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극한 직업 >의 한 장면

영화 < 극한 직업 >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대부분의 영화는 그 결말은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고민이다. 보통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이미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는 뻔한 결말을 뻔하지 않게 만들던지, 아니면 그 뻔한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을 전혀 예상치 못한 장치들로 채우던지...

영화 <극한직업>은 두 번째를 선택했다. 한국 영화에서 경찰이나 형사가 나오지 않는 영화를 찾기 어려울 정도가 돼 버린 현실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극한직업>과 <뺑반>은 '액션=경찰'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제작자들도 고민이지만 관객들도 고민이다. '경찰이 나오고 범죄자가 나오는 영화'라면 지금까지 수도 없이 봐 왔다. 무슨 신선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 같지도 않고, 결말은 또 뻔한 경우가 많다. 경찰이 정의를 지키다가 '윗선'의 방해로 위기를 맞고, 그럼에도 범인을 쫒다가 결국은 경찰신분도 아닌데 범인을 잡는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개봉한 <뺑반>도 그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극한직업>에는 다른 맛이 있을까. 코믹액션영화에 등장하는 경찰들은 엉뚱한 캐릭터이거나, 치밀한 바보가 많다. 겉으로는 소위 '꼴통'이지만 내면으로는 '실력파'인 경우가 많다. <극한직업>에 등장하는 경찰들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개성은 뚜렷하지만 여전히 '조직' 문화에서 한 발 정도는 벗어나 있는 이들이다.

여기까지 재료들이 준비됐다. 그런데 이 재료들은 옆집이나 내 집이나 비슷하다.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려면 이런 재료들을 가지고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에 달렸다. <극한직업>이 선택한 '다른 맛'은 바로 '치킨'이라는 부재료였다. 대한민국 대표간식이라 불리는 '치킨'이라는 부재료를 섞어서 '경찰=치킨=범죄'라는 요소로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 냈다.

평범한 재료로 색다른 맛을 만들어낸 <극한직업>
 
 영화 < 극한 직업 >의 한 장면.

영화 < 극한 직업 >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 치킨이 등장하는 장면은 약 절반 가깝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 절반으로 전체 영화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관객들은 <극한직업>에 등장하는 '직업'이 더 이상 경찰이 아니라 '치킨가게 종업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영화 대사에도 등장하지만 "경찰의 본분을 잊어버리지 마라"는 말처럼 관객들도 어느새 '범죄 액션' 영화를 보러 온 본분을 잊어버리고 '치킨 맛'에 빠져들게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범죄액션' 영화다. 경찰이 범인 잡는 영화다. 그런 류의 숱한 영화들과 마찬가지의 과정과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뻔하다. 결말은 '권선징악'이고 이야기는 경찰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수많은 치킨집들 중에 몇몇 특별히 맛있거나 입소문 난 맛집들이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수많은 경찰영화 중에 특별한 몇 영화 중 하나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치킨뿐 아니라 이 영화는 특별한 장치를 또 해놨다. 그건 바로 '특별한 악역'이다. 지금까지 경찰영화의 악역은 일단 관객들에게 "저 놈을 반드시 죽였으면..." 하는 바람을 주게끔 설정됐다. 그만큼 '악역'이 '악'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한직업>의 악역은 '악'이 아니라 '악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영화 < 극한 직업>의 한 장면

영화 < 극한 직업>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극 중 악역인 신하균은 악인보다 단지 '악행'에 익숙한 인물로 나온다. 아무 꺼리낌 없이 마약을 유통시키지만 왠지 그 인물 자체는 악한 인물보다는 뭔가 영화의 재미를 위한 '도구' 정도로 등장한다. 돈을 밝히기는 하지만 마약 유통은 경쟁자에게 넘기고 자신은 돈만 챙긴다. 힘은 없지만 든든한 보디가드 덕분에 번번히 빠져나가고 생존한다. '악한 놈이 아니라 악한 짓을 재미있게 하는 놈'이라는 인상을 준다. 너무 밉지 않은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비틀어 가볍게 만들고, 다소 재미 없는 주제에 양념을 쳐서 재미있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약간 현실을 꼬집는 대사도 등장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빵빵 터지는 웃음 정도는 아니지만 억지웃음을 자아내려는 어색한 연기가 거의 없어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였다. 아마도 <극한직업>이 주는 중의적 제목이 지금 현실에서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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