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25일 출시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킹덤> 시즌1은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전염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에서,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분)가 악의 세력을 대표한다. 그에 맞서 왕세자 이창(주지훈 분)이 반대 세력을 대표한다.
 
자기 혈통으로 왕을 세우겠다는 조학주의 집념이 좀비 전염병의 출발점이다. 왕세자 이창을 내몰고 자기 핏줄로 다음 임금을 세우자면, 일단은 현 왕비인 자기 딸이 왕자를 낳아야 한다. 그런 다음, 자기 외손자를 내세워 왕세자를 없애겠다는 게 조학주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현 왕비가 아이를 낳기도 전에 왕이 죽었다. 그래서 조학주는 전 어의 이승희를 은밀히 불러 극약 처방을 주문했다. 말 그대로 극약 처방이었다. 이승희는 생사초라는 약초를 써서, 숨이 멎은 왕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살아난 왕은 인간이 아니라 좀비였다. 이 좀비를 외손자 출생 전까지만 살려두겠다는 게 조학주의 수정 계획이다.
 
조학주의 보호 하에, 좀비가 되어 밤마다 인간을 공격하고 잡아먹는 왕. 그에게 공격받아 목숨을 잃은 어의의 젊은 조수. 그 조수의 시신을 인육으로 삼아 아사 위기를 넘긴 백성들도 좀비로 변신했다. 이들의 공격을 받은 사람들도 좀비로 둔갑했다. 이들이 밤만 되면 인간을 공격한다. 아수라장이나 아비규환 같은 단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처참한 광경이 달빛 아래 조선에서 매일 같이 펼쳐진다.
 
역병 발생 건수가 가장 많았던 숙종 시대

좀비 전염병은 <킹덤> 속 설정에 불과하지만, 드라마 상황 못지않게 끔찍한 일들이 조선시대에 자주 발생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킹덤>에서는 전염된 사람이 다른 인간을 직접 공격하는 방법으로 병을 퍼트리지만, 실제 조선에서는 전염된 사람의 몸에서 나온 병원균들이 다른 인간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병을 퍼트렸다는 점뿐이다. 
 
  조학주(류승룡 분).

조학주(류승룡 분).ⓒ 넷플릭스

  
조선왕조가 건국된 1392년부터 왕조 멸망 19년 전인 1891년까지 500년간의 전염병 발생 실태를 조사한 김영환 고려대 보건행정과 교수의 논문 '조선시대 역병 발생 기록에 관한 분석 연구'에서는 "500년간의 역병 발생 햇수는 160개년으로 32%를 보여, 3년마다 1회꼴로 질병이 유행하였다"고 했다.
 
그 500년간 중에서 전염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간은 우리한테 매우 친숙한 시기다. 장희빈·인현왕후·최숙빈의 여인천하로 잘 알려진 숙종시대, 탕평정치와 사도세자의 비극으로 유명한 영조시대가 바로 그때였다. 위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역병 유행 횟수를 왕(王)별로 볼 때, 숙종(1675~1720) 시대에 25회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영조(1725~1776) 시대로서 19회, 그리고 세조(1455~1468) 시대에는 단 1회를 보였다."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가 2001년 발행한 <보건과학논집> 제27권 제2호에 수록.
 
조카 단종을 죽이고 아버지 세종의 측근들을 학살한 수양대군의 시대라서 역사적으로 악명이 높은 세조 재위 기간에는 역병 발생 건수가 단 1건에 불과했다. 인간과 인간의 갈등이 심각했던 데 반해 인간과 병원균의 갈등은 거의 없는 시대였던 것이다.
 
위 논문에서는 숙종 시대에 역병 발생 건수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염병 사태는 숙종 즉위 4년 및 3년 전인 1670년과 1671년에 있었다. 이때의 전염병은 기상이변에 따른 것으로 대기근과 함께 발생했다. 1670년은 경술년이고 1671년은 신해년이다. 그래서 이때의 재난은 경신 대기근으로 불린다.
 
전염병에 기근, 거기다 자연재해까지 덥친 그 때

경신 대기근 당시 지구는 소빙기였다. 전반적으로 날씨가 추웠다. 기온이 떨어지고 자연환경이 변하니, 신체의 면역력과 농업생산이 함께 떨어졌다. 그래서 전염병과 기근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가 자연재해까지 덥쳐 설상가상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세자 이창(주지훈 분).

세자 이창(주지훈 분).ⓒ 넷플릭스

  
당시의 전염병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이 시기의 인구 감소에서 드러난다. 김문기 부경대 연구교수의 논문 '17세기 중국과 조선의 재해와 기근'은 이렇게 말한다. 아래의 수치는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뿐 아니라 기근 및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까지 합한 것이다.
 
"수한(수재·한재) 재해와 냉해 그리고 전염병이 덥치면서, 경신대기근은 유례가 없는 엄청난 사망자를 낳았다. 현종 13년(1672)의 호적을 현종 10년의 수치와 비교하면, 가호(가구)는 16만 5357호(12.3%), 인구는 46만 8913명(9.08%) 감소했다. (호적에서) 누락된 인구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여, 김성우는 경신 대기근 때 실제적인 사망자는 약 140만 정도로 전체 인구의 11~14%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화여대 이화사학연구소가 2011년 발행한 <이화사학연구> 제43집에 수록.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에다가 기근 및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까지 합하면 사망자 숫자가 47만이 될 수도 있고 140만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드라마 <킹덤> 속의 참극과 비교할 때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보다 인구 이동이 적은 시대인데도, 전염병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상 비서실 근무일지인 <승정원일기>의 현종 11년 1월 4일자(양력 1670년 1월 24일자) 기록에 따르면, 이때 충청도에서 역병에 감염된 사람은 513명, 사망자는 30명이었다. 그런데 2개월이 좀 지난 양력 3월 하순부터는 전라도·평안도·경상도는 물론이고 바다 건너 제주에까지 역병 피해가 확산됐다.
 
병원균이 인간만 공격한 게 아니다. 가축도 구제역 피해를 입었다. 이준호·이상임의 공동논문 '조선시대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 발생과 공옥(空獄) 사상의 교정적 의미 고찰- 소빙기 경신 대기근을 사례로'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래의 연월일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으로 보인다.
 
"구제역도 창궐하여 황해도에서만 7월 한 달 동안 897마리의 소가 폐사하였고, 8월에는 16000마리로 증가했다. 황해도에서도 우역의 피해가 지속되어 9월 1달 동안 8418마리가 추가로 폐사하였다. 경기도에서도 우역으로 인해 3500마리의 소가 죽었고, 이후 1800마리가 더 폐사했다. 11월에 전염병의 기세는 더욱 거세어져 황해도에서 2350마리가 폐사하였는데, 황해도에서만 11월까지 도합 22165마리의 소가 폐사하였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아비규환 같은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음력으로 현종 11년 5월 2일자(양력 1670년 6월 18일자) <현종실록>에 따르면, 이 같은 대재난을 보고받고 현종 임금은 이렇게 탄식했다.
 
"가엾은 우리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아, 허물은 나에게 있는데, 어째서 재앙은 백성들에게 내린단 말인가!"

청결하기로 유명했던, 옛날 한국인들 
 
 좀비 사태로 아비규환이 된 동래부.

좀비 사태로 아비규환이 된 동래부.ⓒ 넷플릭스

  
현대인들의 선입견과 달리 옛날 한국인들은 청결하기로 유명했다. 그것도, 국제적으로 유명했다. 북중국 강국이었던 북위(386~534년)의 역사서인 <위서>의 고구려 열전에서는 고구려인들이 몸을 깨끗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1123년에 송나라 외교사절단의 일원인 서긍이 편찬한 <고려도경>에서도 "옛날 역사책에서는 고려 사람들이 청결하다고 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면서 "고려인들은 중국인들이 때가 많다고 비웃는다"고 말했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 고려에는 목욕을 매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200년대 후반에 중국을 여행한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중국인들의 목욕 문화를 높게 평가했다. 그런데 그 중국인들도 높이 평가할 정도로 한민족의 목욕 습관은 유명했다. 옷만 백의를 입는 게 아니라 몸도 유별나게 깨끗이 하는 민족이었던 것이다.
 
몸을 청결히 했으니 위생 수준도 높았겠지만, 기온이 떨어져 면역력이 저하되고 생산 감소로 먹을 게 감소하는 데는 장사가 있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옛날 한국에서는 <킹덤> 이상의 대재앙이 발생하여 인간은 물론이고 가축들까지도 전염병에 대거 희생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