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먼 훗날 우리> 포스터.

영화 <먼 훗날 우리> 포스터.ⓒ ?넷플릭스

 
2007년 춘절, 고향으로 귀향하는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징보란 분)과 팡샤오샤오(저우둥위 분). 알고 보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두 사람은 베이징에서 함께 지내며 꿈을 키운다. 린젠칭은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우는 반면, 팡샤오샤오는 잘 나가는 베이징 남자와 결혼할 때까지 그저 먹고 사는 데만 치중할 뿐이다. 

린젠칭은 팡샤오샤오를 좋아한다. 팡도 린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그들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다시 없을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너무나도 팍팍하다. 

언제 꿈을 이룰지 알 수 없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린. 그러나 그는 현실을 살아가려고 발버둥 쳐야 한다. 팡 역시 그런 린을 응원하며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계속한다. 그들의 사랑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영화는 동시에 10년이 흐른 후 린과 팡이 우연히 베이징행 비행기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담담히 서로를 응시하며 조용히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분위기로 봐서 그들은 헤어졌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닥쳤던 것일까. 

중국 멜로의 대세이자 현재
 
 이 영화는 단연코 중국 멜로의 현재이자 대세이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이 영화는 단연코 중국 멜로의 현재이자 대세이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먼 훗날 우리>는 중국 현지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냈으며 북미와 한국엔 넷플릭스로 공개되었다. 중국 대세 배우들인 징보란과 저우둥위가 함께 한 청춘 감성 멜로로, 대만 출신의 만능 엔터테이너 류뤄잉의 첫 연출작이다. 

류뤄잉을 간단히나마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녀는 수많은 상을 휩쓴 영화배우이자 대박 음반을 낸 가수, 10권이 넘는 책을 낸 작가, 그리고 이젠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이밖에 작사와 작곡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다양한 사회활동도 한다. 

그런 감독의 작품이다 보니 영화도 지루하지 않고 빠르고 다채롭게 진행될 것 같고, 다방면의 이야깃거리들이 한데 잘 뭉칠 것 같다. 정통 멜로에 한 발만 걸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했던 것을 훨씬 웃도는 만듦새를 보여주었다. 단연코 이 영화는 중국 멜로의 현재이자 대세이고, 당분간 '중국 멜로' 하면 이 영화를 떠올릴 듯하다.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현재의 청춘을 보여주는 데도 성공했다. 

첫사랑 지침서
 
 첫사랑 지침서 <건축학개론>을 생각나게 하는 외관을 지녔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첫사랑 지침서 <건축학개론>을 생각나게 하는 외관을 지녔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는 우리나라의 첫사랑 지침서 <건축학개론>을 생각나게 한다. '그때 우린 왜 그랬을까' '그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린 달라졌을까' 하는 덧없지만 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 보다 깊이 들어가보면, 밖으로만 도는 팡을 향한 린의 일편단심과 사랑의 소소한 단면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호감인지 사랑인지 모를 미묘함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지만 '사랑이란 게 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사실 팡이야말로 린을 계속 사랑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고는 그들의 연애와 사랑의 모습들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팍팍한 현실이라는 벽 또는 핑계는 그들로 하여금 아니 팡 아닌 린으로 하여금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마치 운명 같다.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건, 운명 같다. 영화는 이 운명의 거시적 관점을 현재의 시점에서 풀어내고, 이 사랑의 미시적 관점을 과거들의 시점에서 풀어낸다. 우린 영화의 시작부터 결말을 다 알고 있지만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빠짐없이 녹아 있기에.

결국, 다시, 사랑... 사랑이라면 다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중국 청춘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데 사랑과 연애를 수단으로 사용한 것 같지만, 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한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중국 청춘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데 사랑과 연애를 수단으로 사용한 것 같지만, 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한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중국은 이제 명실상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지만, 실상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과도기로 보이기도 한다. 빈부 격차도 심각하고 성공을 위해서 린과 팡처럼 배고픈 나날을 보내는 청춘들도 많을 것이다. 영화는 중국이, 중국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정공법을 택하면서, 사랑과 연애를 표나지 않게 어우르는 데 성공한다. 이 영화가 명작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게 바로 그 부분이다. 홍콩 반환기의 혼란과 10년 동안의 사랑을 절묘하고 절절하게 그린 20여 년 전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과 궤를 같이 한다. <건축학개론>보단 <첨밀밀>이 연상된다. 

그런 면에서 <먼 훗날 우리>는 단순명쾌한 영화는 아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시골 청춘의 도시 상경기 또는 성장기 그리고 회상기인 건 맞지만, 영화를 온전히 품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개인 아픔, 사회 현실, 시대 정신까지 차례대로 두루두루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과 인생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게 가슴 아프다. 그렇다고 다른 무엇의 것이라고 한다면 더욱 가슴 아프다.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사랑에서 오는 아픔과 슬픔이라면 공감에의 '치유'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사랑이 낳은 아픔과 슬픔은 일개 개인으로선 어찌 해볼 수 없는 것들이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사랑이라면 다 이길 수 있고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하니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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