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의 한 장면

MBC 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의 한 장면ⓒ MBC

  사문서위조 및 살인미수 혐의로 지명수배자가 된 희대의 악녀 신화경(오승아)은 결국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긴 잠에서 깨어난 오상필(서인석) 곁에는 이제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 딸 연희(이일화)는 유학을 떠나기로 하였고, 손자인 도빈(김경남) 역시 미성그룹의 후계자가 되기보다 원래 있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오상필의 오른팔 역할을 해오던 권실장(이주석)마저 그의 곁을 떠났다.

한편, 연희는 자신의 연적이던 한주원(김혜선)을 찾아가 그간의 일들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고 미안한 감정을 풀어놓으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주원은 방송 일에 복귀함과 동시에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다. 여전히 화경을 마음 깊숙한 곳에 간직해두고 잊지 못하던 재빈(이중문), 화경을 찾아나선 끝에 바다를 향해 쉼 없이 걸어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발견하는데... 그와 그녀는 과연 어떻게 될까?

지난해 6월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MBC 일일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이 드디어 11일 그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절정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해당 드라마는 그 종착 지점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질주 본능을 유감없이 뽐내오던 터다.

덕분에 시청자는 짜릿한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만, 속도를 마지막 지점에 이르기까지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바람에 극이 완결됐음에도 여전히 숨이 가쁜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좋게 말하면 속도감이지만, 달리 표현하면 너무 급작스레 극을 마무리한 감을 지울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막장으로 치닫고 만, <비밀과 거짓말>
 
 MBC 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의 한 장면

MBC 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의 한 장면ⓒ MBC


MBC <비밀과 거짓말>은 빼앗기고 짓밟혀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가는 여자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거짓과 편법의 성을 쌓은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MBC 드라마 소개 페이지 참조). 이를 토대로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비밀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거짓말, 아울러 중년들의 로맨스, 진정한 가족 및 핏줄에 관한 이야기들을 시청자들에게 풀어놓는다.

하지만 극에 지나치게 너무 많은 요소들을 담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기획 의도와는 별개로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를 등에 업은 채 결국 막장으로 치닫고 말았으니 말이다. 거짓과 편법의 성을 쌓은 신화경의 비밀과 거짓은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해왔다. 여기에 재벌가의 등장, 불륜, 핏줄, 악녀의 복수극, 탄생의 비밀 등 막장적 요소들이 한데 얽히면서 인간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있을 법한 추악한 면모를 낱낱이 까발리게 한다.

이러한 극의 전개는 마지막 시점까지 그 흐름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칼과 골프채 따위의 흉기가 등장하는 등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요소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막장의 결을 끝까지 유지했던 제작진의 패기는 대단한 소신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건 그동안 서로를 죽이니 살리니 하며 살인미수까지 저지르고 악행을 일삼아오던 사람들이 마지막 한 순간에 서로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하며, 한꺼번에 평화가 찾아오게 하는 대목이다.

121회차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악행이 되풀이되다가 마지막 122회차에 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제히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건 아무리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라고 해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아니 이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희대의 악녀 신화경이 노숙자가 되어 불쌍한 표정을 지은 채 맨발로 거리를 헤매다 결국 바닷물로 뛰어드는 것으로 극을 마무리 짓기에는 그동안 그녀가 저질러온 죄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열린 결말로 끝난 드라마, 근데 왜 찜찜하지
 
 MBC 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의 한 장면

MBC 드라마 <비밀과 거짓말>의 한 장면ⓒ MBC


오로지 핏줄만을 따지던 오상필에게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는 외로움의 형벌이 내려졌다. 오늘날의 가족관계는 예전과 달리 반드시 혈육 만을 따지지 않는다. 핏줄이 아니더라도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 채 이를 헤쳐 나가는 구성원이 비로소 진정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을 테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극의 전개로 해당 메시지는 온데간데없이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느낌이다.

재벌 회장 오상필의 배역을 맡은 서인석, TV에는 오랜만에 얼굴을 비쳤다. 다행히 그의 연기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배우는 누가 뭐라 해도 희대의 악녀 신화경을 소화한 오승아다. 처음으로 맡은 악역이었고, 극 자체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지만 왠지 그녀에게만큼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연기자로서 성장하는 데 있어 이번 연기가 그녀에게는 큰 도움닫기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막장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게 있다면 과연 무얼까? 아마도 인간 본성과 본능에 기대어 이를 극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누구나 마음 속 한쪽 귀퉁이에 살포시 간직하고 있을 법한 일탈 욕망에 대한 대리만족, 즉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주는 데 있지 않을까?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신화경이 바다에 뛰어드는 순간, 마침내 재빈이가 나타난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그가 나타나게 함으로써 극을 일종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짓고 있는 셈이다. 막장 드라마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악에 대한 통쾌하고도 속 시원한 응징인데, 이 드라마는 왠지 마무리마저도 찜찜하기 짝이 없다.
덧붙이는 글 https://newday21.tistory.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