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성못> 포스터

영화 <수성못> 포스터ⓒ 인디스토리

 
어느 날 대구에 위치한 유원지 '수성못'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영화 <수성못>에서 한 남자가 물에 빠진 것이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희정(이세영)이 해당 사건에 얽혀든다. 이 과정을 우연히 목격한 영목(김현준)이 희정에게 접근해온 건 순전히 의도적이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던 희정의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영화 <수성못>은 대구 수성못 생태계 주변에서 서식하는 청춘들의 고군분투하는 삶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여자, 간절히 죽기를 바라는 남자

영화는 희정과 그 주변인물들, 그리고 영목을 중심으로 하는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각각의 축으로 그린다. 희정은 어느 누구보다 바쁘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대구를 벗어나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편입하기 위해 공부 중이었으며, 그 비용은 온전히 수성못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충당하고 있던 참이다.

이토록 짠내 나게 열심히 살아오던 그의 눈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책만 읽는 동생 희준(남태부)이 탐탁지 않게 다가오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그러면서도 희준은 남자라는 이유로 집에서 희정과 전혀 다른 대우를 받고 있었기에, 희정은 이 상황을 더욱 부조리하다고 여겼다.
 
 영화 <수성못> 스틸 컷

영화 <수성못> 스틸 컷ⓒ 인디스토리

 
"임마 좀 치열하게 살아라. 치열하게!" 희정이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멘트다. 무언가 목표의식도 없이, 그리고 해보려고 하는 시도조차 없이 스스로를 일정한 틀 안에 가둬두고 있는 동생 희준. 희정으로서는 동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처럼 발버둥을 쳐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건만, 참으로 한심했다.

희정에게는 영목이 단순히 휴대폰 가게에서 일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청년으로 다가왔지만, 사실 영목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동반자살 동호회를 조직하는 등 어느 누구보다 죽기를 원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동반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함께 죽을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한 사람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바둥거리며 살아가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어떻게든 죽기 위해 애를 쓰는, 양 극단에 위치한 두 사람의 만남은 희극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무척 비극적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하던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희준을 볼 때마다 희정은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곤 한다. 그러나 과연 희준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희정만큼 '노오력'을 하지 않는 게 문제인걸까. 희정이 영목으로 인해 자살방지센터에서 만나 인연을 맺게 된 과거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들은 과연 '노오력'이 부족하여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하게 된 것일까?
 
 영화 <수성못> 스틸 컷

영화 <수성못> 스틸 컷ⓒ 인디스토리

 
영목을 비롯하여 함께 동반자살을 기도했던 사람들 역시 단지 희정이가 말하는 것처럼 '노오력'이 부족하고 치열하게 살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하는 것일까? 이들 또한 희정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치열하게 살아왔으나 혹시 부조리한 세상이 이들을 배신한 건 아닐까?

세상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수성못에서 자살을 기도했다가 뒤늦게 나타난 박씨(강신일)에게는 잠깐의 낭만조차도 누릴 틈이 주어지지 않는다. 희정은 또 어떤가. 서울로 편입시험을 치르러 갔던 희정에게도 잠깐의 긴장을 늦추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지 여지없이 보여준다. 한 마디로 '눈 감으면 코 베어 먹을 세상'이다. 이 정도의 세상이라면 도리어 제 정신을 차리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법하다.

청년들을 위로해주는 영화

깨끗하고 밝은 수성못의 외부 풍광은 우리의 삶을 멀리서 조망했을 때의 희극과 같다. 반대로 수성못 수면 아래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부유물로 가득 들어찬 탁한 수중 속 모습은 삶을 가까이서 봤을 때의 비극적인 요소를 상징한다.

동반자살을 기도하며 방에 연탄불을 피워 뿌옇게 흐려진 방안에서 연신 기침을 해대는 사람들의 모습은 자못 심각한 상황임에도 어딘가 모르게 쓴 웃음을 유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탁하기 이를 데 없는 수성못의 수중 속 광경을 고스란히 오버랩시킨다.
 
 영화 <수성못> 스틸 컷

영화 <수성못> 스틸 컷ⓒ 인디스토리

 
그렇다. 세상은 밝은 측면도 존재하지만, '노오력'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탁한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다소 자조적인 색채의 이 영화는 청년들이 현재 딛고 서 있는 세상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곳인가를, 그리고 이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를 희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삶의 양쪽 측면을 가벼운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비추며 조용히 공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청년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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