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토마스(송원근)와 앨빈(정동화).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토마스(송원근)와 앨빈(정동화). ⓒ 오디컴퍼니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2인극이다. '토마스'는 아주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고 '앨빈'은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첫 장면은 앨빈이 죽은 후 송덕문을 쓰는 토마스로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 통 글을 못 쓰던 토마스는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는데도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그러던 중 앨빈이 토마스 앞에 나타나 함께 기억 여행을 한다.
 
친구가 된 토마스와 앨빈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7살 할로윈 파티 때였다. 당시 토마스는 영화 <멋진 인생>에 나오는 천사 클라렌스 복장을 하고 있었고 앨빈은 죽은 엄마의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마치 형제처럼 늘 붙어 다녔다. 둘의 성격은 좀 달랐다. 앨빈은 또래 친구들과 다른 점이 많았다. 다른 친구들이 어울려 돌아다닐 때 나비 같은 곤충을 쫓아다니곤 했다. 여자 사진이 가득한 잡지를 보여줘도 오로지 나비를 따라다니며 자신만의 순수한 세계에 빠져있는 듯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변함없이 꿈 속에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 비해 토마스는 대학도 가고 약혼도 하는 등 현실적인 삶을 살았다.
 
앨빈과 함께 키운 작가의 꿈
 
토마스가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작가가 되고 그의 글이 유명해진 건 앨빈 덕분이었다. 토마스가 쓴 모든 글의 영감은 알게 모르게 다 앨빈에게서 나온 내용이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과 앨빈이 토마스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은 토마스의 펜 끝에서 가지런히 정리돼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토마스는 글이 완성되면 다시 앨빈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중 대표적으로 나비 이야기가 있다. 한창 나비를 쫓아다니던 어린 앨빈 옆에서 토마스는 제발 그만하고 남들처럼 살자고 이야기한다. 그때 앨빈은 토마스에게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 대단한 일인지 설명한다. 그 이야기는 훗날 대학 토마스를 대학에 들어가게 해주는 글이 된다.
 
"네 날개로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 네가 춤출 때 난 하늘 위로 날 수 있단다. 네 몸으로 공기 흔들며 춤을 출 때면 네 날갯짓에 이 세상이 변해."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무대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무대 ⓒ 오디컴퍼니

 
그들의 기억 보관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브>는 잔잔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현재와 과거 이야기가 왔다갔다 펼쳐진다. 무대 배경은 앨빈의 서점이자 토마스의 기억 보관함이다. 이 곳 책장 곳곳에는 종이 뭉치들이 불규칙적으로 꽂혀 있다. 이 종이뭉치들이 바로 기억이다. 이 중에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각 자의 이야기들도 있다. 이 종이를 하나씩 꺼내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토마스와 앨빈이 처음 만났던 7살 때로 돌아가서 함께 귀여운 사고를 치고 다니기도 하고 앨빈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으로 가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건 토마스다. 한결같은 앨빈에 비해 토마스는 어른이 됐다. 마음까지 성숙한 어른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겉모습은 어른이었다. 철없이 앨빈과 눈싸움을 하던 토마스는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할 일이 많다"고 말하며 글 쓸 때는 극도로 예민해지고는 했다. 두 사람은 토마스가 대학에 가면서 처음으로 떨어져 살게 됐다. 그렇지만 토마스는 잠시 다시 고향에 왔을 때도 앨빈을 보는 것보다는 항상 다른 생각과 다른 일에 몰두하려했다.
 
따뜻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작품의 분위기는 자주 바뀐다.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따뜻하지만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올 때면 신나고 귀엽게 전환된다. 그러다 가끔씩은 숨이 턱턱 막히는 어색함이 느껴지고 슬프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따뜻하다는 칭찬을 많이 받는 작품이다. 그 이유는 예쁘고 섬세한 대사들 때문인데 조근조근 각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은 앨빈과 토마스 한 명마다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떤 성격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친절하게 말해준다. 그렇다 보니 작품 전체 스토리가 잘 전해졌다.
 
앨빈이 토마스한테 들려주는 이야기와 토마스가 앨빈에게 들려주는 글도 정말 예쁘다. 앨빈은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토마스에게 늘 들려줬다. 토마스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러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는 글을 쓰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그래서인지 대사와 가사들이 참 아름답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한 장면. (위 : 정원영, 아래 : 강필석)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한 장면. (위 : 정원영, 아래 : 강필석) ⓒ 오디컴퍼니

 
한 마디 대사의 반복이 감동으로
 
<스토리 마이 라이프>는 똑같은 대사가 자주 반복된다. 한 대사가 초반, 중반, 후반에 연달아 나오면서 점차 의미를 더해간다. 단지 지나가는 말이었던 한 마디가 시간이 지나 또 언급된다. 처음엔 앨빈이 말했다가 나중에는 토마스가 말하기도 하면서 더 큰 감정을 불러온다.
 
또한 내 친구, 내 어린 시절, 내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극이다. 두 사람의 우정이 워낙 엄청나서 오히려 공감이 안 되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사실 앨빈과 토마스의 사이를 단정 지어 오로지 '우정'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성에게 느끼는 그런 사랑이었을 수도 있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사랑이었을 수도 있다. 작품은 이를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지만 앨빈의 대사를 보면 종종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앨빈과 토마스의 관계는 내가 섣불리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친구가 없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본 것만으로도 따뜻했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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