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음악 예능으로?

한동안 '관찰 예능'의 범람 속에 잠잠했던 지상파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2019년 새해를 맞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2011년 MBC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KBS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 MBC <복면가왕>이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여세에 힘입어 지난 2016~2017년 사이 MBC <듀엣가요제>, SBS <판타스틱 듀오>와 <신의 목소리>, KBS <노래싸움 : 승부> 등이 연이어 등장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시점에선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물론 SBS <더 팬>, MBC <언더나인틴> 등이 있긴 하나 이들은 방영 기간이 정해진 단발성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인 탓에 긴 호흡을 가져갈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런 와중에 KBS와 MBC가 설날 연휴를 전후로 신규 혹은 파일럿 음악 예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기존 인기곡들을 하나로 묶는다? KBS <더 히트>  
 
 지난 8일 방영된 KBS < 더 히트 >의 한 장면.  소찬휘와 러블리즈는 각각 본인들의 인기곡 'Tears', 'Ah-Choo'를 하나로 묶은 파격적인 공연을 선사했다.

지난 8일 방영된 KBS < 더 히트 >의 한 장면. 소찬휘와 러블리즈는 각각 본인들의 인기곡 'Tears', 'Ah-Choo'를 하나로 묶은 파격적인 공연을 선사했다.ⓒ KBS

 
KBS 뮤직셔플쇼 <더 히트>는 파일럿 방영 없이 곧장 정규 편성으로 시작되는, 다소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다. 게다가 형식 역시 독특하다. 기존 인기 노래 2곡을 하나로 섞는, 이른바 메쉬업(Mash Up) 방식의 무대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MC도 기존 음악 예능에선 보기 드물게 여성 2인(송은이, 김신영)을 내세울만큼 차별점을 드러낸다.

우승자를 가리는 일반적인 경연이 아닌, 일정한 기준(하트 1만 개)를 넘기는 듀엣팀에게 골든디스크를 수여하고 명예의 전당에 등극하는 형식으로 순위 가름의 경쟁보단 다 함께 즐기는 축제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이렇듯 어떤 의미에선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을 대거 채택하면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겨준 <더 히트>의 첫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장혜진, 김경호, 소찬휘, 휘성, 노라조, 러블리즈 등 1990년대부터 최근에 걸친 신구세대 음악인 6팀이 등장했다. 방청객들의 투표로 선택된 각각의 인기곡 6개를 공굴리기를 통해 총 3쌍으로 조합하는 형식은 기존 음악 예능에선 전혀 볼 수 없는 조합이었다. '좋니'(윤종신)를 만든 포스티노, 예능인 겸 작곡가 유재환 등의 손을 거쳐 재조합된 총 3곡의 노래는 2주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선보인 무대를 통해 방청객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

결국 골든디스크는 각각 원곡의 템포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인 코드 진행만큼은 크게 이질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장혜진('1994년 어느 늦은 밤') + 휘성('가슴 시린 이야기') 팀의 차지로 돌아가면서 첫 회를 마무리 지었다.
 
과거 1위곡에 재도전장 내민 옛 노래들... MBC <다시 쓰는 차트쇼>
 
 지난 4일과 5일 방영된 MBC <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 >의 한 장면.  관록의 여가수 김완선은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4일과 5일 방영된 MBC <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 >의 한 장면. 관록의 여가수 김완선은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MBC

 
반면 지난 4일과 5일에 걸쳐 방송된 MBC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은 기존 음악 예능의 재조합을 택했다. 마치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MBC의 <무한도전 토토가>와 <듀엣가요제> 등에서 봤을 법한 익숙한 형식이 곳곳에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예능 대부' 이경규의 첫 음악 예능 MC 도전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다시 쓰는 차트쇼>의 기본 형식은 복고의 부활이다. 과거 MBC 음악방송 순위에서 아쉽게 1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추억의 노래들을 요즘 후배가수의 목소리를 빌어 재탄생 시키고 그 시절 1위 가수는 직접 자신의 노래를 새로운 감각으로 재편곡, 방어전에 나서 새로운 승자를 가리는 방식을 선보인다.

파일럿 편의 주인공은 1991년 당시 1위에 올랐던 '원조 섹시 디바' 김완선이다. 그녀의 명곡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에 맞서 홍서범+조갑경, 이재영, 전유나, 심신, 원미연 등 그 시절 인기 가수들의 노래를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케이(러블리즈)+준(유키스), 솔라(마마무), 루나(에프엑스), 바비+구준회(아이콘) 등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였다. 반면 김완선은 유명 안무가 제이블랙+마리의 도움을 받아 파격적인 공연으로 찬사를 받으며 1위 자리를 수성하는 데 성공한다.

이틀에 걸친 방영분은 각각 5~6% 이상의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할 만큼 제법 괜찮은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정규 편성 가능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새 음악 예능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지난 8일 방영된 KBS < 더 히트 >의 한 장면.  경연 무대에 앞서 진행되는 출연진 토크의 분량이 음악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8일 방영된 KBS < 더 히트 >의 한 장면. 경연 무대에 앞서 진행되는 출연진 토크의 분량이 음악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KBS

 
비교적 무난하게 방영된 <더 히트>, <다시 쓰는 차트쇼>였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오랜 기간 방송을 지속하기 위해선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약점들도 드러냈다.

두 프로 모두 공통적으로 1부는 출연 가수들의 토크로만 분량을 채웠는데 이렇다보니 음악 예능이라기 보단 마치 기존 토크 예능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물론 각 노래에 얽힌 숨은 사연이 소개되거나 예상 밖 출연 가수들의 입담으로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자칫 노래는 뒷전으로 밀리는 '주객전도'의 상황도 발생한다.

첫 회인 탓에 1부와 2부 합쳐 총 2시간 이상이 편성된 것도 이런 구성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선 향후 회차에선 현재보다 빠른 속도감 있는 편집이 요구된다.

<더 히트>의 경우, 전혀 다른 2곡을 하나로 섞는다는 발상 자체는 기발하지만 과연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방영 소재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든다. "멋진 가창력에 귀는 호강했지만 인위적인 결합에는 거부감이 들었다"라는 어느 시청자의 댓글처럼 처음엔 신선하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자칫 작위적인 조합이 등장할 여지도 있는 터라 이 부분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음악의 특성상 '1+1=2' 이상이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마이너스가 발생할 변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사성이 거의 없는 코드 진행을 품은 곡을 합칠 시엔 아무리 능력 있는 편곡자가 작업을 한다 하더라도 잘못된 리메이크 이상으로 원곡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 역시 충분히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밖에 기한을 두지 않는 일반적인 정규 편성 보단 일정 기간의 시차를 둔 시즌제 운영도 염두에 둘 만 하다.

<다시 쓰는 차트쇼>에선 대결 방식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등장했다. 기존 1위곡 가수는 본인이 직접 무대에 서는 반면, 도전 가수는 그 시절 원곡 가수가 아닌 후배 가수가 나서는 방식을 취했는데 과연 형평성이 맞는 조합인지 설왕설래가 오갔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는 차라리 1위 가수 역시 후배 가수가 나서면 어떻겠느냐는 지적을 하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아예 선배+후배 가수의 콜라보 형식의 경쟁을 유도하자는 의견을 내세우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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