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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호모더스트쿠스 ⓒ tvn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tvN 다큐멘터리 '<시프트> 호모더스트쿠스 : 신인류의 탄생'이 말하고자 하는 건, '과연 외부 유입 물질에 대해 갖는 반감과 분노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성을 하게 만들까'다. 그러면서 오히려 반감과 분노가 우리 안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계기를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묻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는 '미세먼지 천동설'을 제기한다. 그 옛날 사람들이 자신들이 아는 '좁은 지식'에 갇혀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신봉했듯, 오늘날 사람들 역시 미세먼지에 대한 왜곡된 정보로 인해 데마고기나 마타도어에 휩쓸리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 제기다.

미세먼지, 그리고 환기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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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가 제기하는 첫 번째 오해는 환기에 대한 것이다. 미세먼지 지수가 높은 날 창문을 열어 놓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장 교수는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집에서 조리할 때가 밖의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스크가 꼭 좋은 건 아니"라고 덧붙인다. 외국의 경우, 특히 싱가폴에서는 미세먼지 지수가 200이상일 때에만 이른바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쓰도록 권장한다. 또 불편하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앞장서 마스크를 쓰도록 권장하는 상황이다. 장 교수는 '산소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숨이 차는 신체의 즉각적 반응에 유의해야 한다"며 외려 미세먼지를 잘 막는 마스크가 산소 공급까지 함께 막으면서 신체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그는 지금의 미세먼지 상황이 최악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산업화가 극심하던 1950년대 런던처럼, 우리나라 역시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에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으며 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서울 등의 공기 질은 좋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한다. 

심각한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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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만이 아니다. 각계 전문가 100 중 53%가 미세먼지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에 가까운 반응은 '지나친 걱정이다'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각양각색의 정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부정적 정보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인간의 생존 본능적 반응이 객관적 판단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또 현상만을 부각시켜 보도하는 언론 등이 대중들을 불안장애를 부추기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해외 언론이 중국 스모그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우리나라 언론들도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면서 정작 우리 안의 원인을 해결할 이성적 계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즉 좀 더 차분한 접근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소통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기질의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건 2차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이다. 

자동차 매연 등 기체 상태의 유기 화합물질, 정유 산업 시설 들에서 발생하는질 소 산화물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이 초미세먼지다. 대기를 떠도는 초미세먼지 중 이러한 2차 생성물질로 인한 것이 76%나 된다. 최근 들어 초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고 있지만, 정부나 사람들 모두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한 인식은 아직 미비하다.

1952년 12월 열 발자국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스모그가 런던을 덮쳤다. 이 스모그로 인해 5일 동안 무려 1200명이 사망했다. 스모그의 급습은 추운 겨울 갑자기 늘어난 석탄 난방에 그 원인이었다. 영국 의회는 1956년 모든 굴뚝에서 매연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청정대기법'을 발의했다. 또한 도시 내에서 석탄을 때는 걸 금지했다. 거기에 더해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석탄 화력 발전소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원자력발전소와 관련된 논의는 활발하지만 정작 화력발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 아직도 우리 나라의 석탄 화력 의존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국가 중 국토 면적 대비 석탄 발전 밀집도가 세계 1위다. 
  
인구 2~3명당 차 1대... 너무 당연한 초미세먼지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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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은 1980~1990년대에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고 주민 소송까지 발생하자, 그 원인을 자동차에서 찾고 경유차 없애기 정책을 벌이기 시작한다. 2003년부터 도쿄에서 경유차 주행을 금지하는 등 정책을 벌였는데, 이로 인해 10여 년 동안 경유차의 절반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보다 적고 연비도 좋다는 이유로 디젤 차량을 권장하는 '클린 디젤' 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디젤(경유)  차량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정책들로 인해 초미세먼지의 역습을 받게 된 것이다. 

초미세먼지는 디젤차량의 탓만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인구 2~3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고 그 중 수도권에만 차량이 몰려 있는 현실에서 초미세먼지 공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부산을 비롯해 인천, 울산 등의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선박이 만들어내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은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2018년에서야 겨우 폐기된 '클린 디젤 정책'. 다큐는 정책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의 변화까지 추동해낼 시민들의 의식 변화,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동차 산업의 메카 독일 슈트트가르트 중에서도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네카토어 지역 시민들은 '미세먼지가 우리를 죽인다'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 정부에게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요구하고 법적 조치를 끌어냈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왜곡된 정보로부터 벗어나 우리 주변, 그리고 인식부터 변화시키는 것이다. 실제 런던보다 훨씬 혼잡한 우리나라 4대문 안을 지나는 차들에게 혼잡 통행료를 징수한다든가 공해를 일으키는 차에 대해 독성 부담금을 매겨야 한다는 등 적극 규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즉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환경을 위해 기꺼이 그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는, 시민 의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시프트-호모더스트쿠스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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