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수원시

  
"중앙정부의 물량 확보 식 주택정책은 지역 주민의 삶을 담지 못한다. 지역의 산과 개울은 주민들이 공유하는 기억의 저장고이다. 공유된 기억이 공동체를 형성한다. 함께하는 기억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한 공간에 살아도 섞이지 않는 타인일 뿐이다" - 염태영 수원시장 기고문 '삶을 담은 주택정책' 중

2018년 12월의 마지막 날 염태영 수원시장은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에 빗대 지역 주민의 소중한 농장 터전을 지키지 못한 유감의 마음을 표했다. 90세의 건축가 츠바타 슈이치와 87세 츠바타 히데코의 삶을 다룬 그 작품이 바로 일본의 난개발과 재개발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

그 인연으로 지난 1월 29일 오후 4시, 수원시청에선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영화로 보는 감성 키워드 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거기서 <인생 후르츠>가 상영된 것. 상영 후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사회로 이어진 토크쇼에서 염태영 시장과 정상진 엣나인 필름 대표 등의 패널은 도시 개발 이슈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

수원시청서 상영된 <인생 후르츠>, 그리고 염태영 시장의 고백

염태영 시장은 2016년 문 닫게 된 당수동 시민농장에 대한 깊은 아쉬움부터 토로했다. 6년간 시민들이 운영하며 다양한 축제와 소통의 장이었던 곳이 국토교통부 주도로 공공택지지구개발 사업에 들며 끝내 마무리해야 했다. 

염 시장은 "한 달 전에 시민농장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시민들이 추억축제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농장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만 했다"며 "<인생 후르츠> 속 츠바타 슈이치씨가 그 지역에 남아 50여 년 동안 밭을 일구고 나무를 심었던 이유 역시 산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거나 잘못된 (개발) 계획에 대한 개인적 항거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염 시장 말대로 영화는 과거 도시 재건 사업에서 숲과 나무를 심고 친환경적으로 터전을 일궈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묵살된 츠바타 슈이치의 과거를 대비시키며 그가 왜 평생 한 동네에서 아내와 슬로라이프를 살고 있는지를 따뜻한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일본에선 이미 관객들의 극찬을 받으며 약 1년간 장기 상영됐고, 지난 12월 한국에서도 개봉한 후 현재까지 6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찾았다. 
 
 지난 29일 수원시청에서 진행된 '차근차근 천천히 토크쇼' 현장.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 상영 이후 토크쇼가 진행됐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진행을 맡았고, 염태영 수원시장, 해당 영화를 수입한 엣나인 필름 정상진 대표가 참석했다.

지난 29일 수원시청에서 진행된 '차근차근 천천히 토크쇼' 현장.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 상영 이후 토크쇼가 진행됐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진행을 맡았고, 염태영 수원시장, 해당 영화를 수입한 엣나인 필름 정상진 대표가 참석했다.ⓒ 수원시

 
이어 염 시장은 "주택은 주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며 "집은 그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와 이웃과 소통 방식에 영향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철학을 밝혔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지속가능발전 비서관을 지내며 환경정책을 입안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 후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를 하며 40일간 도보 순례를 했고, 40일간 걸으며 참회하는 심정이었다. 영화를 보며 츠바타 슈이치씨가 아마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염태영 수원시장)
 

토크쇼를 참관하던 시민들은 "시민농장을 직접 운영했다"며 지금은 사라진 농장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거나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정책에 대한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염태영 시장은 "건축주 입장에선 원룸이나 다가구 같은 건물을 짓고 싶어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엔 영화 속 츠바타 슈이치가 설계한 그곳처럼 바람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얘길 하면 재산소유권자가 소송을 진행하고 결국 지는 경우가 많으나 제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엔 바람길이 있는 건물들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인생 후르츠>를 수입 및 배급한 정상진 대표는 "정책과 영화를 연결한 시각은 처음"이라며 "이 영화를 도시정책적 시각으로 보시고 그것이 시정에 반영된다면 저 역시 보람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해당 행사를 주관한 수원시 관계자는 "처음 진행한 (영화 관련) 행사여서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컸다"며 "우리도 생각지도 못한 발전적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9일 수원시청에서 진행된 '차근차근 천천히 토크쇼' 현장.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 상영 이후 토크쇼가 진행됐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진행을 맡았고, 염태영 수원시장, 해당 영화를 수입한 엣나인 필름 정상진 대표가 참석했다.

지난 29일 수원시청에서 진행된 '차근차근 천천히 토크쇼' 현장.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 상영 이후 토크쇼가 진행됐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진행을 맡았고, 염태영 수원시장, 해당 영화를 수입한 엣나인 필름 정상진 대표가 참석했다.ⓒ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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