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강남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편.

<추적 60분> ‘강남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편.ⓒ KBS

 
1일 밤 방송된 KBS <추적 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편은 서울 코엑스와 삼성역 주변의 알짜배기 부동산들과 관련된 의문을 다루었다. 일반적인 부동산 주인들과 다르게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건물주에 대한 의문 제기였다.
 
'서울 강남 최고의 부동산 재벌'이란 말을 듣는 이 건물주가 보유한 강남 부동산 16채의 합산 면적은 2만 5000 평방미터이다. 개중에는 평당 6억 원까지 가는 물건도 있다고 한다.
 
부동산 전문가 김종률·오승민씨 등에 따르면, 그 건물주가 보유한 강남 부동산 전체의 추정 시세는 약 1조 473억이다. 방송에 출연한 반기홍 세무사에 따르면, 부동산 16채의 예상 임대수익은 연간 5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박 회장'으로 알려진 그 건물주는 16채 중 11채를 비워놓고 있다. 나머지 5채 임대에서 생기는 연 수익은 47억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11채까지 임대하게 되면 연 수익이 500억 정도 될 것이란 거다. 3분의 1 정도만 임대하고 10% 미만의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가 1년간 납부하는 보유세와 소득세가 40억 정도라고 한다. 47억 정도를 벌고 있으니, 세금 내고 남을 정도로만 임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 땅을 방치하는 박 회장의 정체   
 
 1일 방송된 <추적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1일 방송된 <추적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KBS

물론 연간 임대수익 47억도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박 회장의 행동이 일반적인 건물주들과 확연히 다른 것은 사실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강남 땅을 이렇게 방치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박 회장 본인은 "세금 내기 싫어서"라고 말한다고 한다. 세금 내기 싫어서 임대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인인 편무성씨는 "비워 놓는 것이 박 회장이 부동산을 유지·관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박 회장 본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녔던 것이다. 하지만 임대하지 않고 그냥 둬도 세금은 나오므로, 박 회장의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한 김양균 세무사는 "세금 내기 싫어서 나는 소득을 발생시키지 않겠다라는 건 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고, 오형철 변호사는 "(박 회장은) 통상적으로 본인이 주인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건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추적 60분> 내래이터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일까, 박 회장 땅을 둘러싼 소문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박 회장이 땅을 활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박 회장이 단지 누군가의 땅을 대신 관리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박 회장이 남의 땅을 대신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 있다. 그가 이 땅을 소유하게 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1일 방송된 <추적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1일 방송된 <추적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KBS


박 회장은 올해 88세다. 강남 땅을 매입한 것은 39세 무렵인 1970년경부터다. 그가 강남 부동산 매입에 투입한 금액은 약 4천 만원이다. 박 회장은 스스로를 전직 공무원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당시 차관급 공무원의 월급이 8만 1000원이었다. 차관급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40년간 굶고 지내면 4천 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25년 이상 박 회장을 알고 지냈다는 한 지인은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한테는 자기가 봉급 타서 땅을 샀대요. 본인이 (말하기로) 공돈이 많이 생기고 그랬는데. 남들 술 먹을 적에 자기는 술 안 먹고 땅 샀다고 (그래요)."
 
 삼성역·선릉역 주변에 산재한 박 회장 부동산들의 위치

삼성역·선릉역 주변에 산재한 박 회장 부동산들의 위치ⓒ KBS


1965년에 서울시가 서민들에게 공급한 등촌동 시영주택(8.6평 및 10.3평)이 25~27만원 정도였다. 4천만 원이면 이런 서민용 소형 주택을 160채 정도 살 수 있었다. 박 회장이 말한 '공돈'을 열심히 모았다고 해도, 39세 된 공무원이 그만한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재산이 있었던 걸까? 박 회장의 형제는 그 돈이 아버지한테서 나왔다고 방송에서 말했다. 군산에서 주물공장을 경영했던 아버지 돈으로 강남 땅을 샀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군산에서 손꼽히는 부자여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본인이 벌어서 샀다고 하고, 박 회장 형제들은 아버지 돈으로 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상속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차이다.
 
정말로 부모 돈으로 샀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이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 가보았다. 거기에 전시된 군산 경제인 역사 코너에서 박 회장 아버지를 찾아봤다. 서울 시영주택 160채 정도를 살 수 있는 부자였고 또 군산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다면, 그런 역사 코너에 소개돼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코너에는 그런 인물이 없었다. 주물공장을 해서 군산 유수의 경제인이 된 인물도 없었다.
 
본인이 벌었다는 말도 불확실하고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았다는 말도 불확실하다면, 자금 취득 경위를 다른 데서 좀더 규명해볼 수밖에 없다. 본인도 가족도 아닌 제3자한테서 취득했을 경위를 추적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 때 비자금이다' 그런 소문이 있어요"
 
 1일 방송된 <추척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1일 방송된 <추척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KBS


흥미롭게도, 박 회장 주변에서는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한테서 자금을 받은 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추적 60분>은 "소문으로는 '박정희 때 비자금이다' 그런 소문이 있어요"라는 지인의 말을 소개한 뒤, 방송에 출연한 주변 사람의 말을 소개했다.
 
"그 사람(박 회장) 얘기를 들으니까, 그 땅 자체가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테헤란로와 강남을 개발하면서 (박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과 헬기를 같이 타고 '땅을 이렇게 나누고, 저렇게 긋는다'라는 정보를 그때 들은 게 있어서 이쪽을 자기가 샀다는 거예요."
 
이 지인의 말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기 돈으로 땅을 산 것은 맞지만 박정희와의 친분 덕분에 사전 정보를 얻었노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헬기를 함께 탈 정도의 친분이 있어서 강남 개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들었다는 것이다.
 
박 정권과 친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그가 박정희의 비자금 관리인 중 하나인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운전 기사 겸 재산 관리인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 <추적 60분>은 2008년 6월 24일자 <일요서울> 기사를 근거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기사 하나가 흘러나왔습니다. 박 회장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운전기사였으며 그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일 방송된 <추척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1일 방송된 <추척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KBS


해당 기사를 쓴 윤지환 기자는 <추적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집사인 서아무개 씨의 부인한테서 제보를 받았다고 말한 뒤, "서씨의 부인이 와서,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를 제보하겠다고 하더라구요"라면서 서씨의 부인이 박 회장을 이후락 재산관리인으로 지목했다고 말했다. <추적 60분> 방송 예고 편과 함께 제시된 프로그램 설명문에 이런 대목도 있다.
 
"취재 도중 박 회장에 관한 놀라운 증언들이 쏟아졌다. 1960년대 말부터 검은색 관용차를 타고 무전기를 들고 다녔다는 박 회장. 그가 박정희 정권 당시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유신 실세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숨겨진 재산관리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사 2기 동기로 또 다른 실세로 불리던 박경원 전 내무부장관이 박 회장에게 자금을 주고 땅을 사게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렇듯 공교롭게도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는 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었다."
  
  
이 같은 사실관계들을 근거로 <추적 60분>은 박정희가 정치자금 및 노후자금으로 쓰고자 확보해둔 돈이 이후락이나 박경원 등을 통해 박 회장에게 들어가고 박 회장이 이 돈으로 강남 부동산을 사두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가 죽으면서 부동산 명의인이 박 회장으로 굳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적 60분>은 덧붙였다. 
 
 1일 방송된 <추척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1일 방송된 <추척60분> '강남 땅 1만 평, 주인은 누구인가' 한 장면ⓒ KBS


박 정권이 강남 부동산 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점은 학술적인 글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2004년에 <역사비평> 제66호에 실린 '해방 후 한국 자본주의 발전과 부동산 투기'라는 논문에서 "1970년대 최대의 부동산 투기는 강남 신도시 개발"이라면서 "박 정권의 정치자금도 부동산 투기를 통해 조달됐다"고 말했다.
 
박 정권 때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제3권에서 1970년 '강남 토지투기 사건'을 일례로 들면서, 박정희 측근들이 대통령선거 자금을 만들 목적으로 이 사건을 일으켰으며 여기에 이후락이 가담한 정황 증거가 있다고 말한 뒤 "박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치자금이 조성되어 그것이 대통령에게 바쳐진 마지막 단계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정확한 실체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땅이 박 정권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강남 부동산 재벌인 박 회장이 소유한 건물들의 궁극적 주인은 국민들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하므로, 이 문제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이 절실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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