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시즌 개막 후 23경기 만에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 25-17, 25-19)으로 승리했다. 개막 후 17연패를 당했던 현대건설은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인삼공사를 밀어내고 이번 시즌 처음으로 5위로 올라섰다(6승17패).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가 57.58%의 공격 성공률로 20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신인 센터 정지윤도 9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날 현대건설에서는 아주 인상적인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있었다. 무려 60.61%의 공격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338경기 만에 역대 2번째로 통산 5000득점을 달성한 '거요미' 양효진이 그 주인공이다.

홍지연-장소연-정대영으로부터 여자배구 센터계보 이어받은 '거요미'
 
 양효진은 신장의 이점을 극대화한 중앙공격과 블로킹을 앞세워 여자배구 최고의 센터로 도약했다..

양효진은 신장의 이점을 극대화한 중앙공격과 블로킹을 앞세워 여자배구 최고의 센터로 도약했다..ⓒ 한국배구연맹

 
90년대 여자배구 최고의 센터는 단연 호남정유(현 GS칼텍스 KIXX)의 무적시대를 이끌었던 홍지연이었다. 당시로선 흔치 않던 187cm의 장신센터 홍지연은 호남정유의 92연승과 겨울리그 9연패,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홍지연의 전성기가 저물어 갈 때 즈음엔 센터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동공격의 달인' 장소연(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한국여자배구의 센터 계보를 이어나갔다.

동갑내기 강혜미 세터와 함께 90년대 선경을 이끌던 장소연은 IMF외환위기로 팀이 해체된 후 현대건설로 이적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현대건설의 겨울리그 5연패를 이끌었다(당시 현대건설은 국가대표 트리오 장소연, 강혜미, 구민정이 한 팀에 모여 있던 '드림팀'이었다). 장소연은 프로 출범과 함께 현역 은퇴를 선언했지만 2009년 복귀해 2009-2010시즌과 2011-2012 시즌 인삼공사의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장소연이 현대건설로 이적하고 1년이 지났을 때 현대건설은 청소년 대표 출신의 센터 유망주를 영입했다. V리그의 초창기를 풍미했고 여전히 V리그 정상급 센터로 활약하고 있는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이다. 정대영은 중앙공격수임에도 속공과 블로킹은 물론이고 후위공격까지 자유자재로 시도했다. 또한 정대영은 전성기 시절 V리그 수비상을 받았을 정도로 공수를 겸비한 만능 센터였다.

장소연과 정대영으로 이어진 현대건설 센터의 계보, 그리고 한국 여자배구의 센터계보는 부산 남성여고 출신의 양효진이 이어갔다. 사실 2007년 프로에 입단할 때만 해도 양효진은 190cm의 큰 신장을 제외하면 배유나(도로공사), 하준임, 김나희(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등 동기들에 비해 크게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양효진은 큰 신장을 활용한 타점 높은 공격과 탁월한 블로킹 감각으로 놀라운 발전속도를 보이며 V리그 최고의 센터로 거듭났다.

실제로 양효진은 2009-2010 시즌부터 무려 9시즌 동안 블로킹 부문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15-2016 시즌에는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챔프전에서 득점(55점), 공격 성공률(51.61%), 서브(세트당 0.33개), 블로킹(세트당 0.44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챔프전 MVP에 등극했다. 지난 2015년 한국배구연맹에서 선정한 V리그 10주년 올스타에서도 양효진은 정대영과 함께 센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12시즌 동안 단 3경기 결장한 양효진의 경이로운 자기관리
 
 양효진이 가진 진짜 가치는 속공도 블로킹도 아닌, 12시즌 동안 단 3경기에 결장한 경이적인 자기 관리에 있다.

양효진이 가진 진짜 가치는 속공도 블로킹도 아닌, 12시즌 동안 단 3경기에 결장한 경이적인 자기 관리에 있다.ⓒ 한국배구연맹

 
양효진은 리그에서도 김희진(기업은행), 한수지(인삼공사)와 함께 최고연봉을 받는 대스타지만 대표팀에서도 '여제' 김연경(엑자시바시)과 함께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선수다. 실제로 양효진은 2012년 런던 올림(4강)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금메달), 2016년 리우 올림픽(8강)에서 대표팀의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반면에 양효진이 허리부상으로 중도 이탈했던 2017년 아시아 선수권에서는 4강에서 태국에게 덜미를 잡혔다.

V리그 여자부는 '쌍둥이 자매' 이재영(흥국생명), 이다영(현대건설)을 비롯해 이소영, 강소휘(이상 GS칼텍스), 고예림(기업은행) 같은 스타들의 등장으로 출범 후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양효진은 이번 시즌 부진한 팀 성적에도 올스타 투표에서 총 8만9084표를 얻으며 최다득표의 영예를 누렸다. 양효진은 2013-2014 시즌부터 최근 6번의 올스타전에서 5번이나 최다득표를 차지하며 V리그 최고의 스타임을 증명했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에도 블로킹(세트당 0.85개)과 오픈공격(47.623%) 부문에서 1위를 달리며 현대건설을 이끌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개막 후 17연패를 당하며 사실상 봄배구 진출이 힘들어졌지만 양효진은 한결 같은 활약으로 현대건설의 탈꼴찌를 이끌며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양효진은 현대건설이 5승1패를 기록한 최근 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0.2득점(총 121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양효진은 3일 인삼공사전에서 22득점을 올리며 대단히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바로 팀 선배인 '꽃사슴' 황연주에 이어 V리그 여자부 역대 2번째로 5000득점 고지를 밟은 것이다. 통산 338경기에 출전한 양효진은 데뷔 후 매 경기 평균 14.8득점을 기록하며 5000득점을 달성했다. 양효진이 날개 공격수가 아닌 경기 시간의 절반 가량을 리베로와 교체되는 센터임을 고려하면 그 꾸준함은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이다. 

사실 5000득점보다 더욱 놀라운 양효진의 진짜 가치는 따로 있다. 양효진은 프로 데뷔 후 이번 시즌까지 12번의 시즌을 소화하면서 단 3경기만을 결장했다(V리그 정규시즌 기준). 경이로울 정도로 뛰어난 자기 관리와 팀에 대한 헌신이야말로 양효진이 오늘날 V리그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다. 지금은 그저 친근하게 '거요미'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양효진은 'V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로 대접 받아야 마땅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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