자기 이름이 불려서 왔다고 댓글을 다시 올리셨어요. 때로 저희도 억울하거나 (댓글러들이) 왜 이렇게까지 말하나 할 때도 있지만 꾸준히 소통하는 손을 저희가 내밀어야지, 시청자에게 손 내밀라고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서 뉴스 A/S 필요"
 
 왼쪽부터 박은진 작가, 선상원 촬영기자

왼쪽부터 박은진 작가, 선상원 촬영기자ⓒ 이영광

 
- 방송 아이템은 주로 어떻게 정하나요?
: "이번 주 녹음하면 다음 주 월요일, 목요일 방송 나가는 거라서 사실상 시의성이 며칠 떨어지는 거예요. 그 시의성을 보강하려면 취재 비하인드가 풍성하거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기자가 있어야 하거든요. 단순히 댓글이 많은 기사보다 그런 이야기를 풀어줄 수 있는 기사로 아이템을 선정하는 편이에요."

-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김 : "핫했던 아이템 중 하나가 국회 야당 출입하는 황현택 기자가 출연한 편이었는데요. 국회 운영위에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출석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엄청 비판을 많이 들었어요. 박범계 의원이 이야기할 때 옥유정 기자가 '짜증난다'는 듯이 반응했거든요. 전 그게 문제 될 거란 생각을 못 했어요. 사람들이 볼 땐 야당 의원 얘기할 땐 논리적으로 더 많이 비판하긴 했지만 그렇게 감정적으로 반응 안 하다가, 인상 쓰며 박범계 의원 이야기를 하니까 민주당 의원에게 무례하게 말한다고 느꼈나 봐요. 무섭게 욕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처음엔 이해 안 되다가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다음날 박범계 의원이 KBS에 왔어요. 그래서 제가 옥 기자에게 사과하는 영상을 찍자고 했고 옥 기자도 알았다고 했어요. 박범계 의원을 만나서 사과하고 다음 날 바로 영상을 올렸어요. 그랬더니 반응이, 기자가 사과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거예요. 그때 반응이 호의적으로 변하고, (방송을) 진심으로 한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 느끼는 점이 있었을 것 같네요.
김 : "저는 기자들도 이런 창구가 생기길 바랐다는 걸 느껴요. 기자들도 취재하며 고생한 이야기를 풀고 아는 척하는 공간이 필요한 거죠. 그리고 이게 나름 좋은 콘텐츠고 사람들에게 소구력 있다는 거죠. 둘 다 윈윈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들은 많이 취재하지만, 보도 나가는 건 적잖아요. 남는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무용담처럼 말하는데, 그러지 말고 그걸로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어요. 사실 사람들도 관심 있거든요. KBS는 그런 걸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광고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서 뉴스 A/S 해주는 게 필요하고 그래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란 생각 많이 합니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 :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 해주는 콘텐츠를 찾아요. 그러나 저희는 양극단의 중간 어디 즈음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방송을 보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봤더니 KBS라는 기준을 사람들이 가지고 계신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조금만 변하려고 하거나 시도하려고 해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저희는 그걸 충분히 이용하려고 하거든요. KBS에 긍정적 균열이 일어난다는 걸 사람이 아실 수 있도록 지금 텐션 그대로 오래 하는 게 목표예요."

박 : "저는 제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방송을 많이 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걸 통해서 뉴스와 언론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사실 유튜브를 보면 평균 시청층이 비슷하게 나오거든요. 조금 더 다양해지는 게 목표예요."

선 : "신생 대안 미디어가 많지만, 사람들은 KBS라는 이름에 신뢰를 더 갖는 것 같아요. 우리도 그만큼 더 신중하게 하고 있기도 합니다. KBS 내부를 보면, 소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런 과거의 영광스러운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새 미디어 생태계로 진출하는 데는 발목 잡는 게 좀 있어요. 내부에서도 새로운 걸 하자는 기류는 많은데, 완벽히 세팅된 상태를 만들어 놓고 들어가려고만 하고 어설프다 싶으면 시작 자체를 못 하는 거예요. 그러나 저희가 애초 기획했던 방향과 달리 진화해 가는 것처럼 저희 내부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시작'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김 : "어떤 편은 인기 있고 어떤 편은 인기가 없어요. 확실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루면 조회 수와 구독자가 늘어나는데,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게 중요하죠. KBS의 신뢰도나 기대하는 바를 유지하면서 재미있으며 사람들에게 소구력 있는 아이템 하는 것도 중요하기는 한데 시청층이 좋아하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 것 때문에 팩트를 다르게 내보낸다거나 과한 멘트를 하면 결국 저희 방송 자체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고 외부로부터 공격받기 쉬워요. 저는 이 프로그램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정파성으로부터 최대한 떨어져 있으려고 노력하고, 스스로 경계하면서 처음 들었던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왼쪽부터 김기화 기자, 오귀나 PD, 박은진 작가, 선상원 촬영기자

왼쪽부터 김기화 기자, 오귀나 PD, 박은진 작가, 선상원 촬영기자ⓒ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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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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