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선수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19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kt 이대은, 삼성 이학주, LG 이상영, NC 송명기, 롯데 고승민, 넥센 윤정현, 두산 전창민, KIA 홍원빈.

▲ 2019 KBO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선수들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19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kt 이대은, 삼성 이학주, LG 이상영, NC 송명기, 롯데 고승민, 넥센 윤정현, 두산 전창민, KIA 홍원빈.ⓒ 연합뉴스

 
지난 2000년 일본인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는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2승5패37세이브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선정됐다. 이듬해 시애틀에 입단한 스즈키 이치로도 빅리그 첫 해 타율 .350 242안타56도루로 아메리칸리그 타율과 최다안타,도루 부문 1위에 오르며 신인왕과 MVP를 싹쓸이했다. 사사키와 이치로 모두 한국 야구팬들에겐 매우 익숙한 선수들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대마신'으로 불리는 사사키는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과 세이브왕 경쟁을 펼치며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치로 역시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 통산 타율 .353를 기록했던 일본 야구가 자랑하는 '천재타자'였다. 국내 야구팬들이 보기엔 일본 최고의 슈파스타였던 사사키와 이치로가 미국에서 신인왕을 받는 것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는 해외리그에서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사키와 이치로에게 신인왕을 수여했다(메이저리그만이 진정한 '빅리그'라는 자신감도 섞여 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해외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에게 국적과 상관없이 신인왕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분명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정해진 규정을 지키고 신인 드래프트까지 거치며 프로에 입단했음에도 신인왕에 도전할 수 없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누굴 위한 특별 규정인가
 
지난 2007년 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침체된 KBO리그의 활성화를 위해 '1999년1월 이후 해외에 진출해 국내 복귀 시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해외 진출 후 5년이 지난 선수들에 한해 한시적으로 없애는 특별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해당하는 선수는 김병현과 최희섭, 송승준(롯데 자이언츠),이승학,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류제국(LG트윈스),채태인(롯데)까지 총 7명이었다.

물론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거나 빅리그 콜업이 유력했던 김병현과 추신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KBO리그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야구팬들은 수준 높은 미국 야구를 경험했던 선수를 직접 볼 수 있고 구단들은 미국에 내줬던 유망주들을 다시 데려 올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특별규정처럼 보였다.

하지만 부작용은 금방 나타났다. 이미 미국에 진출하면서 적지 않은 계약금을 수령했던 선수들이 국내로 복귀하면서 또 한 번 거액의 계약금을 받게 된 것이다. 실제로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면서 12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던 최희섭은 KIA 타이거즈로 복귀하면서 계약금 8억 원에 연봉 3억5000만원,옵션4억 원 등 총액 15억5000만원의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금액의 차이만 있었을 뿐 다른 유턴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계약금 이중수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훗날 악용될 소지가 충분했다. 일단 미국에서 좋은 제의가 들어오면 부담 없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혹 실패로 끝나고 국내로 돌아오더라도 '해외파'로 대접받으며 또 한 번 '뭉칫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해외 진출의 꿈을 포기하고 국내에 잔류한 선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KBO리그에서는 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계약금을 받지 못하고 신인 연봉(2700만원)만 받도록 규정을 수정했다. 해외파들의 계약금 이중수령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미 해외 프로리그를 경험한 선수에게 신인왕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국내에 잔류한 유망주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유연한 리그 운영 필요

계약금 이중수령이 금지되면서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 들었다. 장필준(삼성 라이온즈), 남태혁(SK와이번스), 정수민(NC다이노스), 김진영(한화 이글스) 등 해외 유턴파들 역시 신인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번의 지명을 받고도 계약금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해외 진출 선수의 2년 유예와 계약금 금지, 연봉 제한 규정은 KBO리그에 자리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작년 9월에 개최된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에서 해외파 이대은(KT 위즈)와 이학주(삼성)가 전체 1,2순위 지명을 받으면서 신인 자격에 대한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계약금도 받지 못하고 신인 연봉을 수령한 선수들에게 신인왕 자격까지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부터 많은 해외파 선수들이 KBO리그에 선을 보였지만 입단 첫 시즌부터 곧바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경우는 2013년의 류제국(12승2패 평균자책점3.87)이 유일했다. 류제국 역시 2013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해 그 해 신인왕 수상자였던 이재학(NC, 10승5패1세이브2.88)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을 거라 확신할 수 없다. 

사실 KBO리그는 해외에서 실패하고 2년의 실전 공백까지 있었던 선수가 곧바로 예약한 물건 수령하듯 신인왕을 받아갈 수 있을 만큼 만만한 리그가 아니다. 굳이 유턴파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신인왕 자격을 박탈하면서까지 국내파 신인들을 애써 배려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해외 유턴파 선수들의 경력과 나이가 문제라면 신인왕 자격 유지기간을 '복귀 후 2년' 정도로 제한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KBO리그는 2017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작년 강백호(KT)라는 걸출한 신인이 등장했다. 올해도 김대한(두산 베어스), 서준원(롯데), 원태인(삼성), 김기훈(KIA), 노시환(한화) 등 투타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프로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여기에 이대은, 이학주 등 메이저리그 문턱까지 진출했던 해외파 선수들이 합류한다면 신인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제 해외 유턴파들에게도 신인왕 경쟁의 문을 열어줄 시기가 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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