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뺑반> 포스터

영화 <뺑반> 포스터 ⓒ (주)쇼박스

 
범죄 액션 영화에 '반드시' 등장하는 조합이 있다. 조폭과 경찰 혹은 연쇄살인마와 경찰, 그것도 아니면 사이코패스와 같은 악인을 내세워 그를 둘러싼 추적을 펼쳐나가는 경찰의 모습을 그리는 게 일반적인 범죄액션물의 전형이다. 모든 범죄액션 영화의 법칙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턴가 이런 '정석'을 따르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 점이 안타깝다.

이는 범죄액션 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운 요건이 되기도 한다. 몇 편을 봐도 비슷하게 느껴지고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인물들만 변할 뿐 구성이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동석과 윤계상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는 기존 범죄액션에서 탈피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단지 배경을 '조선족'으로 바꾼 것에 불과했다. 그 역시 마동석이라는 인물과 윤계상이라는 인물의 연기력이 살려냈다.

이번 <뺑반> 역시 기존의 범죄액션에 등장했던 내용과 구성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경찰 수뇌부의 비리, 일선 경찰의 의협심과 무모함 그리고 정의감까지. 이건 이미 수많은 범죄액션 영화들이 상상하고 표현해온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보니 감독의 고민이 눈에 보인다. "내 영화를 기존 범죄액션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까" 하는 고민이.

<뺑반>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카레이싱이 포함됐다. 할리우드에서는 카레이싱 액션 영화가 없지 않다. 대표적으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 같은 영화는 보는 내내 엔진 굉음이 귀를 후벼 판다. 그럼에도 범죄 액션과 카레이싱을 조합해내려는 한준희 감독의 노력은 돋보였다. 특히 기존 한국 영화에 없던 시원한 경주 장면이 관객을 압도한다. 악역을 맡은 조정석의 튜닝카는 그 엔진소리 만으로도 현장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카레이싱'과 '자폐' 사이에서...
 
 영화 <뺑반> 스틸 컷

영화 <뺑반> 스틸 컷 ⓒ (주)쇼박스

 
그런데 영화는 자꾸만 신파와 뻔한 결말로 치닫는다. 거기에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카레이싱은 조금은 뜬금 없게 느껴졌다. 급기야 상황을 반전시키는 의협심까지. 이것들이 없었으면 차라리 깔끔한 마무리가 됐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조정석의 악역은 빛났다. <건축학개론> 속 '납득이'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그는 새로운 캐릭터 정재철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그러나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보여준 사이코패스와 닮은 듯한 모습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아쉽다. 

류준열이 분한 서민재는 어딘가 어설퍼 보이지만 숨은 내공의 실력자라는 반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점이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세계가 분명한 서민재는 사실 경찰이라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의 직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는 점은 좋았지만, 그의 과거를 폭주족으로 만드는 '사족'을 달아버린 것은 두 갈등구조에서 하나를 빼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뺑소니'라는 주제는 사실 생활밀착형에 가깝다. 재벌이 취미로 즐기는 카레이싱보다는 뺑소니 그 자체로 우리 삶에 가까운 이야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거대한 악의 조직도 아닌 일개 부유층이 뺑소니 때문에 꼬리가 잡히는 설정이나 부패한 경찰수뇌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경찰의 싸움 등은 너무 익숙해서 아쉬웠다. 공효진과 류준열의 액션 연기만은 좋았지만 말이다.
뺑반 류준열 공효진 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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