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수경.

배우 이수경이 <기묘한 가족>으로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 극중 그는 말 수는 적지만 속정이 깊은 막내 해걸 역을 맡았다.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12년 단편 <여름방학>으로 영화계에 자신을 알린 이수경은 당시 앳된 모습이지만 신비한 느낌으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차이나타운>에서 염색 머리를 한 쏭 역으로 강렬하게 상업영화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드라마와 다양성 영화를 오가며 작품을 쌓고 있다. 

오는 13일 개봉할 <기묘한 가족>은 상업영화로는 그의 첫 주연작. 전작에서 다소 거칠거나 수줍은 소녀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엔 말없이 제대로 망가지는 캐릭터다. 좀비물에 농촌을 배경으로 코미디 요소를 접합한 이 낯선 작품이 신인 배우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용순과 해걸 사이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해걸은 따지고 보면 이수경의 전작 <용순>에서의 용순과 이어진다. 물론 이야기와 장르는 확연히 다르지만 넓은 밭과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공간적 배경은 이수경에게 익숙했을 것이다. 영화는 제약회사 실험으로 좀비 바이러스를 품게 된 쫑비(정가람)이 폐업 직전 주유소를 운영하는 준걸(정재영) 가족에게 다가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이수경은 막내 해걸 역을 맡았다.   

"<용순> 때 경험으로 농촌에서의 연기가 익숙할 거라 생각했는데 <기묘한 가족>은 좀 더 설정이 깊더라. 감독님이 충청도 분이시라 함께 얘기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촬영 장소가 진짜 이상적인 곳이었다. 길도 넓고, 산책하기에도 좋고, 강아지가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데 누구네 개인지 다 아시고(웃음). 

제가 정재영 선배님과 나이 차가 꽤 나지 않나. 처음엔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근데 선배께서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다. 제가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제가 스스럼 없이 잘 다가가는 편이 아닌데도 눈치 안 보게끔 절 대해 주셨다. (극중 준걸의 아내 남주 역의) 엄지원 언니는 정말 제가 닮고 싶은 분이었다. 언니의 말과 생각 취향까지 닮고 싶을 정도로 현장에서 너무 좋았다." 


촬영 때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수경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한편으론 막상 나온 영화에 과거 2000년 초반 유행했던 코미디 요소가 있다는 평이 나온 가운데 20대 중반인 그에겐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했다. "워낙 개성이 강한 가족이라 모이기만 해도 재밌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며 이수경은 "좀비물이라고 해서 막 도망 다니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이질감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나름의 생각을 밝혔다.
 
 영화 <기묘한 가족>의 한 장면.

영화 <기묘한 가족>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기자님이 말씀한 대로) <조용한 가족> 같다는 말이 촬영 때도 나왔었다. 왠지 보고 따라 할 것 같아서 일부러 찾아보진 않았다. 분명 <기묘한 가족>이 갖고 있는 코드가 독특하잖나. 제 취향을 저격했다. 다행히 저만 저격한 게 아니라 많은 관객분들도 좋아하실 것 같더라. 저도 예전 코미디 영화 좋아한다. 정재영 선배님의 작품들을 많이 봤다. <웰컴 투 동막골> <김씨 표류기> 등. 

또 개인적으론 이런 좀비물은 앞으로 몇 년간은 없을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좀비와 대화하고 뭔가 소통하는 거잖나. <웜바디스>를 말하는 분도 계시는데 우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가족 전체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다르다고 생각한다. 가람 오빠가 말을 할 수 없는 설정이라 제가 혼잣말을 해야 했는데 그게 좀 어려웠다. 재영 선배님이 팁을 주시기도 했고, 시간이 좀 지나 적응하긴 했다." 


연기자라는 꿈

이수경은 아버지 권유로 중학생 때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전까진 직업적으로 뭘 하고 싶다는 게 뚜렷하지 않았다"며 그는 단편 영화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던 자신의 과거를 언급했다.

"스무 살이 되면 딱 뭐가 하고 싶을지 정해지는 줄 알았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연기를 안 했다면 과연 난 뭘 하고 있을지 가늠이 안 되더라. 물론 지금도 이게 맞는 길인지는 모르겠다. 연기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제게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는지 물으시더라. 특별한 질문은 아니었는데 계속 생각하게 된다. 현실의 내 모습과 제가 뭔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 사이에 큰 괴리감이 있는 것 같다. 

고1 때 <여름방학>이라는 단편을 안 찍었으면 아마 지금까지도 못 왔을 것이다. 그때 감독님과 피디 언니가 <차이나타운> 오디션을 알려주셨기에 망정이지(웃음). 만약 첫 영화 경험이 힘들었으면 지금까지 안 했을 수도 있다. 제 성격이 낯을 많이 가리고 조용해서 <차이나타운> 속 (강렬했던) 쏭이를 하게 됐을 때 주변에선 걱정도 많았다. 그런 시선을 견디는 게 힘들었다. 선입견이라는 걸 쉽게 깨기 어렵지만 이젠 쌓아온 게 있고, 증거가 있으니 나름 극복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배우 이수경.

"스무 살이 되면 딱 뭐가 하고 싶을지 정해지는 줄 알았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연기를 안 했다면 과연 난 뭘 하고 있을지 가늠이 안 되더라."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그렇게 이수경은 작품으로 자신을 증명 중이다. 남 앞에서 말을 자신 있게 하지 못하고, 외부 활동보다는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그와 스크린 속 이수경은 분명 차이가 커 보인다. 이수경은 "연기를 하면서 진심으로 칭찬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서 연기에 집착하게 되는 것도 있다"며 "제가 필요한 사람이고 가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직업 같아서 이 일을 너무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여유롭게 악착같이 연기하고 싶다'. 과거 <용순> 때 이수경이 밝힌 다짐이다. 모순인 것처럼 보이는 이 말이 여전히 유효한지 물었다. 그가 끄덕였다.

"조급해하지 않고, 주어진 것은 악착같이 해내고 싶다는 뜻이다. 마음가짐은 그렇다(웃음). 지금보다 하나씩 하나씩 제게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물론 제가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 아니겠지만... 요즘 생각하는 건 평정심이다. 연기할 때도 평소에도 평정심이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업'되거나 가라앉지 않아야 일이 풀리는 것 같다. 

예전엔 연기를 진짜 잘하고, 얼굴과 몸매가 예쁜 사람들을 정말 부러워했지만 이젠 현재가 행복한 사람이 부럽다. 제가 지금 불행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 이수경.

"요즘 생각하는 건 평정심이다. 연기할 때도 평소에도 평정심이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업’되거나 가라앉지 않아야 일이 풀리는 것 같다."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수경 기묘한 가족 정재영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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