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올라온 지난 3일(현지시간) 마룬파이브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영상

유튜브에 올라온 지난 3일(현지시간) 마룬파이브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영상ⓒ NFL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LA 램스의 제53회 NFL(미국 내셔널 풋볼 리그) 결승전이 열렸다(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우승). 슈퍼볼(Super Bowl) 결승전은 그 자체로도 화제지만, 하프타임 공연 때문에 더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슈퍼볼 결승전 무대는 팝스타들에게 있어 거대한 영예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슈퍼스타만이 설 수 있으며, 전세계 1억 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슈퍼볼은 지금까지 수많은 명장면들을 만들었다. 매번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마이클 잭슨, 프린스, 휘트니 휴스턴 등 거장들의 공연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열린 하프타임쇼에 선 U2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화면에 띄우고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부르며 미국인을 위로하기도 했다.
 
비욘세, 케이티 페리, 브루노 마스 등 많은 팝스타들 역시 그 어느때보다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2017년 경이로운 퍼포먼스로 찬사받은 레이디 가가는 다큐 영화 <레이디 가가 : 155cm의 도발>에서 슈퍼볼 무대를 앞두고 극심한 중압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레이디 가가의 2017 슈퍼볼 공연은 경이로운 퍼포먼스로 극찬받았다).
 
정치적 논란 속에 무대 오른 마룬 파이브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주인공은 마룬 파이브(Maroon 5)였다. 데뷔 이후 꾸준히 히트곡들을 내놓고 있는 밴드고, 이번 앨범에서도 'Girls Like You' 같은 메가 히트곡을 냈으니 자격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룬 파이브에게 이번 하프타임쇼는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기보다는, 커리어의 최저점을 찍는 순간에 가까웠다.

2019년 2월 7일 기준, 이날 공연 영상 유튜브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10만 명인데, '싫어요'를 누른 사람은 75만 명에 이른다.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등 주요 매체들도 "지루하다", "스스로를 지워 버렸다" 등 혹평 일색이었다.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 앞두고는 잡음이 몹시 많았다. '콜린 캐퍼닉의 무릎꿇기' 사건 때문이다. 2016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소속 쿼터백이었던 콜린 캐퍼닉은 경기장에 미국 국가가 흘러나올 때,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 캐퍼닉은 미국에 존재하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은 그에 대한 지지의 의사를 밝혔으나, 도널드 트럼프는 그에게 '너의 나라로 떠나라', '미국 국가에 결례를 표하는 개자식' 등 폭언을 내뱉었다. 그리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콜린 캐퍼닉은 지난해 나이키의 광고 모델이 되는 등, 인권 운동가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자신이 뛸 수 있는 구단을 찾지 못 했다. NFL 구단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이 불합리한 현실을 비판하며 NFL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리한나, 카디비, 핑크 등의 팝 뮤지션들이 슈퍼볼 하프타임쇼 무대 제의를 거절했다.
 
마룬 파이브 커리어 최악의 순간 
 
 유튜브에 올라온 지난 3일(현지시간) 마룬파이브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영상

유튜브에 올라온 지난 3일(현지시간) 마룬파이브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영상ⓒ NFL


그리고 2018년 9월, 마룬 파이브(Maroon 5)의 슈퍼볼 공연이 결정되었다. 출연 소식만으로도 마룬 파이브는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애덤 러빈의 보컬이 문제였다. 호흡은 짧았고, 음정은 불안정했다. 마룬 파이브의 대표곡인 'This Love'의 고음을 소화하지 못 했고, 'Sugar'는 음을 낮춰 불렀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Girls Like You'를 부를 때는 여자 랩퍼 카디비의 공백을 여성 코러스가 대신하고자 했다. 그러나 코러스의 열창은 결과적으로 과하다는 인상만 남겼다. 공연 말미에 애덤 러빈은 'Moves Like Jagger'를 부르며 상의를 벗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으나, 시청자들은 함께 느끼지 못 했다.
 
게스트로 참여한 두 명의 래퍼 역시 미지근한 반응을 끌어낸 것은 마찬가지다. 트랩 뮤직의 슈퍼스타인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은 1분 30초 동안 히트곡 'Sicko Mode'를 불렀다. 평소의 라이브와 다를 것은 없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시청자들은 스폰지밥의 원작자 스티븐 힐렌버그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스폰지밥 삽입곡 'Sweet Victory'가 흘러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Sweet Victory'의 앞부분이 조금 울려 퍼지는 듯했으나, 시작된 것은 'Sicko Mode'였다. 애틀란타를 대표하는 아웃캐스트(Outkast)의 빅보이(Big Boi)가 힘을 보탰지만,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 실패했다.
 
보컬의 기복이 심하다면, 콜드플레이처럼 공연 구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곡은 중구난방이었고, 지금까지의 슈퍼볼 공연들처럼 특별한 연출도 없었다. 마룬 파이브는 이번 공연을 통해 '꿈을 이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공연 이후의 싸늘한 반응을 보면, 마룬 파이브에게 슈퍼볼 출연은 하나의 악수(惡手)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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