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10팀은 2월부터 2019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스프링 캠프에 들어갔다. 한반도보다 날씨가 빨리 풀리는 일본이나 대만, 전반적으로 기후가 온화한 미국 플로리다 주나 애리조나 주의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장 그리고 한반도와 계절이 반대로 흐르는 호주 등에서 선수들은 시즌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모든 선수들의 마음은 똑같이 간절하다. 부진했던 선수나 성적이 좋았던 선수들 모두 지난해보다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어하고, 자신의 소속 팀이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부상이 있었던 선수들은 건강한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마음이 간절하다고 해서 몸이 따라주는 것은 아니다. 스프링 캠프를 준비하면서 각 팀의 감독들은 이미 충분히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온 상태에서 팀 훈련을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비활동 기간인 12월과 1월에도 꾸준히 개인 운동을 통해 몸을 유지하고, 일부 선수들은 개인 비용을 지출해서라도 뜻이 맞는 선수들끼리 함께 훈련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낙오 선수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캠프에 참가하는 명단은 한 시즌 운영 계획이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시즌의 주요 전력들이 캠프에서 낙오한다는 것은 시즌 전체 운영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마무리 후보 김세현의 조기 귀국, 고민에 빠진 KIA
 
 시즌 초반 5개의 블론세이브로 마무리 보직을 내준 KIA 김세현

KIA 김세현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는 최근 몇 년 동안 구원투수 전력 문제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투수 후보 중 하나였던 김세현이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서 조기 귀국했다. 물론 재활군으로 분류되어 있는 부상 선수들이 2군 경기장이 있는 함평에서 훈련하고 있다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계획 자체는 어그러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김세현은 선수 커리어에서 어깨나 팔꿈치 등 투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위에 부상은 없었다. 문제는 무릎인데, 김세현은 2010년 1월 개인 훈련을 마친 뒤 넘어지는 사고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이학주(삼성 라이온즈)와 비슷한 사례로 군 복무 면제 판정까지 받았던 이력이 있었다. 군 복무가 힘들 정도의 무릎 때문에 러닝 훈련을 다른 선수들과 같은 수준으로 소화할 수가 없었다. 무릎에 문제가 생긴 이상 시즌을 치를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제구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 때문에 한때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일단 김세현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되고 있는 1군 캠프에서 탈락하며 귀국했다. 당초 몸 상태가 그래도 어느 정도 기준치가 되면 2월 중순 대만에서 시작되는 2군 캠프라도 따라갈 예정이었지만 그 계획마저 무산되었고, 함평에 있는 재활군으로 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시즌을 풀 타임으로 치를 경우 FA 자격에 필요한 등록일수를 채울 수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요원하게 됐다.

선발 복귀 준비하던 윤석민, 여전히 어깨가 문제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군림하던 시절의 KIA 윤석민

KIA 윤석민 ⓒ KIA 타이거즈

 
김세현 뿐만 아니라 윤석민도 캠프에서 낙오됐다. 2016년 12월 어깨에 웃자란 뼈를 수술로 제거했던 윤석민은 현재까지도 수술을 하게 된 그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민은 KIA와의 FA 계약(4년 90억 원)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만료됐다. 4년이 지났지만 서비스 타임은 4시즌을 채우지 못해서 KIA와 연봉 협상을 진행했고, 지난 시즌 대비 무려 10억 5천만 원이나 삭감된 2억 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

투수가 어깨 수술을 받으면 그에 대한 재활이 얼마나 힘든지는 다른 여러 선수들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봉중근(현 KBS N 해설위원)의 경우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뒤늦게 시작한 KBO리그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까지 받고 FA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냈으나, 어깨 수술로 인해 FA 계약이 발효된 2년 동안 1경기도 뛰지 못하고 은퇴했을 정도다.

물론 재활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015년에 어깨 수술을 받고 2016년까지 2년 동안 도합 1경기 등판에 그쳤으나, 류현진은 당시 LG 트윈스의 트레이너였던 김용일 코치와 의기투합하여 고된 재활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졋다. 그 결과 류현진은 2017년과 2018년 사타구니 내전근 등의 부상은 있었지만 팔꿈치나 어깨와 관련한 부상은 한 번도 없었기에 퀄리파잉 오퍼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류현진의 재활을 도왔던 김용일 코치는 이번 시즌부터는 아예 다저스의 정식 코치가 되어 류현진의 트레이닝을 전담하게 됐다.

선수에게 있어서 부상은 선수를 한 층 더 성장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선수 커리어를 깎아먹어가는 위기 요소로 다가온다. 그리고 현재까지 윤석민에게 어깨 부상은 후자의 요소로 작용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윤석민은 2019년 다시 선발투수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임창용이 자유계약선수(FA와 다름)로 KIA를 떠나면서 윤석민은 이제 KIA 투수들 중 최고참이 되었다(1986년생). 고참으로서의 책임감까지 필요한 상황에서 몸까지 맘대로 따르지 않는 상황이라 선수 입장에서도 팀 입장에서도 애를 태우고 있다.

풀 타임 마무리 경험이 없는 김윤동

그나마 유력한 마무리투수 후보는 지난 시즌 구위가 좋았던 김윤동이다. 김윤동은 지난 시즌 64경기에 등판하여 82.2이닝 7승 6패 18홀드 4세이브 평균 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김윤동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등판하고 있으며 그의 비중또한 증가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은 필승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로 자리잡으며 2017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도 기여했다.

지금 KIA의 투수들 중 현 상황에서 마무리투수 후보를 보자면 그나마 김윤동이 유력한 것은 맞다. 그러나 김윤동은 그 동안 풀 타임으로 마무리투수를 맡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그 자리에 공백이 생겼을 때 마무리 투수를 맡았을 뿐이었다.

통산 14승 13패 26홀드 17세이브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김윤동에게는 아직 마무리투수보다는 중간 계투로 등판했던 기록이 더 많다. 현재 KIA 구원투수들 중에서 구위는 좋은 편이기 때문에 마무리투수를 맡기려면 그 동안 김윤동이 맡던 보직을 채워줄 다른 투수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그 자리를 메울 후보도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윤석민은 구원투수보다는 선발투수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직도 어깨가 온전하지 않아 제대로 훈련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필승조로 잔뼈가 굵었던 베테랑들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임창용은 지난 겨울 조건 없이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한 지 오래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려서 시장에 나와있는 다른 선수와 계약하더라도 시즌 개막전부터 당장 엔트리에 넣을 수는 없다. 1일 이후에 FA나 외국인 계약 이외 자유계약선수로 등록을 한 선수는 4월에는 뛸 수 없다. 육성선수와 마찬가지로 5월이나 되어야 엔트리에 올릴 수 있다.

게다가 그 동안 역할을 맡았을 때 잘 던졌다고는 하지만, 김윤동에게 풀 타임 마무리투수를 맡길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1993년생의 젊은 선수로 군 복무까지 일찍 마쳤지만 김윤동의 경력은 1군 서비스 타임 3년이 조금 안 될 정도로 짧다.

KIA는 스프링 캠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연습경기를 치렀는데, 그 연습경기에서도 현재 KIA의 고질적인 뒷문 문제가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11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 경기장에서 열렸던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연습경기에서 KIA는 역전 그랜드 슬램을 허용하며 3-5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KIA는 8회에 등판했던 이민우가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고, 뒤이어 등판했던 박지훈도 안타 3개를 맞고 추가 실점했을 정도로 실전 시즌에서 경기 후반을 믿고 맡길 만한 중간 투수가 나오질 않았다. 첫 연습경기부터 마무리투수 뿐만 아니라 뒷문에 대한 전반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KIA가 올 시즌 투수들의 보직을 어떻게 맡길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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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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