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포스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포스터.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중고등학생일 때도, 대학교에서도, 완연한 어른이 되어서도 각각 최소 한 번씩 봤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렇게 또 보았다. 앞으로도 종종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는 북미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명하다. 학창시절 한국의 선생님들이 한 번쯤은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키팅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그야말로 '이상(理想)' 그 자체다. 

누가 이 작품을 만들고 연기했나 간략히 살펴보자. 호주 출신의 피터 위어 감독은 이 작품 전부터 유명했지만 이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후에 <트루먼 쇼> <마스터 앤드 커맨더> 등의 두고두고 회자될 명작을 남겼다. 

그리고 5년 전 세상을 뜬 로빈 윌리엄스가 있다. 그는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수많은 상을 휩쓸고 적절한 흥행을 이끈 대 배우다. 비록 2000년대 이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영원히 남을 배우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완연한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선 에단 호크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아카데미 각본상에 빛날 만큼 빈틈 없이 탄탄한 이야기를 자랑한다. 1950년대말 미국, 졸업생의 75% 이상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는 명문 웰튼 아카데미 입학식이 열린다. 여지없이 훌륭한 인재들이 입학하고, 퇴임한 영어 선생의 후임으로 키팅 선생이 부임한다. 

빡빡한 스케줄로 입학 초기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 가운데 닐, 녹스, 토드, 찰리 등 친한 7명이 있다. 이들은 '전통, 명예, 규율, 최고'라는 학교의 교훈을 '익살, 공포, 타락, 배설'로 고쳐 부르며 담배도 꼬나무는 악동들이다. 하지만 저녁이면 어김없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는 모범생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키팅 선생의 수업은 이들로 하여금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키팅 선생은 '시(詩)'를 점수 매기려는 시 교과목 교재의 서문을 찢어버리고 직접 자작시를 지어오게 한다. 또 통일되게 걷지 말고 제멋대로 걸어보라는 등 파격적 수업을 이어간다. 그 바탕에는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 있다. 

급기야 그가 웰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때 만든 비밀 스터디 모임 '죽은 시인의 모임'이 7인의 손에 의해 부활된다. 그 여파로 닐은 연극을 시작하고 녹스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내보이고, 찰리는 회합에 여자친구를 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닐이 아버지의 극심하고 완고한 반대에 부딪혀 괴로워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생애 처음으로 진정 자신을 알게 된 이 학생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입시' 아닌 '인생'에 도움이 되는 교육
 
 키팅 선생은 학교가 추구하는 '입시'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인생' 교육을 실시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키팅 선생은 학교가 추구하는 '입시'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인생' 교육을 실시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 부르며 책상 위로 올라가는 명대사와 명장면으로 유명하다. 비단 미국뿐만 아닐, 한국의 수십 년 교육 역사와 현실에 정확히 반(反) 하는 교육의 이상향을 그리기에, 판타지로 읽히면서도 시원하고 씁쓸한 결말을 안긴다. 

영화는 교육의 이상향을 키팅 선생으로 보여준다. 그는 외우는 법 아닌 생각하는 법, 점수 매기는 법 아닌 판단하는 법,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법, 다른 각도에서 보는 법, 신념을 기르고 유지하는 법 등 '입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가르친다. 

반면 그것들은 '인생'에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일 테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입시가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해볼 때 오히려 방해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게 현실이고, 그래서 하염없이 안타깝다. 

키팅 선생과 아이들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해고, 퇴학 또는 복종.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고 바뀌는 것 또한 없다. '죽은 시인의 모임'은 말 그대로 죽은 시인의 모임일 뿐이다. 죽은 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렇다고 살아 있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시와 미, 낭만, 사랑
 
 시와 미, 낭만, 사랑이 지향하는 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과의 조화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시와 미, 낭만, 사랑이 지향하는 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과의 조화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물론 현실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세상을 지배하는 기득권층은 더욱 바꾸기를 마뜩찮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바뀔 수 있다. 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그들이 신봉해 마지 않는 '교육'적 방법으로 말이다. 그건 바로 영화 속 키팅 선생이 말하는 시와 미, 낭만, 사랑이다. 

여기서 쉽게 착각할 수 있는 지점은 시와 미, 낭만, 사랑이 지향하는 바이다. 시와 낭만이 반드시 '예술'과 '예술가'만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삶의 목적이자 삶에 예술적이고 낭만적 감수성을 품게 하는 게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극단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등 삶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과 대척점을 이루지 않고 조화를 이루면 되는 것이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현재를 잡아라 등의 뜻을 지녔다. 한 번 지나간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 법, 그때만 할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영화가 말하는 교육의 이상향, 그것은 다분히 교육의 대상을 향한다. 교육의 대상인 학생들이, 청춘들이 주체가 된다. 한 명 한 명 모두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삶의 주인이 된다.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영화가 교육 현장에서 주요한 교재로 사용되면 좋겠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발 이 영화가 그렇게 사용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교육의 방향과 방법이 바뀌어, 학생들의 삶이 주체가 되고 이 영화가 말하는 교육적 이상에 조금이라도 다가간다면 이 영화는 더 이상 꼭 필요한 교재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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