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포스터

<언더독> 포스터 ⓒ (주)NEW

  
보듬컴퍼니 대표이자 동물훈련사인 강형욱 훈련사는 '전생에 개였음이 분명하다'는 누리꾼들의 극찬을 들을 만큼 반려견의 행동과 심리를 정확하게 알아차리며 알맞은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강 훈련사 특유의 조곤조곤한 어투로 반려견의 심리를 구연동화처럼 이야기할 때에는 반려견의 대변인이 된 듯한 느낌도 준다. 강 훈련사가 문제가 있는 반려견을 관찰하고 솔루션을 제시해 주었던 EBS1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소형견 두 마리를 기르는 가정에서 한 마리의 소형견이 가족들을 위협하는 사례였다. 강 훈련사는 그 소형견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였다. 다른 한 마리 소형견이 가족을 위협하는 소형견을 온몸으로 막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가족들은 모르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 593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지만(2017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조사결과), 반려동물을 대하는 사회적인 인식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언더독>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인 '반려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SBS < TV 동물농장 >에서 다뤄진, 철망 안에 갇힌 시츄와 버려진 동물들의 모습에서 <언더독>의 모티브를 얻은 오성윤 감독은 콤비 이춘백 감독과 함께 전작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어 다시 한 번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영화는 대형견 뭉치가 주인에 의해 숲속에 버려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입에 공을 문 뭉치는 주인이 돌아올 것이라 여기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뭉치는 결국 짱아를 중심으로 한 버려진 개 무리와 함께 폐가를 아지트로 삼고 생활하게 된다. 한때 주인의 포근한 품에서 사랑받았던 반려견들은 떠돌이 개 신세가 되고 만다.

직접 스크린X 연출에 참여했다는 제작진
  
 <언더독> 스틸컷

<언더독> 스틸컷 ⓒ (주)NEW

 
뭉치를 비롯한 개들은 강아지 공장에서 인간들의 취향에 맞게 태어나고 사육된다. 인간은 반려견이라는 이름으로 개를 들이지만 가족과 같은 사랑을 주지 않는다. 귀여운 강아지 시기가 끝나거나 나이가 들어 병약해지면 버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버림받은 개들은 폐가를 전전하다 개장수에게 잡히거나 산에 들어가 들개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뭉치 일행은 개장수의 위협에서 벗어나 인간이 없는, 개들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토피아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언더독>은 기존 스크린X 영화들과 달리 오성윤 감독을 비롯한 영화 제작진들이 직접 스크린X 연출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메인이 되는 중앙 화면을 기점으로 좌우 스크린의 장면을 연출했다는 오성윤 감독은 메인화면의 정서와 흐름을 맞추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작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언더독>은 다른 스크린X 작품들에 비해 더 많은 장면을 스크린X로 선보이며 작품에 대한 몰입을 높인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상영했을 때도 스크린X로 상영되며 본류가 스크린X에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언더독> 스틸컷

<언더독> 스틸컷 ⓒ (주)NEW

 
이 영화가 스크린X를 택함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속도감과 몰입감이다. 뭉치 일행이 개장수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오토바이의 속도나 이를 피해 도망가는 개들의 움직임은 양옆 스크린을 통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또 뭉치 일행이 자유로를 건너가는 장면은 차들의 빠른 속도와 차를 멈추고 지나가려는 개들의 충돌 직전까지의 상황이 아슬아슬하고 긴박하게 연출되면서 몰입감을 더한다.
 
두 번째는 배경이 주는 깊이다. 우리나라 산의 4계절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이춘백 감독의 말처럼 꾸준한 답사를 통해 그려낸 계절감이 잘 살아있는 배경은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특히 뭉치 일행이 모험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쌓아간다는 점에서 주 모험 장소인 산의 계절 변화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다. 그만큼 배경에 정성을 쏟았고 이 정성은 3면의 스크린을 통해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세 번째는 감정의 강화이다. 스크린X는 단순히 스크린을 늘리는 역할만을 하지 않는다. 사이드 스크린에 무엇을 비춰주느냐에 따라 작품이 주고자 하는 감정을 강화시킬 수 있다. 뭉치 일행이 산속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부부를 만나는 장면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부부가 모닥불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고 숲속 동물들이 모여드는 장면에서 좌우 스크린에 붉은 불빛을 보이면서 따스한 감정을 강화시킨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감독이 의도한 감정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어른들에게도 깊은 인상 남기는 애니메이션
 
 <언더독> 스틸컷

<언더독> 스틸컷 ⓒ (주)NEW

 
'언더독'은 흔히 스포츠나 정치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 혹은 정치인을 일컫는 말이다. 언더독에는 약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사회적인 의미로 넓혀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반려견은 많은 인간들의 사랑을 받지만 그들을 위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강아지를 대량생산하는 강아지 공장, 크거나 병든 개를 버리는 유기견 문제, 좁은 집 안에 개를 가두고 중성화 수술, 성대제거 수술을 시키는 문제 등 인간의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개를 받아들이고 돌보는 '반려'가 아닌 '애완' 문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개들이 인간에게 갇혀 그들이 요구하는 행복에 맞춰 살아가듯, 인간들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사회가 지정한 기준과 가치에 맞춰 행복하다 여기며 살아가기를 강요받는다. 개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꿈의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뭉치 일행의 모험은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언더독 스크린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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