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의 온상 상지대를 정상화하기 위한 학생들의 10년 투쟁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의 한 장면.

사학비리의 온상 상지대를 정상화하기 위한 학생들의 10년 투쟁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졸업>의 한 장면. ⓒ 미디어나무

 
지금은 '사학비리'로 물러난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 과거 김문기 일가가 지배하고 있던 상지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1993년 문민정부 사학비리 1호로 법정 구속됐던 김문기 전 이사장은 공교롭게도 MB 정권 2년 차에 학교 이사진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박근혜가 집권하던 2014년 상지대 총장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복귀를 반대하는 학생, 교수들을 탄압했고 자신의 우상화 작업에 몰두했다. 결국 지역 명문으로 인정받던 상지대를 수렁에 빠졌다. 학생들은 더 이상 김문기 일가의 만행을 참을 수 없었고, 학교 정상화를 위한 싸움에 돌입한다.
 
 영화 <졸업>의 한 장면.

영화 <졸업>의 한 장면. ⓒ 미디어나무

 
지난해 열린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박주환 감독의 <졸업>(2018)은 '사학비리 1호' 상지대 구 재단에 맞서 학교를 지키고자 나선 상지대 학생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김문기 일가가 이사진으로 복귀한 2009년부터 그들이 시작한 투쟁은 수천만의 국민이 박근혜 퇴진을 목놓아 외치던 2016년 촛불집회 이후 일단락 된다. 그 사이 구 재단의 복귀 움직임을 막고자 했던 용감한 학생들과 상지대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학생들이 받은 상처도 만만치 않았다. 

<졸업>을 만든 박주환 감독 또한 상지대 구 재단 복귀에 반대한 학생 중 하나였다. 애초 학내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박 감독은 원주미디어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을 듣던 중, 수업 과제로 상지대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학생회에 발을 딛게 된다. 

박 감독은 이때만 해도 구 재단 복귀 반대 투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국토종단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김문기 일가의 이사진 복귀를 방조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승현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이후 학내 투쟁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졸업 후에도 상지대를 떠나지 못한 박 감독
 
 영화 <졸업>의 한 장면.

영화 <졸업>의 한 장면. ⓒ 미디어나무

 
이승현의 권유로 상지대 총학생회장까지 맡게된 박주환 감독은 이승현의 뒤를 이어 구 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나갔다. 세종대, 동덕여대 등 상지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학생들과 연대 투쟁을 벌이면서 상지대 문제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했다. 그러다가 졸업을 하게된 박 감독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상지대를 떠나지 못하고 카메라를 들고 학교를 기웃거리게 된다. 2014년, 학생들이 그렇게 반대했던 김문기가 총장으로 돌아온 이후 학교와 후배들이 몹시 걱정되었던 박 감독은 촬영을 이유로 상지대에 다시 돌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박 감독과 이승현이 김문기 복귀 반대 투쟁을 주도 했던 시기와 달리, 김문기가 돌아온 이후 김문기를 반대하는 학생들과 교수들에 대한 학교 측의 탄압은 더욱 야만적이고 잔인해졌다. 앞서도 말했지만 집권 세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공연하게 탄압하고, 그들의 귀와 입을 막고자 했던 상지대 구 재단의 행태는 이명박근혜의 축소판이었고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 시대로 회귀한 것 같은 기분까지 안겨 준다. 

학생들은 김문기 퇴진 운동에 돌입했고, 학교 측은 이들에게 무기 정학을 내린다. 학생들은 김문기를 몰아내기 위해 삭발도 하고 단식도 하고 옥상 난간 위에 올라가기도 했지만, 김문기의 학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문기 세력의 연이은 횡포와 무능으로 상지대는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오르는 불명예까지 떠안게 되었지만 당시 상지대 집권 세력 중에 책임지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이 때도 학교를 살리겠다고 나선 이는 학생들과 몇몇 양심있는 교수들 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상지대에도 탈출구가 보였다
 
 영화 <졸업>의 한 장면.

영화 <졸업>의 한 장면. ⓒ 미디어나무

 
이렇게 기약없는 투쟁을 이어갈 때쯤,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등극했다. 촛불 집회가 이어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상지대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구 재단의 갖은 압박과 횡포 속에서도 꿋꿋이 버텼던 학생들은 끝내 이겼고 김문기 전 이사장은 물러나야 했다. 김문기 복귀에 반대하다가 해고된 정대화 교수가 새 총장으로 취임하는 등 상지대는 조금씩 정상화되어가는 분위기이다. 

<졸업>은 구 재단의 횡포에 속수무책 무너져 가던 상지대가 정권이 바뀌면서 전환점을 맞게된 사실을 애써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2016년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안민석 의원 등이 속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가 상지대를 방문해 상지대 구 재단을 규탄하고, 촛불집회 정국 당시 문재인 후보가 상지대를 찾아온 이유는 사학비리에 맞서 끝까지 싸웠던 상지대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 아닐까. 

상지대 정상화는 구 재단의 거센 탄압과 만행 앞에서 결코 물러섬이 없었던 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학교는 조금씩 정상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김문기 반대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다가 학교 못지않게 많은 것들을 잃어야 했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영화 <졸업>의 한 장면.

영화 <졸업>의 한 장면. ⓒ 미디어나무

 
당시 학생들이 바랐던 것은 학교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학교를 위해서 투쟁을 이어갔고, 김문기 세력이 물러난 후 홀가분하게 상지대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상지대를 위해 목숨바쳐 싸웠지만, 정작 학교 덕은 보지 못하고 졸업한 이들. 학생들이 지금도 간절히 바라는 것은 모교인 상지대가 잘 되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겪은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김문기 체제를 몰아낸 상지대의 10년 투쟁 연대기를 통해 박근혜를 퇴진시킨 이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묻는 묵직한 영화 <졸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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