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호소다 마모루의 <미래의 미라이>(2018)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오래 기다렸어요. 지난해 8월 후쿠오카의 거리에서 만났던 포스터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의 마코토를 떠올리게 했고, 개봉을 기다리던 중 부산 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하지만 언제나처럼 모두가 원하는 티켓을 손에 쥐는 실력은 없는지라, 지난 부산 영화제에서도 그를 만나지 못했지요. 영화제 기간 내내 작품에 대한 평은 무척이나 좋았으니 조만간 정식으로 개봉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결국은 새해의 첫 달에 그들을 만나게 되네요. 마코토가 아닌 미라이와 쿤을 말이에요.
 
후쿠오카에서 만난 포스터 작년 8월이었어요. 후쿠오카 거리에서 <미래의 미라이> 포스터를 만났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떠올랐고,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 후쿠오카에서 만난 포스터 작년 8월이었어요. 후쿠오카 거리에서 <미래의 미라이> 포스터를 만났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떠올랐고,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 이창희

  
<미래의 미라이>는 아버지가 된 감독의 가족에 대한 성찰과 애정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모든 장면이 등장인물에 대한, 특히 '동생에게 빼앗긴 관심을 되찾으려 고군분투' 중인 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멀리 보이는 화면들이 하나하나 지나갈 때마다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가며 네 살의 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관심을 훔쳐가 버린 '미라이'를 받아들이게 되고, 엄마·아빠·선대의 시간까지 공유하게 되며 진정한 가족이 됩니다.
 
영화에서 가족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는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을 오랫동안 지켜봤을 떡갈나무예요. 영화 도입부에서 카메라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장면을 통해 그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서서히 들어옵니다. 멀리 요코하마 만을 스치듯 지나온 시선은 선명한 주황색의 지붕을 가진 협소주택으로 집중해서 들어와요. 집 앞의 정원에는 그 자리에 굳건하게 뿌리내린 떡갈나무가 우뚝하니 서 있고요. 아마 몇 대를 거쳐 그 자리를 지켰겠죠? 쿤의 가족이 몇 대의 가계를 유지하며 지금의 가족을 이루는 것을 모두 지켜보면서 말이에요. 이 나무에 시간의 웜홀을 관장하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어 보여요. 
 
<미래의 미라이> 속 집, 그리고 떡갈나무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이 작품에서 제 시선을 끈 것이 또 있어요. 바로 쿤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호소다 감독은 실제로 건축가에게 집의 설계를 요청했다고 해요. 구글에 몇 개의 단어를 돌렸더니 실제 건축가의 설계와 건축 모형의 이미지가 나오네요. 감독은 분명히 쿤네 가족이 살게 될 집을 주변의 어떤 환경도 바꾸지 않은 채로 만들어 내고 싶었던 게 분명해요. 나지막한 둔덕이었을 그 공간의 땅과 나무를 그대로 살려서 집을 지으려니, 각각의 '방'은 높이를 통해 구분되어 있습니다.
 
 영화 <미래의 미라이>장면

영화 <미래의 미라이>장면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일 높은 곳엔 가족들의 사적인 공간인 침실과 욕실을 배치했고요, 아래층은 부엌과 거실을 겸하는 공간입니다.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던 떡갈나무가 주인인 정원이 놓여있지요. 쿤은 이 정원을 통해 가족의 역사를 자유롭게 여행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가장 아래층엔 거리를 향해 있는 아이들의 전용 놀이 공간이 있는데, 부엌의 통창을 통해서 정원과 놀이방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조예요.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워 지어진 공간이지만 높이를 통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니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집이란 것이 이렇게 '가족'의 취향을 품어낼 수 있는 공간이었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결국, 집이라는 공간과 그곳을 여러 대에 걸쳐 지켜본 떡갈나무를 통해, 쿤은 '가족의 시간'을 여행하게 됩니다. 이 놀라운 여행을 통해 쿤은, '선택하지 않은 채' 속해버린 가족을 이해하게 되었고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동생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그렇게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알아채게 되는 거예요.

영화에서 네 살짜리 꼬마에게 '너는 누구'인지를 묻는 장면이 나와요. 지금의 제게도 쉬운 질문이 아닌데, 쿤에게는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하지만, 쿤은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냅니다. 그 장면에서는 저도 같이 환호할 수밖에 없었어요.
 
'가족'에 관해 던지는 질문

'전통적인 가족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이 영화에서 왜 갑자기 <어느 가족>(2018)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때문이었을 거예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어느 가족>을 통해 던졌던 질문은 '선택하지 않은 채 소속되어 버린' 관계의 불의에 대한 것이었어요. 어쩌면 '스스로 선택한 관계'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미래의 미라이>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이지요. 선택하지 않았으나, 인정하고 받아들인 관계 안에서 뿌리내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저는 두 종류의 가족 모두가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지만요.
  
 영화 <어느 가족>의 한 장면.

영화 <어느 가족>의 한 장면. ⓒ 티캐스트

 
미라이는 '미래'의 일본어 발음이에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후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넘나드는 여행'은 이번에도 계속됩니다. 가족의 탄생을 지켜본 떡갈나무와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함께한 '집'이라는 공간과 함께 말이에요. 

사랑스러운 이야기였습니다. 따뜻한 그림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인물들, 게다가 인물을 창조한 작업자들의 정성이 더해져서인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여행이었네요. 당신도 한 번 이 질문에 대답해 보세요. 혹시 알아요, 언젠가의 시간으로 휙 빨려 들어갈 수 있을지?
 
당신은 누구입니까?
영화로 세상읽기 미래의 미라이 어느 가족 가족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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