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송된 < 불후의 명곡 > 봄여름가을겨울편은 고 전태관을 추모하는 특집방송으로 꾸며졌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 12일 방송된 < 불후의 명곡 > 봄여름가을겨울편은 고 전태관을 추모하는 특집방송으로 꾸며졌다. (방송화면 캡쳐)ⓒ KBS

 
12일 방영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이하 '불후의 명곡')는 지난 30여년간 한국 록의 자존심을 지켜낸 록그룹 봄여름가을겨울 특집편으로 꾸며졌다.

당초 이날 방영분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전태관의 쾌유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지난달 17일 녹화가 진행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같은 달 27일 세상을 떠나면서 결국 추모특집 형식으로 전파를 타게 되었다. 그래서 <불후의 명곡> 제작진은 방송 시작에 앞서 이러한 내용을 담으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단골 출연가수인 홍경민, 몽니, 정동하, JK 김동욱을 비롯해서 선우정아, 문시온(록그룹 르씨엘) 등이 출연해 자신들만의 개성을 담아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을 재해석했다.

가급적 원곡의 큰 틀 유지
 
 지난 12일 방송된 < 불후의 명곡 >에 출연한 정동하

지난 12일 방송된 < 불후의 명곡 >에 출연한 정동하ⓒ KBS

 
<불후의 명곡>은 꾸준히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주말 저녁 KBS의 효자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하지만 <가요무대> <콘서트 7080> <열린음악회>를 합쳐놓은 듯한 분위기로 인해 주 시청자들은 10~20대보단 중장년층 이상에 편중되는 편이고 시청률 대비 화제성은 그리 높지 않은게 현실이다.  

종종 음악경연 프로그램 특유의 '고음 내지르기'(?) 또는 '원곡 파괴에 가까운 과도한 편곡'이 목격되는 부분은 <불후의 명곡>의 단점 중 하나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봄여름가을겨울 특집은 기존 방영분과는 다소 달랐다.  상당수 출연진들이 원곡의 틀을 크게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기 다른 아이디어를 담은 무대로 꾸며 '헌정'이라는 기본 취지를 살려 내면서 동시에 프로그램에 대한 선입견도  날려버렸다.

첫 경연자로 등장한 선우정아는 1992년곡 '10년전의 일기를 꺼내어'를 선택했다.  곡 중간마다 등장했던 김종진의 나레이션 부분에도 새롭게 멜로디를 입히면서 지금 관점에선 촌스러울 수 있는 노래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직접 기타까지 연주한 정동하는 故 전몽각 교수의 사진집 <윤미네 집>에 수록된 옛 사진들을 무대 뒷 배경으로 활용해 눈길을 모았다.  원작에 대한 사용 허락을 받아 화면에 차례로 등장한 사진들은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의 노래 가사와 잘 어울리면서 시청자들에게도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기자주: 평범한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전교수가 자신의 딸 윤미씨가 태어난 1964년 부터 결혼하던 1989년까지의 성장기를 담은 이 생활사진집은 훗날 입소문을 타고 2000년대 이후 재평가된 바 있다. )

통산 세번째 공동 우승자 탄생  
 
 지난 12일 방영된 < 불후의 명곡 >에 출연한 몽니

지난 12일 방영된 < 불후의 명곡 >에 출연한 몽니ⓒ KBS

 
이번 특집에선 이례적으로 공동 우승자를 배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언제나 겨울'을 부른 록그룹 몽니,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노래한 JK 김동욱은 각각 420표를 받아 프로그램 방영 이래 세번째로 공동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불후의 명곡>에서 몽니와 JK김동욱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몽니가 선택한 '언제나 겨울'은 지난 1998년에 발표된 첫번째 베스트 앨범에 신곡으로 수록되었던 노래다.  기존 봄여름가을겨울의 인기곡들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았던 이 곡을 몽니는 보컬리스트 김신의 특유의 포효하는 목소리에 싣고 얼터너티브 록 분위기로 청중을 압도했다.  무대가 끝난 후 감상 소감을 전하던 '전설' 김종진은 잠시 울컥하면서 말문을 이어가지 못할 만큼 원곡자의 마음까지 흔들었다. 

반면 JK 김동욱은 2002년작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비교적 원곡 그대로 소화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노래 가사 자막을 뒷 배경에 깔아 관객들도 후렴구를 함께 부르는 등 하나된 무대를 연출해 마지막 경연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프로그램 취지 200% 살린 열정의 무대
 
 12일 방영된 < 불후의 명곡 >에 전설 자격으로 출연한 김종진(봄여름가을겨울).  몽니를 비롯한 후배 가수들의 무대를 보면서 그는 때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2일 방영된 < 불후의 명곡 >에 전설 자격으로 출연한 김종진(봄여름가을겨울). 몽니를 비롯한 후배 가수들의 무대를 보면서 그는 때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KBS

 
<불후의 명곡> 봄여름가을겨울 편은 평소에 비해 늘어난 115분 분량으로 제작되어 공연 뿐만 아니라 노래에 얽힌 김종진의 설명,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한 후배 가수들의 이야기 등의 내용으로 넉넉히 시간을 채우는 등 故 전태관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추려고 노력했다.

그간 <불후의 명곡>에 여러차례 등장했던 정동하가 깜빡하고 기타 잭을 연결하지 않은 채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신인가수 문시온은 곡의 도입부를 살짝 놓치는 실수를 할 만큼 이날 공연은 대다수 출연 가수들에게도 큰 부담, 긴장감을 선사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만약 전태관도 이날 무대를 지켜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 만큼 평소 봄여름가을겨울을 사랑했던 음악팬들에겐 즐거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줬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출연 가수들이 진심을 담아 꾸민 공연은 전설에 대한 헌정'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200% 이상 충족시켰다.  이렇듯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후배 음악인들이 마련한 명곡 재해석은 이날 저녁 관객과 시청자 모두에게 크나큰 울림을 선사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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