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바레인을 힘겹게 넘고 토너먼트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년 UAE아시안컵 16강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7번째로 8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오는 24일 이라크를 1-0으로 꺾은 카타르와 준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할 예정이다.

한국은 한 수 아래로 꼽히는 바레인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이미 그 자체 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긴 어려운 졸전에 가까운 경기였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의 토너먼트에서는 경기 내용보다 승리가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예상보다 힘든 경기를 펼쳤지만 끝내 승리를 따내면서 좋은 분위기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연장전 승리의 좋은 흐름이 다음 경기에도 이어진다면 체력적인 부담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하던 경기 흐름 속에 터진 황희찬의 통쾌한 선제골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전에서 황희찬이 왈리드 알 하얌 수비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전에서 황희찬이 왈리드 알 하얌 수비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별리그 무실점 3연승의 열매는 달콤했다.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껄끄러운 상대인 이란과 일본, 그리고 이왕이면 마지막 순간에 만나고 싶은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을 모두 피했다. 16강 상대로 피파랭킹 113위의 바레인을 만난 것도 조별리그 3연승이 준 결과다. 바레인은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1무 1패로 3위에 머물며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한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다. 역대 A매치 상대전적도 10승 4무 2패로 한국이 일방적으로 앞서 있다.

하지만 한국이 바레인에게 당한 2패는 모두 아시안컵 무대에서 기록한 것이다. 지난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2골로 한국이 승리했지만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다. 한국은 좌우측 측면 수비수가 김진수(전북현대)와 김문환(부산 아이파크)에서 홍철(수원삼성)과 이용(전북)으로 바뀌었을 뿐, 지난 16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와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만약 한국이 바레인에게 선제골을 허용한다면 중동축구의 전매특허인 '침대축구'에 당해 상당히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유지하고 선제골을 넣으며 아예 '침대축구'를 할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황희찬(함부르크SV)과 이용을 활용한 오른쪽 측면에서 기회를 만들며 경기을 풀어 나갔다. 바레인도 전반 3분 강력한 중거리슛을 통해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한국은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도 바레인의 밀집수비에 막혀 좀처럼 슛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다소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20분까지 하나의 슛도 때리지 못하던 한국은 전반 2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황인범(대전 시티즌)이 첫 슈팅을 기록했지만 벽을 쌓고 있던 바레인의 수비에 막혔다. 한국은 바레인 수비가 밀집된 상황에서 시도한 얼리 크로스가 바레인 수비에 손쉽게 걸리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측면으로 이동시키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전반 32분에는 황희찬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며 기회를 만들었지만 퍼스트터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황희찬은 전반43분 이용의 크로스가 골키퍼 맞고 빠져 나온 공을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으며 바레인의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은 황희찬의 골에 힘입어 1-0으로 기분 좋게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동점골 허용했지만… 교체 선수 김진수 연장 결승골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 연장전. 골을 성공한 김진수가 환호하고 있다. 2-1 한국 승리. 2019.1.23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 연장전. 골을 성공한 김진수가 환호하고 있다. 2-1 한국 승리. 2019.1.23 ⓒ 연합뉴스


한국은 전반전 45분 동안 70%가 넘는 볼 점유율을 기록하며 바레인을 상대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슈팅숫자는 오히려 4-6으로 뒤졌다. 그만큼 바레인의 밀집수비에 막혀 슛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에 기록한 단 하나의 유효슈팅이 골로 연결되면서 귀중한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전 수비 위주로 나선 바레인도 후반에는 동점골을 넣기 위한 전술변화가 불가피했다.

바레인은 후반 시작과 함께 라인을 위로 올리며 동점골을 위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왔다. 한국 역시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손흥민의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좋은 기회들을 만들었다. 후반10분에는 황희찬이 만든 프리킥 상황에서 정우영(알 사드)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바레인 문전을 위협했다. 바레인은 후반 11분 측면 공격수를 교체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단행했다.

한국은 후반 22분 이청용 대신 주세종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고 후반 24분에는 자말 라시드의 왼발슛을 김승규 골키퍼(비셀 고베)가 멋지게 막아냈다. 하지만 바레인은 후반 31분 황희찬이 쓰러져 있는 틈을 타 왼쪽 측면을 공략하며 알 로마이히가 동점골을 만들었다. 조별리그를 무실점으로 끝낸 한국의 이번 대회 첫 실점이었다. 

후반 34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하며 측면 공격진에 변화를 준 한국은 동점골을 허용한 후 어렵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한국은 후반 43분 황인범 대신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를 투입했지만 뭔가를 보여주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여기에 바레인의 사히드 알라위 하심 골키퍼마저 갑작스런 근육경력을 일으키면서 시간은 더욱 지연됐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만든 1:1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연장 초반 이승우가 활발한 움직임으로 기회를 잡았지만 바레인이 골키퍼가 부상으로 교체되는 상황에서 3분가량을 소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선수들이 점점 초조해지는 듯했지만 한국은 연장 전반 추가시간 이용의 크로스를 교체 선수 김진수가 멋진 다이빙 헤더로 골을 만들며 2-1로 앞서갔다. 한국은 연장후반에도 바레인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늦은 시간까지 축구팬들을 애타게 했던 120분이었다.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 연장전. 골을 성공시킨 김진수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 연장전. 골을 성공시킨 김진수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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