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차이는 역시 축구장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나는 법이다. 하마터면 그들도 한국처럼 필리핀을 상대로 진땀을 흘릴 뻔했다. 하지만 우 레이의 뛰어난 공격 기술 덕분에 중국은 활짝 웃으며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큰 자신감을 얻은 셈이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중국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1일 오후 10시 30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C조 필리핀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우 레이의 멀티 골 맹활약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두고 가장 먼저 16강 토너먼트 진출권을 따냈다.

우 레이의 빼어난 오른발 기술

첫 경기에서 강팀 한국과 붙어서 한 골 차로 패했지만 그 덕분에 자신감을 크게 얻은 필리핀 선수들은 뒤로 물러서서 수비만 하지 않았다. 중국 선수들은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수비 라인이 높고 압박이 빠르게 이어져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로 인하여 전반전 경기 내내 중국은 시원한 공격력을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23분에 역습을 당하며 먼저 골을 내줄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필리핀 미드필더 스트라우스의 역습 패스를 받은 골잡이 파티뇨가 중국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빠져나가며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지만 슛 타이밍이 늦어 수비 몸에 맞고 말았다.

이 위기를 넘긴 중국은 40분에 우 레이가 모두를 놀라게 하는 멋진 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경기 흐름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아무리 축구가 팀 스포츠라고 하지만 에이스의 존재 가치가 얼마나 큰가를 충분히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중국 미드필더 하오 준민이 오른쪽 옆줄 바로 앞에서 공을 몰다가 우 레이를 발견하고 기습적으로 찔러준 패스를 부드럽게 잡아놓은 것부터 남달랐다. 공격수의 첫 터치가 남다른 이유는 그 다음 동작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 레이의 오른발 슛은 놀라운 포물선을 그리며 필리핀 골문 반대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골키퍼 팔케스가르드도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오 준민의 오른발 어시스트 둘

우 레이의 오른발 기술은 후반전에도 반짝반짝 빛났다. 66분에 얻은 오른쪽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하오 준민이 비교적 낮게 올려준 공을 따라나오면서 필리핀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기막힌 오른발 발리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174cm의 키로 공격수로서 큰 체격 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 레이의 발 기술은 2-0 점수판이 말해주듯 누구보다 탁월했다. 특히, 그의 멀티 골이 이루어지기까지 동료 미드필더 하오 준민과의 호흡은 예사롭지 않았다. 이 두 골이 만들어지기까지 두 선수가 주고받은 눈빛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음 상대 팀 한국 선수들이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하오 준민은 80분에 이어진 쐐기골 상황에서도 오른쪽 코너킥을 날카롭게 처리하여 세트 피스 전담 키커로서의 역량을 맘껏 자랑했다. 하오 준민의 코너킥을 받은 우 시의 헤더가 필리핀 수비수 우드랜드의 몸에 맞고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도움 해트트릭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세트 피스 패턴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수비수 루크 우드랜드의 몸에 맞고 뜬 공을 직전에 교체로 들어간 위 다바오가 이마로 돌려넣어 중국 선수들은 3-0 완승을 즐길 수 있었다. 큰 대회 경험이 많은 백전노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키르기스스탄과의 첫 경기에서도 교체 선수 위 다바오의 역전 결승골로 한숨을 돌린 것처럼 슈퍼 서브를 만들어내는 안목 또한 탁월하다는 점을 한국 선수들이 역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2019 AFC 아시안컵 C조 결과
(11일 오후 10시 30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아부다비)

★ 중국 3-0 필리핀 [득점 : 우 레이(40분,도움-하오 준민), 우 레이(66분,도움-하오 준 민), 위 다바오(80분)]

◎ 중국 선수들
FW : 우 레이, 가오 린(80분↔위 다바오)
MF : 리우 양, 하오 준민, 정 즈(83분↔치 중구오), 자오 슈리(72분↔위 한차오), 우 시
DF : 스 커, 펑 샤오팅, 장 린펑
GK : 얀 쥔링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중국 54.9%, 필리핀 45.1%
유효 슛 : 중국 7개, 필리핀 1개
슛 : 중국 14개(박스 안 9개), 필리핀 4개(박스 안 2개)
패스 : 중국 434개, 필리핀 366개
롱 패스 : 중국 62개, 필리핀 61개
패스 성공률 : 중국 77%, 필리핀 70.2%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중국 65%, 필리핀 51.8%
크로스 : 중국 20개, 필리핀 9개
크로스 성공률 : 중국 30%, 필리핀 11.1%
코너킥 : 중국 7개, 필리핀 3개
가로채기 : 중국 12개, 필리핀 6개
오프 사이드 : 중국 5개, 필리핀 0개
태클 : 중국 13개, 필리핀 12개
파울 : 중국 20개, 필리핀 19개
경고 : 중국 1장(펑 샤오팅), 필리핀 2장(알바로 실바, 사토 다이스케)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