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유엔 꽝 하이의 왼발 킥 실력은 역시 특별했다. 아시안컵에 도전하면서 스즈키컵 우승의 기세가 꺾이는 듯 보였던 베트남을 그들이 자랑하는 에이스가 가까스로 살려낸 셈이다. 꽝 하이의 왼발 킥 실력은 누가 뭐래도 아시아 톱 클래스 수준이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7일 오전 1시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에 있는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D조 예멘과의 세 번째 경기에서 2-0으로 이겨 3위로 조별리그를 끝냈다. 3위 여섯 팀 중에서 4등 안에 들어갈 가능성은 남아있기에 베트남 선수단은 하루 더 16강 희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꽝 하이의 그림같은 프리킥 선취골

이라크를 상대로 아쉽게 패한 베트남으로서는 반드시 승점 3점, 다득점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이 까다로운 조건을 팀의 간판 미드필더 응유엔 꽝 하이가 맞추기 시작했다. 

38분, 예멘 페널티 지역 밖에서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응유엔 꽝 하이의 왼발 감아차기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예멘 알-하위 골키퍼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안간힘을 썼지만 수비벽을 절묘하게 넘은 공의 궤적을 따라가기에는 모자랐다.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이 팀을 구한 것처럼 베트남의 에이스 꽝 하이도 해결사 본능을 맘껏 자랑한 것이다. 베트남은 후반전에도 상대적으로 뛰어난 조직력을 자랑하며 예멘의 골문을 쉼없이 위협했다. 

그 덕분에 63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 귀중한 추가골을 넣을 수 있었다. 판 반 득이 재치있는 드리블로 빠져들어가는 순간 예멘 수비수 알-구마에이가 노골적으로 판 반 득을 잡아 넘어뜨렸다. 아흐메드 알-카프(오만) 주심은 이 동작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단호하게 11미터 지점을 가리켰다. 

베트남의 진인사대천명, 북한 응원?

무엇보다 중요한 이 추가골 기회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센터백 응옥 하이는 상대 골키퍼 알-하위의 세이브 타이밍을 빼앗는 스텝 기술로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왼쪽으로 굴려넣었다. 

이후에도 베트남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한 골을 더 달아난다면 골 득실 기록으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점수판 앞자리 숫자를 바꾸지는 못했다. 

베트남으로서는 16강 진출권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모자란 수준의 골 득실 기록(4득점 5실점)은 아니기에 한국 시각으로 18일(금) 오전 3시가 다 되어 끝나는 조별리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조별리그 3위 팀 여섯 나라 중에서 와일드 카드를 쥐고 16강에 오르는 나라는 넷 뿐이다. 이미 A조 3위 바레인은 승점 4점을 얻었기에 그 중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16강행을 확정했다. 

베트남과 와일드 카드 잡기 경쟁을 펼칠 대상은 C조 3위 키르기스스탄(4득점 4실점)과 아직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E조 3위 레바논(0득점 4실점), F조 3위 오만(1득점 3실점)이다. 

바레인에게 넘어간 16강 와일드 카드 1장을 제외하고 한국을 상대하면서 비교적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던 C조 키르기스스탄이 베트남보다 골 득실 기록(키르기스스탄 0, 베트남 -1)이 앞섰기에 역시 나머지 1장이 유력하다. 

이제 베트남 축구팬들은 17일 밤부터 18일 새벽에 이르기까지 E, F조 3위 결정전에서 3골 차 이상의 승리 기록이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E조의 레바논보다 F조의 오만이 골 득실 기록이 좋기 때문에 베트남으로서는 이 대회 직전 최종 평가전에서 자신들과 1-1로 비긴 북한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면서 레바논에게 너무 많은 골을 내주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2019 AFC 아시안컵 D조 결과(17일 오전 1시,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알 아인)

★ 베트남 2-0 예멘 [득점 : 응유엔 꽝 하이(38분), 응옥 하이(64분,PK)]

◎ 베트남 선수들
FW : 판 반 득(72분↔응유엔 반 뚜언), 응유엔 꽁 푸엉(82분↔쩐 민 브엉)
MF : 응유엔 꽝 하이, 쫑 황, 쯔엉(53분↔응유엔 티엔 린), 도 홍 중
DF : 퐁 홍 주이, 응옥 하이, 부이 티엔 중, 도안 반 하우
GK : 당 반 럼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베트남 60.6%, 예멘 39.4%
유효 슛 : 베트남 4개, 예멘 1개
슛 : 베트남 9개(박스 안 4개), 예멘 10개(박스 안 8개)
패스 : 베트남 508개, 예멘 317개
롱 패스 : 베트남 55개, 예멘 69개
패스 성공률 : 베트남 79.9%, 예멘 66.9%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베트남 68.7%, 예멘 51.8%
크로스 : 베트남 10개, 예멘 20개
크로스 성공률 : 베트남 10%, 예멘 40%
가로채기 : 베트남 7개, 예멘 10개
오프 사이드 : 베트남 1개, 예멘 1개
코너킥 : 베트남 6개, 예멘 8개
태클 : 베트남13개 , 예멘 21개
파울 : 베트남 14개, 예멘 15개
경고 : 베트남 1장(응유엔 꽁 푸엉), 예멘 3장(아딘 마흐디, 와히드 모하메드, 알-구마에이)

◇ D조 최종 순위표
1위 이란 7점 2승 1무 7득점 0실점 +7 *** 16강 진출!
2위 이라크 7점 2승 1무 6득점 2실점 +4 *** 16강 진출!
3위 베트남 3점 1승 2패 4득점 5실점 -1
4위 예멘 0점 3패 0득점 10실점 -10

◇ 16강 진출 팀 목록(조 3위 중 성적 좋은 4팀 와일드 카드)
A조 : 1위 아랍에미리트, 2위 태국, 3위 바레인(승점 4점, 2득점 2실점)
B조 : 1위 요르단, 2위 호주, 3위 팔레스타인(승점 2점, 0득점 3실점)
C조 : 1위 한국, 2위 중국, 3위 키르기스스탄(승점 3점, 4득점 4실점)
D조 : 1위 이란, 2위 이라크, 3위 베트남(승점 3점, 4득점 5실점)
E조 :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F조 : 우즈베키스탄, 일본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베트남 박항서 아시안컵 응유엔 꽁 푸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