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사람이 많다. 꼭 날씬해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비만'과의 전쟁이 현대인의 가장 큰 과제로 등장한 이후 보다 과학적으로, 보다 손쉽게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발을 맞춰 다큐 프로그램들 역시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019년 1월 < SBS 스페셜 >도 '다이어트'를 화두로 내세웠다. 그런데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14년 <끼니 반란>을 통해 제시했던 '간헐적 단식'이다.

5년 전 < SBS 스페셜 > '끼니 반란'을 통해 과잉 영양 섭취 중인 현대인의 딜레마를 짚은 바 있다. 산업 혁명 이전만 해도 인간들은 하루 한 끼면 족했다. 즉, 인류의 유전자는 굶주림에 맞게 재단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인은 그런 DNA와는 정반대인, 하루 세 끼의 풍족한 식생활을 누리며 이로부터 오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프로그램의 진단이었다. 다큐는 그에 따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 1일 1식 >을 언급하며 하루 한 끼면 족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렇게 5년이 흘렀고, 다큐는 다시 한 번 그 주장을 강조한다. 물론 조금 바뀐 부분이 있다. 하루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은 같다. 다만 그걸 '언제' 먹느냐에 중심을 두었다. 그동안 '무엇을 먹느냐'에 천착되어 왔던 우리 시대 다이어트 화두에 '언제 먹느냐'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던진 것이다. 다큐 속에선 이를 위해 다양한 학자들이 간헐적 단식에 대한 주장을 펼친다.

'간헐적 단식'을 실천해온 캐나다 토론토 아동병원의 성훈기 교수는 간헌적 단식을 하면 이른바 '지질 지방'인 백색 지방이 갈색 지방으로 변화된다고 주장한다. 갈생 지방이란 미토콘드리아 등이 그 안에 존재하는 건강한 지방으로, 열을 발생하는 활성화된 지방을 말한다.

즉 먹었다가, 굶었다가 하면 지방도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건강한 지방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 성 교수의 주장이다. 성 교수는 실제 공복이 되면 감각이 예민해 지면서 두뇌가 보다 섬세하게 가동한다고 주장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바이오 해커로 일하는 제프리 유는 프리랜서 생태학자로,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생리적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간헐적 단식이 몸을 최적화시키는 방식이라 주장한다. 즉, 육체적 노동의 시대엔 운동이 생소했던 개념이었지만 지적 노동의 시대가 되면서 운동이 필수가 된 것처럼, 먹거리에 대한 패러다임 역시 육체적 노동의 시대에서 지적 노동의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에 가장 걸맞은 방식이 간헐적 단식이라 주장한다. 그는 간헐적 단식을 꾸준히 하게 되면 체지방이 줄고 근골격이 늘어나게 된다는 걸 자신의 몸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2019 간헐적 단식이 주장하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시간을 조사한 실험에선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현대인들은 이른바 '야식'까지 하루 15시간 이상, 즉 깨어있는 하루 종일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큐는 먹는 시간을 줄이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건강에 이를 수 있다고 제시한다. 즉 하루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먹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깬 뒤 16시간을 단식하고 8시간 동안 먹는다든가, 12시간을 단식하고 다시 12시간을 먹는다든가, 혹은 5일은 평소대로 단식하고 나머지 2일을 단식하는 방식이다.

정재훈 푸드라이터의 경우 직업 특성상 많이 먹을 수밖에 없지만 이 간헐적단식을 통해 건강과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정씨는 간헐적 단식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 주장한다. 쇼핑몰을 하는 이수향씨 역시 저녁 7시에서 아침 11시까지 굶고, 하루 8시간 동안만 식사를 하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16kg을 감량했다. 자신의 간헐적 단식을 유튜브에 소개하고 잇는 진소희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주부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다이어트 방식이 간헐적 단식이라 주장한다.

비만 가족이었던 킴과 라이언 부부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무려 41kg을 뺐다. 간헐적 단식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니콜 키드먼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의 건강 관리법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케이스이다.
 
최적의 단식 시간은?

마이클 라이드 박사는 생체 리듬에 맞춰 12시간 내에 식사를 그칠 것을 주장한다. 8시간에서 시작하여 9, 12, 15시간으로 공복시간을 늘릴 수록 체지방이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팀은 쥐 실험을 통해 16시간의 공복이었던 쥐의 경우 줄기 세포가 강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간의 경우 역시 12시간보다 8시간 동안의 식사가 더 체지방 감소에 유리하다는 걸 주장한다.

2017 노벨 생리학상은 '24시간 인간의 생체 리듬'을 연구한 팀에 돌아갔다. 이 연구는 인간은 각각 고유의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으며 이 리듬에 맞춰 휴식과 활동을 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팀은 여기서 주요한 변수로 '빛과 어둠'을 들었다. 
 
그에 따라 다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식사를 하는 아침형 그룹과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저녁형 그룹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간헐적 단식의 실험에 들어간다. 솔크 연구소 사치다닌 판다 박사 팀의 경우 체내 시간이 교란된 직업군인 샌디에고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10시간 동안 식사 실험을 해오고 있는 중이다. 즉 자신의 몸에 맞는 생체 리듬을 찾아 그 시간에 맟춰 식사를 하는 것이 간헐적 단식의 관건이다.

다큐에 따르면, 실제 하루 종일 먹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생체 리듬에 따라 하루 8시간만 먹을 경우 몸 속의 좋은 박테리아가 더 많이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푸드 그래퍼 권익경씨의 경우 이 방식을 따라 한때 100kg대였던 몸을 70kg대로 만들어 마른 체격으로 유지하고 있다.

간헐적 단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신진대사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무조건 굶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면 풍성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즐거움, 그에 더불어 '공복감'의 행복도 놓치지 않는다. 먹어서 느끼는 포만감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비웠을 때 느껴지는 쾌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다큐는 이렇게 간헐적 단식을 통해 '기다림'과 '비움', 그리고 '가벼움'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은 점차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인들의 10%가 실천하고 있다는 간헐적 단식, 2019년의 새해를 들어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