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은 TV를 보기에 '적절한' 시기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향후 전략을 모색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기는 없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시험 방송을 준비한다.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들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이것저것 차린 것은 많았는데, 과연 건질 만한 반찬은 좀 있었을까? 성의는 고맙지만,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의 입장에서 '맛'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구해줘! 홈즈>의 한 장면

<구해줘! 홈즈>의 한 장면ⓒ MBC

 
MBC는 아예 '집'을 들고 나왔다. <구해줘! 홈즈>는 바쁜 현대인들 대신 스타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살 만한 집을 구해주는 콘셉트의 '정보' 예능이었다.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의 형태다. 정보 전달의 밋밋함을 상쇄시키기 위해 다양한 의뢰인(외국인, 학생, 맞벌이 부부)을 섭외하고, 박나래의 복(福)팀과 김숙의 덕(德)팀으로 나눠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들은 의뢰인들의 요구(서울에서 3억 전셋집 찾기, 반려견을 위한 전셋집, 신입생을 위한 자취방)에 맞춰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며 매물을 찾았다. '남의 집 구경'은 성공적이었다. <구해줘! 홈즈>는 시청률 5.6%, 6.2%로 정규 편성이 유력하다. 먹방, 쿡방, 여행 등 뻔한 소재만 재탕되는 예능에 참신함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다. 
 
 <요즘 가족 : 조카면 족하다?>의 한 장면

<요즘 가족 : 조카면 족하다?>의 한 장면ⓒ SBS

 
SBS는 '가족 예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엔 그 대상이 '조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요즘 가족 : 조카면 족하다?>는 그에 따라 다각화된 '요즘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기획 의도를 내걸었다. 연출을 맡은 이양화 PD는 "1인 가족도 증가하고 딩크족, 비혼자도 생겨나는 추세"라면서 "3촌 지간인 이모 · 삼촌 · 고모와 조카의 관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방송에는 김원희, 홍석천, 김지민 등이 출연해 조카와의 일상을 공개했다.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도 함께 알려졌다. 결혼 14년차의 김원희가 아이를 갖지 않은 이유, 홍석천이 조카를 딸로 입양한 이유 등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연예인의 '가족'이 등장해 화제성도 높았지만, 시청자들의 불만도 컸다. '하다하다 이젠 연예인 조카까지 TV에서 봐야 하는 거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족 예능은 그 자체로 폭발력을 갖고 있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어선 곤란하다. 어쨌거나 시청률 5.8%에 폭발력 있는 화제성 덕분에 <조카면 족하다> 역시 정규 편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BS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 6자회담 >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 가장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연복 셰프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시청률도 8.1%로 높은 편이었지만, 결국 우리 보스가 최고라는 '착한 콘셉트'와 예상된 흐름을 답습하는 뻔한 구성으로 정작 중요한 '웃음'을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뚜렷했다. 특히 박원순 편은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주기도 했다.

이경규, 박명수, 장동민 등 이른바 기가 센 예능인들을 한 곳에 모아둔 < 6자회담 >은 방송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색다를 것 없는 출연자들 탓인지 큰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들의 의견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일까? 게다가 여성은 장도연 한 명뿐이었다 서장훈과 이수근의 개인기에 기댄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B급 콘셉트로 웃음 사냥에 나섰지만, 전체적으로 기대를 밑돌았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6자회담>의 한 장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6자회담>의 한 장면ⓒ KBS2

 
설 명절에 등장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 예능의 흐름과 양상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을 텐데, 기존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 프로그램은 MBC <구해줘! 홈즈>와 SBS <조카면 족하다> 정도였다. 결국 '가족 예능'의 여전(하지만 위태)한 강세 속에 '인포테인먼트'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다룬 예능은 불호(不好)가 매우 커진 상황이다.

방송사 별로 살펴보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MBC는 이번에도 신선한 소재를 찾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원샷 원킬이다. '집'이라는 소재는 미개척의 블루오션에 가깝다. SBS는 결국 '연예인의 조카'까지 방송에 끌어들였다. 레드오션의 최후의 카드까지 빼들었다고 할까. 기어코 자신들의 '가족 예능'을 완성시키려는 듯하다. 한편, KBS는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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