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에 대한 기사로 많이 놀라셨을 줄로 압니다. 저로서는 드릴 말씀이 많으나 사실과 주장은 엄연히 다르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사법당국에서 모든 것을 밝혀주시리라 믿고 저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뉴스룸을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뉴스룸을 시청해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해드려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난달 24일 손석희 JTBC 사장의 <뉴스룸> 오프닝 멘트다. 같은 날 오후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고, 그 즉시 언론 보도는 물론 일명 '지라시'와 소셜 미디어, 메신저 등을 통해 논란이 확산되자 재빨리 수습에 나선 모양새였다. 이후 보름이 넘은 현재까지 손석희 사건은 세간의 의혹을 증폭시킨 가운데 검경의 조사와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 사이, 폭행 사건은 물론 김웅 기자와 손 사장 간의 취업 청탁 의혹과 그 사건을 촉발시켰다고 알려진 2017년 4월 벌어진 손 사장의 접촉사고까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달 31일 김웅 기자는 <채널A>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서며 손 사장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설 연휴 직전이던 지난 1일 손 사장은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라는 내용이 담긴 사내 이메일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 KBS


고소고발도 이어졌다. 먼저 김 기자가 지난달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주점에서 손 사장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손 사장 역시 김 기자를 공갈미수 및 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김 기자 역시 손 사장을 협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아울러 김 기자는 손 사장이 2년간 월 1000만 원 수입을 보장하는 용역계약을 제안했다고 주장했고, 이와 관련 보수단체 자유청년연합이 손 사장을 배임 및 배임미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러한 송사를 예견한 듯, 지난달 25일 손 사장은 본인의 팬 카페에 이러한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긴 싸움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모든 사실은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지난 8일 <뉴시스>에 따르면, 손 사장은 경찰 조사를 앞두고 10명에 이르는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손 사장은 앞선 폭행 사건 외에 보수단체의 배임 혐의 등 추가 고발에 대해서도 개별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손 사장의 변호인단 선임 소식은 앞서 언급한 "긴 싸움"의 서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0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은 바로 이 손석희 사장 폭행 의혹 보도와 그에 관한 문제점들을 짚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독일 출신 언론인 안톤 숄츠 등 패널들은 최초보도 이후 사건의 추이와 보도의 맥락을 살피는 것은 물론,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동시에 쏟아진 의혹 보도의 배경과 이면을 객관적으로 유추하고자 노력했다. 이 의혹과 의혹 보도에 대한 지상파 최초의 폭넓은 언급이자 분석이었다.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 KBS


"사실 그 여성이 있었든지 없었든지 이런 소문만 없었으면 아마 '스토리'가 아예 없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사고는 이미 해결됐고 특별히 누구도 알고 싶은 게 아니고, 그런데 갑자기 '젊은 여자' 이런 스토리가 나오니까 사람들 관심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이 부분도, 당연히 전 세계에 '옐로 프레스'(Yellow press, 선정적인 저급 신문)는 한국만 있는 게 아닌데, 특별히 '한국 사람들이 이런 거는 관심이 너무 많지 않은가?' 가끔 저는 생각해요."
 
동승자 의혹에 대한 독일인 안톤 슐츠의 분석이다. "지금 나오고 있는 언론 보도의 대부분이 '교통사고 당시에 동승자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이것에 대해 굉장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김언경 사무처장의 문제제기에 대한 의견이었다.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이처럼 손 사장 의혹 보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관음증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기류 말이다.
 
실로 그러하다. 지난 2주간 (JTBC와 한 몸인)<중앙일보>를 제외한 보수 일간지와 종편, 그 중에서도 'TV조선'과 '채널A',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퍼붓다시피 한 의혹 보도들과 이를 받아쓴 각종 매체들, 이를 재가공한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 영상은 선정적이고 저급한 보도와 내용 일색이었다. 정준희 교수는 한심하다는 투로 이렇게 덧붙였다.
 
"서구에서는 황색 언론이 하는 일이고, 황색 언론이 다루면 그러려니 해요. 별로 믿지도 않고, 그러려니 하고 그냥 재미로 끝나버리는 건데, 이른바 기성 언론이, 자기 스스로가 최고의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식의 어떤 퀄리티 프레스(Quality press)라고 이야기하는 언론이 이와 같은 보도를 한다는 건 굉장히 창피한 일이거든요. 본질하고도 전혀 무관하고 자기 스스로 뉴스 가치가 없다고 분명히 판단할 텐데 왜 할까? 한 가지 목적뿐이 없는 거예요. 흠집 내기."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 KBS


동승자 의혹 보도가 딱 그런 류였다. 일례를 들어 보자. 심지어 'TV조선'은 지난달 30일 "2010년에 손석희 사장으로부터 비슷한 접촉 사고를 당했다"는 제보자를 인터뷰하며 '단독'이라 명명했고, 제보자의 입을 빌려 '당시 조수석에 젊은 여성이 있었다'는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딱히 공익적이지도, 새롭게 알아야 할 만한 내용이 담긴 보도도 물론 아니었다. 'TV조선' 앵커는 보도에 앞서 이러한 전제를 달기도 했다.
 
"개인에 대한 과거 캐내기인 건 아닌지 고심한 끝에 영향력 있는 언론인인 점을 고려해 제보자의 주장을 전해드리고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판단해보시라는 의미에서 보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자기도 말하면서 창피한 거죠, 지금"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한심하다는 투가 역력했다. 더불어 '채널A' 역시 'TV조선'과 대동소이한 흠집 내기식 보도를 연이어 터트렸다. 이에 대해 안톤 슐츠는 "어차피 옛날 이야기잖아요"라며 "이거는 뭐 거의 1년 반 전 이야기인데 지금 거기 그 자리에 가서 뭘 찾을 수 있을까요? 뭔가 남는 게 있을까요?"라며 의아해했다. 손 사장 의혹 보도를 접하는 다수가 이런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해, 정연우 KBS 기자는 "하다하다 이런 것도 경마식 보도를 하나?"라고 한탄했고, 김언경 처장은 "아무리 영상과 음성이 녹취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이야기하는 뉴스 가치, 공익적인 가치가 있어야만 되는 것이고 또 편파적이지 않아야 하잖아요"라며 "그러면 차라리 보도를 안 하고 그냥 건조하게 한 번 보도하고 끝내야 해요"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러한 흠집내기식의 선정적인 보도는 그 양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보수 일간지와 종편들의 경우였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 일간지와 종편의 보도가 고스란히 극우/보수 유튜버들의 '일용할 양식'으로 쓰이며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이리라.
 
'조선'과 '동아'의 과도한 '손석희 사랑'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 KBS

 
"1월 24일에서 2월 5일까지 '네이버에 송고된 10대 일간지 손석희 관련 보도량' 이렇게 해보니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31건씩을 보도를 했고요. 그리고 가장 적게 한 곳은 <한겨레>, <중앙일보>가 4건을 보도했습니다.
 
방송의 경우에도, 1월 24일에서 2월 5일까지 8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에 '손석희 관련 의혹 보도'를 보면요. KBS, MBC는 1건, SBS가 2건 아까 말씀드린 그 보도 2건을 했고요. TV조선과 채널A가 많이 보도했는데 TV조선 13건, 채널A 14건을 보도했습니다. <조선>, <동아>, TV조선, 채널A가 굉장히 타사와는 압도적으로 다르게 보도량이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연경 사무처장)

 
그러니까 이들 네 매체가 선정적인 의혹을 쏟아낸다. 그 내용을 기반으로 더 독하고 목불인견 수준의 주장들을 극우/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확대 재생산한다. 그 중 독보적인 존재가 바로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다. 김 논설위원은 지난달 25일과 28일 각각 <손석희 폭행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 <손석희의 주장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란 칼럼을 통해 동승자 의혹에 불을 지피는 동시에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작년 말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김광일의 신통방통>을 진행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선정성을 이유로 법정제재를 받고 하차한 김 논설위원은 현재 <김광일의 입>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김대중 고문 못지않은 선정적이고 과격한 주장을 일삼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칼럼 내용을 토대로 '김광일의 입'이란 유튜브 방송을 제작한다. 
 
지난달 6일자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김 논설위원은 <조선일보>가 지난달 4일자 사보를 통해 "연극배우 뺨치는 김광일 논설위원의 끼와 입심이 유튜브에서 제대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디지털편집국에서 사내 유튜브 스타 1호로 기획한 '김광일의 입'이 인기몰이를 하는 덕분에 유튜브 공간에서 조선일보 위상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한 인물이다. 보수/극우 매체와 극우 유튜브 채널의 확대재생산 구조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셈이다.
 
손석희 흠집 내기의 배경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편 ⓒ KBS


"사실 손석희 사장 같은 경우에는 원래 보도부문 사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11월에 JTBC 대표 이사가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실 손석희 사장으로 대표되는 JTBC에 대한 불편한 시선, 또 불편한 감정, 이런 부분들이 틀림없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중략).
 
(손석희 사장과 JTBC <뉴스룸>이) 영향력에서도 또 신뢰도 면에서도 1위에 올라가 있는 그런 상황인데 반대로 이걸 바꿔서 이야기하면 이런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 권력들, 집단들, 또 특정 이해관계가 다른 반대 진영에 있는 일부 언론들, JTBC 또는 손석희 사장이 얼마나 불편하고 흔한 말로 얘기하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까 그런 이면에 숨겨져 있는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니냐."

 
KBS 정연우 기자는 이렇게 수많은 의혹 보도가 쏟아지는 이유를 위와 같이 분석했다. 앞서 언급한 흠집 내기 보도의 현실적인 배경이지 않을까. 이와 관련 정준희 교수는 "그 배경에 이른바 질시와 질투가 자리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학술적인 용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라는 표현, 어떤 특정 인물에 대해 흔히 쌤통이라고 하는 그런 식의 감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좀 더 들어보면 이러하다.
 
"그러니까 되게 유명하고 잘 나가는 그런 인물이 망가뜨리고 자빠졌을 때 느껴지는 어떤 통쾌함 같은, 되게 인간의 악마적 심성이라는 게 있거든요. 언론인 집단, 특히나 약간 정파적인 언론인 집단에서는 손석희라는 인물과 갑자기 부상된 JTBC라는 데가 언젠가는 한 번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그런 질시가 없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중략).
 
현재와 같이 사실 보도 가치가 없는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기존의 언론 사주들이나 언론 대표이사나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보였던 침묵의 태도와는 전혀 상반된 방향으로 이와 같은 보도를 했다고 하는 건 그와 같은 인지부조화적인 심리적 배경, 이게 있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정준희 교수)

 
손 사장의 판단 실수를 지적하거나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손 사장이 확실히 실수했다"는 안톤 슐츠는 "처음에 (이 사건이)나오고 '이런 일이 생겼다, 나는 실수했고...'라고 했다면, 아마 금방 없어졌을 것"이라며 "그런데 계속 해결하는 방법을 제대로 잘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차장은 몇 가지 의혹들은 언론이 보도할 수 있고, 또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평했다.
 
"손 사장의 폭행 여부 그리고 김웅씨가 협박을 했는지의 여부, 그리고 양측 간의 엇갈리는 김웅씨의 JTBC 취업‧투자 청탁 여부. 그러니까 '손 사장이 왜 이렇게 끌려갔는가?'라는 부분에 대해 뭔가 부적절한 특혜를 주고자 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들이 몇 가지 나오잖아요? 이런 것에 대해서는 언론이 보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적인 일에 있어서 회사를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요."
 
이제 공은 경찰과 검찰의 조사와 수사로 넘어갔다. 이후에도 언론은 특히나 보수 언론은 집요하게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손 사장도 분명 또 다른 해명이나 책임을 지게 되는 부분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본인이 "품위 있게 갑시다"라고 밝힌 만큼, 향후 조사와 수사에 떳떳하게 대응하고 대처하면 문제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지적처럼, 하이에나처럼 달려든 언론의 관음증적 선정성이리라. 더 나아가 진영논리든, 흠집 내기든, 그 의도와는 별개로 극도의 선정성에 천착하는 보수 매체들의 '손석희 집착'은 가짜뉴스와 별반 다르지 않는 극우 유튜버들의 논리를 제공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그 과도한 집착은 조사와 수사, 법정 송사가 이어지는 동안 계속될 것이 불을 보듯 빤하다. 실로 긴 싸움은, 이제 시작인 듯 보인다.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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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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