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가 5연승에 도전하던 선두 흥국생명의 덜미를 잡았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6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 29-27, 25-16)으로 승리했다.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올리며 승점 40점 고지에 오른 도로공사는 3연패에 빠진 GS칼텍스 KIXX와의 승점 차이를 없애는데 성공했다(14승9패). 

도로공사는 시즌 중반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등록명 파튜)가 47.54%의 공격 성공률로 31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를 승리로 이끌었다. 파튜는 4승1패를 기록한 최근 5경기에서 무려 134득점(평균 26.8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주공격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시즌 중반에 합류한 파튜가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공격력이 살아날 수 있었던 비결은 2년차 세터 이원정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도로공사가 '포스트 이효희'로 점 찍은 선명여고의 유망주
 
 도로공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주향이나 우수민 같은 공격수들 대신 이원정 세터를 선택했다.

도로공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주향이나 우수민 같은 공격수들 대신 이원정 세터를 선택했다.ⓒ 한국배구연맹

 
V리그 출범 후 10번의 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도로공사는 2013-2014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베테랑 세터 이효희와 센터 정대영을 동시에 영입했다. 공기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한송이(KGC인삼공사), 김사니(SBS 스포츠 해설위원) 등 팀 내 스타들을 힘 없이 보내야 했던 도로공사가 이례적으로 FA시장에서 3억6000만 원을 투자한 것이다(도로공사는 이후에도 배유나, 박정아를 영입하며 FA시장의 '큰 손'으로 변신했다).

가는 곳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늦깎이 국가대표 세터 이효희와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등장하기 전까지 V리그 최고의 센터로 군림하던 정대영의 영입 효과는 상당히 컸다. 도로공사는 두 베테랑이 합류한 이후 네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박정아까지 가세한 2017-2018 시즌에는 V리그 출범 후 첫 챔프전 우승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효희와 정대영도 어느덧 불혹을 넘겼거나 40대를 바라보는 노장 선수가 됐고 도로공사는 두 선수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로공사는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교 최고의 거포 지민경(인삼공사) 대신 목포여상의 센터 정선아를 전체 1순위로 지명하며 정대영의 은퇴 후를 대비했다(정선아는 컵대회를 중심으로 경험을 쌓으며 조금 느리지만 착실하게 프로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2016-2017 시즌에도 최하위에 머문 도로공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는 작년의 이주아(흥국생명)이나 박은진(인삼공사) 같은 '대어'는 없었지만 광주체고의 전천후 공격수 김주향(현대건설)이나 대전 용산고의 우수민(도로공사)처럼 괜찮은 공격수 유망주들이 있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선택은 선명여고의 세터 이원정이었다.

이원정은 이다영(현대건설)이 졸업한 2015년 선명여고에 입학해 신입생 시절부터 주전 세터로 활약할 만큼 뛰어난 기량과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2학년 때는 지민경이나 유서연(도로공사) 같은 쟁쟁한 선배들이 있었고 3학년에 진학한 후에는 2학년생 박은진,박혜민(GS칼텍스), 이예솔(인삼공사), 1학년생 정호영 같은 든든한 후배들이 있었다. 

기본기에 충실한 토스로 외국인 거포 파튜와 찰떡궁합
 
 이원정이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 도로공사는 이효희의 은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원정이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 도로공사는 이효희의 은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배구연맹

 
이원정은 선명여고 시절 팀을 고교 무대 최강으로 이끌며 청소년대표에도 선발됐지만 고교 최고의 세터였던 이원정이 프로 입단 후의 자리는 코트가 아닌 웜업존이었다. 도로공사의 주전세터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을 이끌었던 국가대표 주전 세터 이효희이기 때문이다. 이원정은 루키 시즌 이효희의 백업 세터로 활약하며 도로공사의 통합우승에 기여했지만 신인왕은 흥국생명의 김채연에게 내주고 말았다.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이원정을 이효희의 후계자로 낙점하고 이번 시즌부터 이원정의 출전 비중을 본격적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효희가 대표팀에 차출된 작년 8월에 열린 컵대회는 이원정의 주전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하지만 이원정은 팔꿈치 인대 부상을 당하며 컵대회에 결장했고 컵대회에서는 이원정 대신 트레이드로 합류한 김혜원 세터가 주전으로 나섰다.

시즌 개막을 3주 앞두고 공을 만지기 시작한 이원정은 예상보다 빨리 복귀해 이번 시즌 개막부터 도로공사가 치른 2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하지만 부상 전의 경기 감각은 빨리 돌아오지 않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전 이효희 세터가 짊어질 수 밖에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가 시즌 개막 후 18경기에서 승점 29점에 그친 원인도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의 갑작스런 교체와 함께 이원정의 완전하지 않았던 몸 상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원정은 4라운드 후반부터 경기 감각이 완전히 살아나면서 이효희 세터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주고 있다. 특히 도로공사가 연속 3-0 승리를 따냈던 최근 두 경기에서는 모두 이원정 세터가 주전으로 출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효희 세터처럼 기교가 뛰어난 세터는 아니지만 뛰어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토스를 구사한다. 외국인 거포 파튜의 득점력이 덩달아 살아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루키 시즌까지 이원정은 그저 지친 이효희 세터의 체력을 안배해 주는 역할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경험이 쌓인 이원정은 이효희가 흔들릴 때 경기 분위기를 바꾸고 때로는 이효희 대신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믿음직한 세터로 거듭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원정이 아직 만 19세에 불과한 2000년생 유망주라는 점이다. 김종민 감독이 구상한 도로공사의 세터 세대교체는 이원정을 통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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