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한 시즌에 많은 대회를 소화해야 한다. 리그 경기는 물론이고 각 나라별 축구협회에서 개최하는 컵대회를 치러야 하고 상위권 팀들은 홈&어웨이로 열리는 대륙별 대항전(챔피언스 리그)까지 소화해야 한다. 리그 성적이 좋아도 챔피언스 리그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안방 호랑이'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고 반대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선전해도 리그 성적이 나쁘면 진정한 강자로 인정 받기 힘들다.

유럽 축구는 오는 13일(이하 한국시각)부터 챔피언스 리그 16강 일정이 시작된다. 16강에 오른 구단들은 주말에 리그 경기를 치르고 주중에 챔피언스 리그를 소화하는 강행군에 돌입하게 된다. 선수들의 체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감독이 얼마나 유연하게 팀을 운영하는지, 그리고 구단이 얼마나 두꺼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이 큰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FC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에 박지성이 활약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오는 13일 파리 생제르맹 FC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을 앞두고 본격적인 로테이션 활용에 들어갔다. 맨유는 25라운드 레스터시티FC전(1-0)에 출전했던 공격진 3명과 26라운드 풀럼FC전에 출전한 공격진 3명이 모두 바뀌었다.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맨유는 풀럼 원정 3-0 승리를 통해 4위 등극에 성공했다. 두 골을 기록한 폴 포그바와 함께 공격을 이끈 앙토니 마르시알의 대활약 덕분이었다.

'호날두급' 이적료 기록하며 맨유에 입성한 프랑스의 특급 유망주

프랑스의 리그 앙은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과 함께 유럽 5대리그로 불리지만 사실 4대 빅리그에 비하면 수준이 조금 낮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카타르의 석유재벌이 구단주로 있는 파리 생제르맹 정도를 제외하면 리그 앙은 각 나라 특급 유망주들이 경험을 쌓고 빅리그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과거 박주영(FC서울)이 활약했던 AS모나코 FC 역시 많은 유망주들을 배출한 구단이다.

AS 모나코는 티에리 앙리와 파트리스 에브라, 야야 투레,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같은 스타들이 유망주 시절에 거쳐 갔던 팀이다(물론 '불가리아 백작' 다미타르 베르바토프처럼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입단하는 경우도 있다). 마르시알 역시 앙리나 음바페 같은 프랑스 대표팀 선후배들처럼 모나코를 거쳐 빅리그에 입단한 유망주다.

2001년부터 축구를 시작한 마르시알은 2009년 올림피스 리옹의 유소년 팀으로 옮겨 만15세 때 U-17 팀에서 뛰며 일찌감치 그 재능을 인정 받았다. 2012년에는 성인팀으로 승격돼 유로파 리그와 리그 앙에서 데뷔전을 치렀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그러던 2013년 마르시알은 500만 유로의 이적료에 AS모나코로 이적했고 모나코에서 본격적으로 잠재력이 폭발했다. 

2013-2014 시즌 11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한 마르시알은 2014-2015 시즌 챔피언스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총 48경기에서 12골 5도움을 기록했다. 단숨에 유럽 빅리그가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로 떠오른 마르시알은 2015년 9월, 8000만 유로라는 엄청난 이적료에 맨유로 이적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FC)가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의 이적료(8000만 파운드)와 버금가는 엄청난 투자였다.

마르시알이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유로 이적하자 AS모나코와 프랑스 대표팀 대선배인 앙리마저 '지나친 도박'이라며 맨유의 투자를 비판했다. 하지만 마르시알은 리그 데뷔전에서 교체 선수로 들어와 골을 기록했고 2015년 9월에는 로빈 판 페르시(페예노르트) 이후 2년 5개월 만에 프리미어 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연말에는 2015년 골든보이상까지 차지한 마르시알은 데뷔 첫 시즌 56경기에서 18골 1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적응 마치고 주전 윙포워드로 맨유 상승세 주도하는 마르시알

입단 첫 시즌 등번호 9번을 달고 뛰었던 마르시알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갤럭시)가 입단하면서 등번호를 11번으로 바꿨다. 하지만 첫 시즌 활약이 지나치게 인상적이었던 탓이었을까. 마르시알은 2016-2017시즌 42경기에서 8골 8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렸다. 2016-2017 시즌 맨유가 6위까지 추락했기에 맨유 공격의 중심이 된 마르시알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마르시알은 2017-2018 시즌 9월 한 달 동안 6경기에서 3골4도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8년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포지션이 겹치는 알렉시스 산체스가 합류하면서 출전기회가 줄어들었다. 맨유는 2017-2018 시즌 2위에 오르며 부활에 성공했지만 마르시알은 45경기에서 11골 9도움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그렇다고 새로 합류한 산체스의 활약이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다).

마르시알은 이번 시즌 10월 한 달 동안 리그에서 4골을 터트리며 구단이 뽑은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마르시알은 조제 모리뉴 감독 경질 후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대행 부임 첫 경기부터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솔샤르 감독대행은 마커스 래시포드를 최전방에 세우고 양쪽 날개에 제시 린가드와 마르시알을 배치하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9일 풀럼과의 26라운드 경기에서 맨유는 공격진을 래시포드-린가드-산체스에서 로멜로 루카쿠-마르시알-후안 마타로 전면 교체했다. 마르시알은 전반 14분 절묘한 전진패스로 포그바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22분에는 중앙선 부근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단독 돌파하다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추가골을 기록했다. 마르시알은 풀럼전에서 1골 1도움을 추가하며 리그 9골 2도움째를 기록했고 모든 대회를 포함하면 이번 시즌 17골을 터트리고 있다.

솔샤르 감독대행은 후반 25분 2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마르시알을 산체스와 교체했고 4분 후에는 멀티골의 주인공 포그바마저 벤치로 불러 들었다. 이는 13일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1차전에 대비해 주력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 솔샤르 감독대행 부임 후 11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맨유의 상승세 비결에는 이적 4번째 시즌을 맞아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히 적응한 마르시알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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