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손흥민의 역습 드리블 속도는 놀라웠다. 지난 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무너뜨렸던 순간이 떠올랐다. 손흥민을 유일한 공격수로 남겨놓고 수비에 치중하다가 역습 한 방으로 상대 팀을 무너뜨리겠다는 감독의 전술 변화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장면이어서 더 놀라웠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후 10시 30분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레스터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쐐기골 활약에 힘입어 3-1로 이겨 리버풀, 맨시티와의 우승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손흥민의 다이빙?

비교적 긴 일주일 휴식을 보낸 토트넘 홋스퍼는 여전히 손흥민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상대 팀 레스터 시티가 리그 중위권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센터백 둘이 한국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매과이어와 조니 에반스이기 때문에 페르난도 요렌테에게 직접 슛 기회가 열리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시작 후 15분만에 논란의 중심에 두 선수가 섰다.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과 레스터 시티의 센터백 매과이어가 부딪친 것이다. 그 지점이 레스터 시티 페널티 지역 안쪽이어서 마이클 올리버 주심의 파울 판정, 시그널 방향이 중요한 갈림길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휘슬을 분 다음 옐로 카드를 꺼내 손흥민 얼굴 앞에 내밀었다. 매과이어의 발목에 걸려 넘어진 손흥민에게 다이빙, 페널티킥 얻기를 위한 속임 행위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당사자 손흥민은 물론 4만4154명 토트넘 홈팬들도 억울함을 토로하느라 한동안 야유가 쏟아져내렸다. 

58분에는 실제 페널티킥 판정이 나왔다. 토트넘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 레스터 시티 매디슨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가 다리로 걸어 넘어뜨렸다는 판정이었다. 이에 토트넘 홈팬들은 다시 마이클 올리버 주심을 향해 야유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마침 옆줄 밖에서 선수 교체를 준비하고 있던 레스터 시티 간판 골잡이 제이미 바디가 바로 들어와서 키커로 나섰지만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바디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쳐냈다. 33분에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의 다이빙 헤더 골로 앞서가던 토트넘이 동점골을 내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손흥민의 오프 사이드 5개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홈 경기에서 손흥민이 추가 쐐기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홈 경기에서 손흥민이 추가 쐐기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묘하게도 제이미 바디가 페널티킥을 넣지 못하고 딱 3분 뒤에 토트넘의 추가골이 터졌다. 페르난도 요렌테의 아웃사이드 패스를 받은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정확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골문 왼쪽 구석에 꽂아넣은 것이다. 공의 궤적 중간에 손흥민의 재치있는 몸놀림이 끼어들어 레스터 시티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의 시야가 흐려진 것도 영향을 주었다고 봐야 할 장면이었다.

그래도 제이미 바디는 76분에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오른쪽 측면에서 레스터 시티 풀백 히카르두 페레이라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향해 달려들면서 방향만 슬쩍 바꾼 감각적인 골이었다.

제이미 바디의 이 만회골 때문에 토트넘 벤치는 비상이 걸렸다. 에릭센의 추가골이 터진 뒤 71분에 미드필더 스킵을 빼고 수비수 알데르베이럴트를 들여보내 2-0 점수판을 지킬 생각이었지만 단 5분만에 제이미 바디에게 결정적 한 방을 얻어맞은 셈이었다.

그래서 토트넘 벤치에서는 79분에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를 빼고 미드필더 빅터 완야마를 들여보내 마지막 역습 퍼즐을 내밀었다. 손흥민에게 역습 한 방을 기대하는 모험을 택한 것이다. 이 전술 변화가 실패하면 토트넘은 시즌 첫 번째 무승부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다.

모험 속 그들은 손흥민의 스피드를 굳게 믿고 기다렸고 거짓말처럼 후반전 추가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멋진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동점골을 뽑아서 승점 1점이라도 얻어내겠다고 공격에 치중하는 레스터 시티의 뒷마당이 넓게 열린 것을 기막히게 활용한 것이었다. 

토트넘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에게 역습 오픈 패스 기회가 왔고 그 패스 목표 지점은 당연히 손흥민 앞 공간이었다. 중앙선에 미치지 못한 곳부터 질주를 시작한 손흥민은 드리블을 하면서도 레스터 시티 센터백 조니 에반스를 보기 좋게 따돌렸다. 그리고는 상대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의 움직임을 꿰뚫어보고 침착하게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사실 손흥민의 이 쐐기골이 터지기까지 좀처럼 보기 드문 오프 사이드 기록이 다섯 개가 찍혔다. 전반전 10분만에 첫 오프 사이드 기록을 남긴 손흥민은 후반전에 무려 네 개의 오프 사이드 기록들(48분, 50분, 70분, 73분)을 더 남겼다. 후반전이 무르익을수록 손흥민을 겨냥한 역습 전술이 두드러졌다는 뜻이었다. 레스터 시티로서는 이처럼 너무 뻔한 상대의 전술에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다.

그만큼 손흥민의 역습 스피드는 알고도 막기 힘든 수준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 다녀온 손흥민이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것이며 11번째 리그 골 기록으로 득점 순위 공동 7위에 해당한다.

손흥민은 지난 달 31일 왓포드와의 24라운드에서 80분에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리며 2-1 역전승을 이끌어냈고, 2월 2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5라운드에서는 83분에 1-0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렸기에 리버풀, 맨시티와의 리그 우승권 3강 구도에 가장 결정적인 공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손흥민과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은 오는 14일(목) 오전 5시 도르트문트(독일)를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불러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벌이는데, 손흥민에게 양봉업자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공격 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다.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6R 결과
(2월 10일 오후 10시 30분, 웸블리 스타디움-런던)

★ 토트넘 홋스퍼 3-1 레스터 시티 [득점 : 다빈손 산체스(33분,도움-크리스티안 에릭센), 크리스티안 에릭센(63분,도움-페르난도 요렌테), 손흥민(90+1분,도움-무사 시소코) / 제이미 바디(76분,도움-히카르두 페레이라)]

◎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
FW : 페르난도 요렌테(79분↔빅터 완야마), 손흥민
MF : 올리버 스킵(71분↔토비 알데르베이럴트),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윙크스, 무사 시소코
DF : 대니 로즈(88분↔카일 워커-피터스), 얀 베르통언, 다빈손 산체스, 키어런 트리피어
GK : 위고 요리스

◎ 레스터 시티 선수들
FW : 더마레이 그레이(59분↔제이미 바디)
AMF : 하베이 반즈(88분↔오카자키 신지), 제임스 매디슨, 라시드 게잘(72분↔켈레치 이에나초)
DMF : 윌프레드 은디디, 유리 틸레만스
DF : 벤 칠웰, 해리 매과이어, 조니 에반스, 히카르두 페레이라
GK : 카스퍼 슈마이켈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토트넘 홋스퍼 53.1%, 레스터 시티 46.9%
유효 슛 : 토트넘 홋스퍼 5개, 레스터 시티 9개
슛 : 토트넘 홋스퍼 12개, 레스터 시티 20개
패스 : 토트넘 홋스퍼 498개, 레스터 시티 436개
태클 : 토트넘 홋스퍼 14개, 레스터 시티 12개
걷어내기 : 토트넘 홋스퍼 9개, 레스터 시티 19개
코너킥 : 토트넘 홋스퍼 2개, 레스터 시티 9개
오프 사이드 : 토트넘 홋스퍼 7개, 레스터 시티 5개
파울 : 토트넘 홋스퍼 3개, 레스터 시티 1개
경고 : 토트넘 홋스퍼 3장(손흥민, 대니 로즈, 얀 베르통언), 레스터 시티 1장(유리 틸레만스)

◇ 프리미어리그 순위표
1 리버풀 65점 20승 5무 1패 59득점 15실점 +44
2 맨체스터 시티 62점 20승 2무 4패 68득점 20실점 +48
3 토트넘 홋스퍼 60점 20승 0무 6패 54득점 25실점 +29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51점 15승 6무 5패 52득점 35실점 +17
5 첼시 50점 15승 5무 5패 45득점 23실점 +22
6 아스널 50점 15승 5무 6패 53득점 37실점 +16
7 울버햄튼 원더러스 38점 11승 5무 9패 33득점 32실점 +1
8 왓포드 37점 10승 7무 9패 34득점 34실점 0
9 에버턴 33점 9승 6무 12패 36득점 39실점 -3
10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33점 9승 6무 11패 32득점 39실점 -7
11 본머스 33점 10승 3무 13패 37득점 47실점 -10
12 레스터 시티 32점 9승 5무 12패 31득점 34실점 -3
13 크리스탈 팰리스 27점 7승 6무 13패 27득점 34실점 -7
14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27점 7승 6무 13패 28득점 39실점 -11
15 번리 27점 7승 6무 13패 29득점 47실점 -18
16 카디프 시티 25점 7승 4무 15패 24득점 47실점 -23
17 뉴캐슬 유나이티드 24점 6승 6무 13패 21득점 33실점 -12
18 사우스햄튼 24점 5승 9무 12패 28득점 44실점 -16
19 풀럼 17점 4승 5무 17패 25득점 58실점 -33
20 허더스필드 타운 11점 2승 5무 19패 14득점 48실점 -34

◇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
1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17골
2 세르히오 아게로(맨체스터 시티) 16골
3 오바메양(아스널) 15골

4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 14골
5 에당 아자르(첼시) 12골
5 사디오 마네(리버풀) 12골
7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11골
7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1골
7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 11골

10 알렉산드레 라카제트(아스널) 10골
10 리찰리손(에버턴) 10골
10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풀럼) 10골
10 글렌 머레이(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10골
10 칼룸 윌슨(본머스) 10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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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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