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팬들의 전쟁> 포스터.

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팬들의 전쟁> 포스터.ⓒ SBS

 
SBS <더 팬-팬들의 전쟁>(이하 <더 팬>)의 장정(長程)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저스틴 비버를 알아본 어셔의 사례에 착안한 <더 팬>은 '셀러브리티(유명인)'가 자신이 '미리' 알아 본 예비 스타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흥미로운 콘셉트로 '덕질'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혔다. 지난 2일 방송에서는 대망의 TOP2가 결정됐다. 비비(1위)와 카더가든(2위)이 그 주인공이 돼 결승 무대에서 맞붙게 됐다. 임지민은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으나 아쉽게 탈락했다.

비비는 개인 무대에서 블락비의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꿔 불렀고, 이어 윤미래와 함께 비비의 자작곡 '니 마음을 훔치는 도둑'을 함께 불렀다. 카더가든은 개인 무대에서 자작곡인 '대기실'을, 컬래버레이션 무대에서는 장혜진과 혁오의 'TOMBOY'를 열창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비비보다는 윤미래의 매력이 훨씬 돋보였고, 불안한 음정의 카더가든보다 장혜진이 안정적이었다. 

신선한 콘셉트, 높은 화제성... 착한 예능 
 
 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팬들의 전쟁>의 한 장면.

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팬들의 전쟁>의 한 장면.ⓒ SBS

 
<더 팬>은 명암(明暗)이 뚜렷한 프로그램이다. 성과 역시 마찬가지다. 셀럽들의 추천이라는 콘셉트는 신선했고, 그에 따라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숨겨져 있던 진주들을 발굴하고, 조명받지 못했던 실력자들을 재발견했다. 이로써 가요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더 팬'의 공훈이다. 비비, 용주(박용주), 유라, 임지민, 민재, 휘준 등 데뷔하지 않았던 진주뿐만 아니라 카더가든, 오왠, 트웰브, 콕베스 등 인디계의 진주들을 재발견했다. 

<더 팬>은 여타의 경연 프로그램과 결이 달랐다. 그동안 수많은 경연 프로그램들이 과도한 경쟁 체제를 구축해 출연자들을 압박하고, 시청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줬다. 그러나 <더 팬>은 '출연자와 팬과의 관계'에 집중하며 갈등 요소를 부각시키지 않았다. TOP8까지 오른 출연자들은 난생 처음으로 팬미팅을 열고, 최초의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더 팬'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논란 없이 '착한 예능'이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팬들의 전쟁>의 한 장면.

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팬들의 전쟁>의 한 장면.ⓒ SBS

 
유희열, 보아, 이상민, 김이나에게 '심사위원'이 아니라 '팬 마스터'라는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과거에 심사위원들은 막강한 권한을 가졌고,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홍보를 담당하는 마케팅팀 같"다는 보아의 설명처럼 네 명의 팬 마스터들은 마음놓고 '덕질'에 나섰다. 그들의 발언이 관객들에게 파장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1표를 행사한다는 점은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우선, 초반에 '셀럽'들의 등장으로 반짝했던 화제성이 사그라든 후 흐름을 뒤바꿀 승부수가 없었다. 경쟁 시스템이 약화되자 긴장감도 줄어들었다. 시청률도 낮은 수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고 시청률 (7.3%)을 기록한 3회 이후로 하락세다. 지난 2일 방송은 5.1%에 그쳤다. 동일선상에서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SBS < K팝스타 > 시즌6의 최고 시청률이 17.1%였던 것에 비하면 볼품없는 수치다. 

아쉬운 무대 지적해 줄 심사위원은 어디에
 
 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팬들의 전쟁>의 한 장면.

SBS 예능 프로그램 <더 팬-팬들의 전쟁>의 한 장면.ⓒ SBS

 
'팬 마스터'들의 역할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경연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중심점을 잡아나갔다. 하지만 팬 마스터들은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도 무방했다. 권한이 없어진 만큼 부담도 없어졌다. 말 그대로 '팬'이 돼 '응원'에 나섰다. 굳이 싫은소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의 가려운 등을 긁어줄 속시원한 평가도 없었다. 가사를 짚어준 김이나, 간간이 쓴소리를 했던 유희열을 제외하면 평이한 감상평에 그쳤다.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실력자들을 발굴하고 재발견했다는 점, 대결과 경쟁, 생존을 강조했던 기존의 경연 프로그램과 달리 '착함'을 끝까지 지켰다는 점, 천편일률적인 음악이 아니라 다양한 취향을 추구할 수 있는 판을 열었다는 점은 '더 팬'이 거둔 성취다. 그러나 '팬'은 객관적일 수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실수마저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아쉬운 무대를 지적하고 바로잡아 줄 냉철함이 없다. 

실제로 이번 TOP3의 무대는 상당히 실망스러웠지만, 팬 마스터들은 호들갑을 떨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물론 생방송 무대에 진출한 다음부턴 비판을 자제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긴 하지만, 찬사를 늘어놓기 바쁜 팬 마스터들 때문에 마음이 헛헛했다. < K팝스타 >가 시즌제로 안착했듯 <더 팬>도 시즌2가 기획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약점'이 워낙 뚜렷한 만큼 제작진의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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