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 방송계는 앞다퉈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5일 첫선을 보인 KBS1 지식 버라이어티 쇼인 <도올아인 오방간다>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대표 철학자인 도올 김용옥 교수와 배우 유아인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도올과 유아인이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하는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를 재조명하며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세대를 뛰어넘으며 소통하고 교감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도올과 유아인은 진행뿐만 아니라 기획부터 참여해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김종석 CP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CP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종석 <도올아인 오방간다> CP

김종석 <도올아인 오방간다> CPⓒ 이영광


- 지난 5일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셨잖아요. 반응은 어떤가요?
"'KBS스럽지 않다'는 게 첫 반응이에요. 그동안 KBS 1TV에서 해온 교양 프로그램하고 확실히 차별화 되는 점이 있는 것 같다는 거죠. 새롭다는 측면으로 좋게 봐주시는 거 같습니다."

- 2TV가 아닌 1TV에서 방송을 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형식은 모르겠으나 내용적인 부분은 철저히 1TV적인 프로그램이거든요. 1TV는 광고가 없잖아요. TV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기쁘게 하는 목적도 있지만, 광고가 없는 1TV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채널이죠. 2TV는 광고를 붙이기 때문에 시청률이나 광고의 영향을 받게 되죠.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를 편하게, 소재의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장애가 될 수 있어요. 광고나 시청률을 의식하거든요. 그러나 1TV는 의식할 필요가 없으니까 2TV에 비해 자유롭죠. 그래서 1TV로 하게 된 거죠. 사실 독립 운동사는 현재와 연결되는 지점이 많아요.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어떤 유무형의 압력으로부터 한국에서 제일 자유로운 1TV에서 하는 게 맞죠."

-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배우 유아인 씨와 도올 김용옥 교수가 기획한 거라고 들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제일 다른 지점이죠. 처음 저희는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서 지난 100년의 역사를 다루는 강연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도올 선생님께 부탁드렸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싶으니 유아인씨와 같이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도올 선생님은 40대 이상 고정 팬이 많죠. 하지만 젊은 층은 도올 선생님 말씀에 관심 없어요. 그런데 도올 선생님은 젊은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싶으시다는 거예요. 그 무렵에 도올 선생님께서 유아인씨와 연락이 닿은 것 같아요. 그래서 도올 선생님께서 유아인씨에게 출연을 제안하셨죠. 물론 저희와도 상의하셨습니다만 유아인씨 섭외는 도올 선생님이 직접 하신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이 프로젝트가 최초에는 KBS에 의해 시작됐지만, 지금의 형식을 갖추게 된 과정에서 도올 선생님과 유아인씨가 본인들 생각을 많이 투영하면서 기획자, 연출자 역할까지 해온 거죠. 강연 내용도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이 정도면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의 공동 기획, 공동 연출이라 할 만하죠. 그래서 고루한 표현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집단 창작'이라고 생각해요."

"유아인이 지은 <도올아인 오방간다>, 처음 생각한 제목은..." 
 
 지식 버라이어티쇼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제작발표회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예식장에서 열렸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첫 TV쇼를 도전하는 배우 유아인이 도올, 시청자와 소통하는 형식의 버라이어티쇼이다. 5일 첫 방송.

지식 버라이어티쇼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제작발표회ⓒ KBS


- 유아인씨 반응은 어땠어요?
"유아인씨는 처음 KBS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여기(KBS)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지 않나요?'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간섭과 규제가 많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고요. 과연 자기가 KBS에 가서 하고 싶은 걸 맘껏 펼칠 수 있을지가 아마도 유아인씨가 출연을 결심하는 데 제일 고민했던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한편으로 KBS1은 광고가 없는 채널이라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 광고 없는 채널이, 물론 EBS도 있지만 거긴 특수 채널이고 사실상 저희밖에 없잖아요.

제가 유아인씨 설득할 때 '방송 통신 심의 규정 그리고 실정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했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제작진이 해라 마라하는 부분은 거의 없어요. 다만 어떻게 하면 도올 선생님과 유아인씨를 구성상 조화롭게 할 수 있을까 하는데 역점을 쏟고 있어요."

- 제목을 유아인씨가 지었잖아요. 출연자가 프로그램 제목을 짓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출연자가 프로그램 제목 짓는 건 처음이죠. 제목은 프로그램 정체성의 제일 핵심적인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출연자가 정했으니 '기획 유아인'이라 불러도 마땅하죠. 제가 방송 생활 23년인데 저도 처음이에요. 처음 제작진이 생각한 제목은 '아인아 도올할래?'였어요. 그런데 유아인씨가 '도올아인'으로 가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유아인씨의 설명에 따르면 일단 파격적이고 빨리 발음하면 '돌아인'처럼 들린다는 거예요. '돌아이'가 상징하는 게 기존의 관습이나 문법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거죠. '오방간다'는 말은 힙합 하는 사람들이 쓰는 은어인데 '기분 좋다'나 '흥이 난다'라는 의미더군요. 거기에 저희가 약간 의미를 추가로 부여했죠. 동양에서 말하는 오방(五方)체계라는 게 있잖아요. 동, 서 가운데죠. 즉 '오방간다'는 건 다섯 가지 방향으로 간다는 거예요.

소재나 주제는 전혀 제한이 없고 동, 서 다 가고 시간적으로도 역사와 시사를 넘나든다는 거죠. 그리고 세대적으로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어느 한쪽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죠. 프로그램 정체성을 잘 담을 수 있을 거 같았어요. 파격적으로 시간과 세대, 주제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넘나드는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된 거죠."

- 그럼 제작진은 뭐하나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삼위일체라는 말이 있잖아요. 도올 선생님, 유아인씨, 제작진이 있는 거예요. 이 세 주체가 동등한 제작 주체인 거예요. 서로 수평적 입장에서 의견 교환하고, 수평적 입장에서 프로그램 구성하고 모든 건 다 서로 협의해서 하는 거죠. 물론 방송 편집이나 끌어가는 건 상당 부분 제작진이 하지만 유아인씨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도올 선생님만 하실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까 저희 프로젝트는 KBS, 도올 김용옥, 배우 유아인씨 삼위일체 공동 제작 프로젝트예요."

"질문하고 노래하고... '마치 마당놀이 같다'고 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한장면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한장면ⓒ KBS

 
- 도올과 유아인씨의 케미는 어때요?
"제가 제일 많이 들은 반응 중 하나는 '어떻게 두 사람을 같이 세울 생각을 했느냐?'였어요. 그게 뭐냐면 사람들이 볼 때 일단 두 사람이 서 있는 '투 샷(2shot)' 그림 자체가 프로그램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는 거죠. 도올이라는 사회 원로의 시선과 유아인이란 현재 청년 세대의 시선이 함께 하는 거죠. 그래서 호흡이나 케미는 두 사람이 만나 함께 한 시간을 고려하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첫 방송 나갈 때까지 채 두 달이 안 되었거든요. 두 달도 안 된 사이 그 개성 강한 두 사람이 같이 방송하는 그 자체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토크 콘서트 포맷으로 이전 강의 프로그램과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엔 도올 선생님 강연으로 시작했으나 유아인씨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이희문씨가 참여하면서 콘셉트가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말이 '신개념 지식 버라이어티 콘서트'라는 거죠. <뮤직뱅크>나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방청객도 미리 신청을 받아 선정하고 그냥 앉아 있는 것만이 아니라 질문을 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또 이희문씨가 노래할 땐 같이 일어나 노래하기도 하죠. 그래서 저희 사이에선 '마치 마당놀이 같다'고 했어요.

옛날 시골 장날 큰 마당에서 멍석 깔아놓고 사당패나 판소리 공연할 때 사람들이 다 모이잖아요. 우리 전통적인 공연 양식인 마당놀이의 가장 큰 특징은 공연자와 관객의 구분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때로는 관객을 끌어들여 공연에 직접 참여시키기도 하고 노래를 하다 보면 관객이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넣기도 하잖아요.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연자와 관객의 장벽이 최소화된 게 한국 전통의 마당놀이 콘셉트인 거죠. 그것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는 거예요."

- 그럼 회당 녹화는 얼마나 하나요?
"보통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해요. 그래서 추려내죠. 이 부분도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점인데 구성을 정교하게 정해놓고 그것에 맞춰서 일종의 '약속 대련'을 하죠. 물론 저희 프로그램도 기본적인 얼개는 있지만, 굉장히 즉흥성을 강조해요. 물론 제작진이 즉흥성을 강조하는 건 아니고 유아인씨나 도올 선생님이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추가하는 요소가 많다는 거죠.

통상적인 경우 방송 시간의 200% 정도 녹화하죠. 200%가 넘어가면 제작진이 기획을 잘못한 것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인데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즉흥성을 최대한 강조하다 보니까 녹화 시간이 통상적인 것보다 길어요. 그러니까 편집은 굉장히 힘들죠. 하지만 다른 어떤 방송보다 이른바 짜고 치는 느낌이 덜한 방송으로 느껴지실 거예요."

- 12부작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이건 어디까지나 한시적 프로젝트예요. 이걸 정규프로그램으로 할 수는 없어요. 역사를 다루는 정규 프로그램은 <역사저널 그날>이 이미 있거든요. 이건 일종의 미니 시리즈죠. 그리고 유아인씨가 1년 내내 시간을 뺄 수 있는 사람도 아니잖아요. 12부 동안 콘셉트를 명확히 가지고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우 밀도 높게 쏟아붓는 거죠. 교양판 미니 시리즈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 에피소드 있나요?
"유아인 씨가 배우인데도 첫 녹화할 때 굉장히 긴장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카메라 앞에서 대단한 연기하는 분인데 왜 긴장할까란 생각에 이해가 잘 안 갔어요. 아마 환경이 달라서인 것 같더라고요. 영화 현장에서는 카메라 한 대와 스태프들만 있잖아요. 그러나 여긴 관객 250명이 있고 모두 유아인씨를 쳐다본단 말이죠. 즉 1:250이죠. 본인의 일거수 일투족, 말 한마디, 제스처 하나하나가 드러나는 거고 숨길 수 없어요. 그래서 유아인씨 같은 배우도 굉장히 긴장하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은 유아인씨 같은 사람도 마냥 편하게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느꼈죠."

"우리 사회 필요한 가치? 인간 존중과 인간성 회복"

- <도올아인 오방간다>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지금 우리 사회에 제일 필요한 가치가 뭘까요? 결국 인간 존중과 인간성 회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 많은 문제 근원에 들어가면 결국 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이라든지 갑질 문화라든지 우리 사회 본질적인 문제는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고 인간을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만 평가하고, 편을 나누고, 억압한다는 거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헌법 1조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게 헌법에 있잖아요. 헌법의 초입에 들어가는 게 인간 존중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3.1운동으로 떨쳐 일어났던 그때 그 행동도 '우리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 왜 억압하느냐?'는 인간 해방선언이거든요. 최근 3.1운동을 혁명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그것이 단순한 독립운동이 아니라 프랑스 대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처럼 기득권과 권력을 가진 소수가 대다수 백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시스템을 거부한 일종의 시민운동이기 때문이죠.

3.1운동으로 발화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헌장 첫 번째가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제로 함'이에요. 그럼 이게 무슨 말일까요? 우리가 매일 민주와 공화를 얘기하지만, 핵심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100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주 벌판에서 피와 땀을 흘러가며, 목숨 바쳐 이루려고 한 사회가 바로 인간이 존중받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다는 얘기를 시청자 여러분께 들려주고 싶은 거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이 프로그램은 많은 면에서 한국 방송사의 첫 시도예요. 저는 이런 방식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이 프로그램 제작 방식 자체가 민주적이잖아요. 출연자와 제작자가 서로 동등하고 평등하죠. 저는 이 방식을 성공한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방송계나 연예계도 많은 종류의 착취 구조가 있거든요. <도올아인 오방간다>를 통해서 방송계도 조금 더 인간다워 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람 냄새나는 따뜻하고 인간다운 콘텐츠가 보다 많이 만들어지는 풍토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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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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