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형제들이 맞잡은 손은 오늘 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울려 퍼지는 아리랑은 더 뜨겁게 그들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전반전에 4골 차까지 벌어진 점수를 좁히기가 매우 어려워 보였지만 우리 형제들은 끝내 후반전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며 만세를 부를 수 있었다.
 
 10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남자핸드볼 세계선수권 대회 개막전에서 교포 2세들이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2019.1.11

10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남자핸드볼 세계선수권 대회 개막전에서 교포 2세들이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2019.1.11 ⓒ 연합뉴스

 
조영신 감독이 이끄는 코리아(남북단일팀) 핸드볼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9일 오후 9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로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9 세계 남자핸드볼 선수권대회 프레지던츠컵(순위결정전) 일본과의 21~24위 대결에서 전반전 2점 차 열세를 뒤집으며 27-25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전반전, 점수 차 좁히고

다구르 시구르드손(아이슬란드)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일본의 조직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니었다. 한국 남자핸드볼대표팀을 충분히 위협하고 있는 최근 경기 기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었기에 이번 남북 단일팀 '코리아'도 끝까지 방심할 수 없었다.

자신들에게 공격권이 있을 때 골키퍼를 빼고 일곱 명 모두가 공격수로 배치되는 변칙 전술을 자주 펼친 일본이 전반전에 앞서나갔다. 그만큼 조직력을 잘 다지고 나왔다는 뜻이었다. 

일본의 주공격 패턴은 왼쪽 날개를 맡은 도이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뛰어난 탄력을 바탕으로 높은 점프력을 자랑하며 유연한 손목으로 비틀어 던지는 기술이 뛰어난 도이가 이 게임 최다 득점(10골)을 기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24분 40초 도이의 왼쪽 날개 공격이 성공하며 점수는 7-11까지 벌어졌다. 이에 코리아 벤치에서는 작전 시간을 요청하여 4점 그 이상으로 점수 차가 벌어지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는 강한 주문을 선수들에게 불어넣었다.

벤치의 작전 시간 요청이 적절했다는 증거는 전반전 종료 점수판에 드러났다. 피벗맨 김동명이 얻은 7미터 던지기 기회를 왼손잡이 조태훈이 침착하게 던져넣으며 11-13으로 따라붙었고, 강전구가 유연한 상체 페인팅 몸놀림을 자랑하며 골을 터뜨려 12-14로 점수를 묶었다. 전반전 끝나기 직전에 일본의 빠른 공격이 코리아 골문을 위협했지만 박재영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2점 차로 틀어막은 것이다.

차근차근 따라붙은 후반전, 끝내 뒤집다

코리아 형제들은 후반전에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기에 덤비지 않았다. 31분 45초에 레프트백 박광순이 듬직한 전진 공격으로 '14-14' 후반전 첫 동점을 만들어냈다.

박광순의 활약은 40분에도 이어졌는데, 정면에서 가볍게 뛰어올라 꽂아 넣는 슛 기술을 자랑하며 17-16으로 후반전에는 처음으로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본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42분 도이의 속공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17-17이 되었고 43분 45초에 요시노의 점프슛이 더 들어갔다. 일본이 18-17로 다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어느 팀이라도 실수 하나가 나오는 순간, 게임이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뛰었다. 엎치락뒤치락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핸드볼만의 묘미는 바로 그때부터였다. 

그러나 일본 선수들의 거친 수비 방법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몰랐나 보다. 44분 8초 일본 팀 주장 시다가 코리아 에이스 강전구를 거칠게 수비하다가 2분 퇴장을 당한 것이다. 이때부터 일본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대로 코리아 팀 주장 센터백 정수영은 47분 20초에 상대 수비수들이 예측하기 힘든 왼손 슛을 성공시켜 다시 20-19 한 골 차로 달아났다. 

53분 34초에도 일본의 모토키에게 2분 퇴장 명령이 떨어졌다. 코리아 왼쪽 날개 최범문에게 거친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여기서도 적중률 뛰어난 조태훈이 왼손 7미터 던지기를 깨끗하게 꽂아 넣으며 23-23 다시 균형을 이뤘다.

이처럼 60분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일본 수비수들은 노골적인 반칙으로 코리아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일본은 도이의 성공률 높은 왼쪽 날개 공격으로 25-25까지 따라붙었지만 고의적인 반칙을 연거푸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57분 45초에는 조태훈 자신이 얻은 7미터 던지기를 스스로 잘 던져 넣어 26-25로 앞서나갔고 59분 4초에도 강전구가 얻은 7미터 던지기를 역시 조태훈이 완벽하게 성공시켜 최종 점수판 27-25를 만들어낸 것이다.

코리아의 수비는 거친 반칙 거의 없이 조직적으로 효율성을 높인 반면 일본의 수비는 개인의 힘에 의존한 반칙 행위들로 종료 직전에 무너져내린 셈이다. 마지막에 동점 골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른쪽 날개 모토키의 라인 밟기 실수가 뼈아팠다.

이제 우리 코리아 선수들은 '사우디아라비아 vs 앙골라' 게임 승리 팀과 대회 마지막 21위 결정전을 펼치게 된다.

2019 세계 남자핸드볼 선수권대회 프레지던츠컵(순위결정전) 결과
(1월 19일 오후 9시, 로얄 아레나-코펜하겐)

★ 코리아 27-25(전반 12-14) 일본

◎ 선수별 득점 기록
코리아 : 강전구 7골, 조태훈 5골, 박광순 4골, 최범문 3골, 장동현 3골, 정수영 2골, 강탄 2골, 김동명 1골,
일본 : 도이 10골, 아가리에 4골, 요시노 3골, 도쿠다 2골, 가사하라 1골, 바이그 1골, 카이 1골, 나리타 1골, 와타나베 1골, 모토키 1골

◇ 주요 기록 비교
득점 : 코리아 27골, 일본 25골
슛 : 코리아 41개, 일본 42개
슛 성공률 : 코리아 65.8%, 일본 59.5%
7미터 던지기 : 코리아 7골, 일본 1골
9미터 득점 : 코리아 8골, 일본 6골
9미터 슛 성공률 : 코리아 47%, 일본 38%
6미터 득점 : 코리아 6골, 일본 2골
6미터 슛 성공률 : 코리아 75%, 일본 33%
날개 공격 득점 : 코리아 4골, 일본 7골
날개 공격 성공률 : 코리아 67%, 일본 78%
속공 득점 : 코리아 1골, 일본 6골
속공 성공률 : 코리아 50%, 일본 86%
경고 : 코리아 1장, 일본 2장
2분 퇴장 : 코리아 1회, 일본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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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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