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다 고아네?" 

구름이, 호두 소개를 끝내자 사람이네는 말했다. 구름이 호두, 사람이는 모두 입양 출신이었다. 키우던 고양이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허전함을 느낀 사람이네는 개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다. 전북 김제에 있는 유기견 센터에서는 사람이가 너무 명랑하고 밝아서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가족인지 친구인지 산에 서너 마리가 돌아다녔는데 한 마리가 유독 보호소 근처에 자주 찾아와서 개들이 많아서 쫓아버렸는데 계속 왔던 개, 사람 손을 탔던 것일까? 당시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사람이는 아직 1살이 안 되었다.
 
브루웍스 야외 카페에서 간식을 기다리는 사람, 구름, 호두(왼쪽부터)? 평소에는 나 위주의 시간 분배를 해두고 자투리 시간에 산책을 하지. 그러나 이번 여정은 오롯이 너희를 생각했던 시간

▲ 브루웍스 야외 카페에서 간식을 기다리는 사람, 구름, 호두(왼쪽부터)? 평소에는 나 위주의 시간 분배를 해두고 자투리 시간에 산책을 하지. 그러나 이번 여정은 오롯이 너희를 생각했던 시간 ⓒ 김인영


구름이와 호두도 지방인 수원에서 데려왔다. 어느 날 아침 페북을 보게 되었고, 친구의 친구(모르던 사람)가 올린 '오늘 오후 안락사 예정인 7마리' 사진과 글을 보았다. 오후 12시까지 선택받지 못한 아이가 3마리. 우선 살려놓고 키울 사람을 찾자는 마음으로 수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가는 중에 1마리는 입양이 되었고 남은 아이 두 마리가 우리 구름이 호두였다. 구름이는 아파트 단지에 유기가 됐었는데 4개월 된 완전 백구라서 키우기 부담스러워 입양이 안 됐을거라 생각된다. 호두는 심장사상충에 걸려있었다. 지금은 완치가 된 호두와 알고 보니 믹스라 다리가 짧은 중형견 구름이. 
 
사람이 견주를 따라간 애견운동장. 처음 와봤다. 공원 외진 공터 같은 곳에서 사람 별로 없을 때 풀어놓은 적은 있지만 혹시 개 싫어하는 사람들이 올까 마음 졸였는데 여기서는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한 여름날의 오후 작곡가 김인영과 사람이. 너무 더워서일까. 이날 우리들 외에 손님은 없었다.

▲ 한 여름날의 오후 작곡가 김인영과 사람이. 너무 더워서일까. 이날 우리들 외에 손님은 없었다. ⓒ 수피아

 
우리도 한컷! 지쳐 잠든 호두와 쉬고 있는 구름이 그리고 도그쇼에 나갔다던 유기견. 지금쯤 새 주인을 만났을까

▲ 우리도 한컷! 지쳐 잠든 호두와 쉬고 있는 구름이 그리고 도그쇼에 나갔다던 유기견. 지금쯤 새 주인을 만났을까 ⓒ 수피아

 
그곳에도 유기견들이 있었다. 도그쇼까지 나갔던 개였는데 부정교합이라서 버림받거나, 쓸개골 탈구가 되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했다. 손을 탔던 애들이라 그런지 낯선 우리들도 잘 따랐다.  전공은 전혀 다른 쪽이었지만 우연히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면서 같이 지내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 때매 애견 까페와 운동장을 운영한지 3년 정도 됐다는 사장님. 유기견에 대해 따로 더 물어보았다. 데리고 있는 유기견은 총 6마리. 대부분 봉사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순천유기견 보호센터를 통해서 들어온다고 한다. 

우리 호두와 같은 초코 푸들 유기견도 있는데 사연이 기가 막힌다. 휴가 좀 다녀온다고 4박 5일을 맡겨놓고는 계속 안와서 전화를 해서 실갱이 하기를 1년. 결국 견주는 폰 번호를 바꿔 버렸다.  

"경찰에서도 적극적으로 주인을 안 찾아주더라. 몇백만 원으로 불어난 호텔링 비용도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안 왔다. 짠하다. 개들도 우울하면 자폐증상이 있다. 푸들은 가게 안에서 키우는데 항상 뱅글뱅글 돌고 꼬리 물고, 초조해한다. 넓은 공간에 있는 게 중요치 않고, 공간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다르다."

입양은 잘 안된다고 한다. 까페에 미용사도 있어서 관리를 잘해주고, 물품을 다 챙겨준다 해도. 카페를 운영한지 3년 중 유기견들과 함께 지낸지 2년이나 됐지만 아직 좋은 주인들을 못 만났다. 

"버려지는 강아지들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입양도 좋지만 더 이상 키우는 강아지들 그만 버렸으면 좋겠고, 상품처럼 진열해놓고 파는 분양도 그만했으면 한다."

국내 펫산업단체인 한국펫사료협회(KPFA)가 발표한 '2017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분석'에 따르면 내 거주자 10명 중 3명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으며, 이 중 약 80%은 반려동물 종류로 개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장소에 대한 질문에는 친척이나 친구 등의 지인으로부터 분양받은 비율이 44.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애견샵을 통한 분양(27.9%), 애견 분양 사이트 이용(7.6%) 등으로 나타났다. 유기견이나 동물 보호시설을 통해 분양받은 비율은 각 4.0%, 3.9%뿐이었다. 유기견 입양은 생각보다 적은 수치였다.

키웠던 개를 왜 버릴까? 휴가철에는 유기견 수가 급증한다고 하는데 같이 놀러갈 수는 없었을까? 구름이 호두를 만나고 나서야 개들과 함께 다니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받는 혐오섞인 시선을 비롯하여 집을 비워야할 때는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데 매번 그럴 수도 없다. 주변에 개 키우는 사람들보면 지레 남들이 싫어할까봐 반려견과 동반하려는 도전조차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있다. 반려견에 대한 한국의 현주소다. 

순천 호수는 개들의 천국?

지난 8월 순천만동물영화제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저녁에는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가 감독의 토크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라 갈까 고민했는데 역시나 사람이네는 사람이와 함께 호수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웬디와 딕시>를 선택했다. 그래 우리도 따라가자.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더 이상 말을 타지 않았던 촉망받던 승마 선수 소녀 웬디와 버림받은 말 딕시의 우정을 다뤘다는데 집중은 잘 안되었다. 순천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처라는 조례호수공원에는 강아지들이 정말 많았다. 영화제 때문이기도 했지만 보통 때도 주변에 사는 시민들이 반려견들을 많이 데려와 산책을 한다고 했다.  
 
옆 돗자리 개와 눈맞은 구름이 인사쟁이 구름이는 낯선개와 놀기도 잘 놀고, 견주들한테 간식도 잘 얻어먹는다

▲ 옆 돗자리 개와 눈맞은 구름이 인사쟁이 구름이는 낯선개와 놀기도 잘 놀고, 견주들한테 간식도 잘 얻어먹는다 ⓒ 수피아

 
 
잘 노는 구름이를 지켜만 보는 호두 어릴때부터 산책을 많이했던 구름이와 달리 호두는 2~3살로 추정하는데 산책 경험이 많이 없어서였는지 다른 개와 잘 놀지 못한다. 신기하게도 구름이만 엄청 좋아하는데 처음보다는 차츰 나아지고 있긴 하다.

▲ 잘 노는 구름이를 지켜만 보는 호두 어릴때부터 산책을 많이했던 구름이와 달리 호두는 2~3살로 추정하는데 산책 경험이 많이 없어서였는지 다른 개와 잘 놀지 못한다. 신기하게도 구름이만 엄청 좋아하는데 처음보다는 차츰 나아지고 있긴 하다. ⓒ 수피아

 
확실히 작은 개들이 많았다. 우리 구름이와 사람이가 좀 큰 축에 들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개를 봐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영화제 아니라도 개 키우는 사람들이 호수에 자주 나온다더니 아이들도 적응을 한듯하다. 엄마 품에 안겨 지나가는 개를 보고 방긋 웃는 아기. 어쩌면 개를 무서워 하는 건 커가면서 어른들에 의해 학습된 것이 아닐까. 무조건 무서워하면서 피하는 걸 가르치기 전에 동물들의 특성과 인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떨지. 서 있을 때 개가 다가온다면 천천히 냄새를 맡게 하는 시간을 주고 괜찮으면 손을 내밀어 보기. 

호수에서 만난 순천 시민. 개를 데리고 나와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됐다. 유기견 임시보호중(임보)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딸 아이가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외로운데 주변에 보니까 외로운 딸을 위해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확실히 결정하기 전에 임보를 한다고. 그런데 가족모두 집을 오래 비워서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울 사람있으면 보낼거라고 한다. 딸은 집에 언제 오냐 물었더니. 밤 12시라고 했다. 고등학교가 그렇게 늦게까지 하냐 했더니 학교를 마치고 또 학원을 갔다 온다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시간이 많은 가정이 얼마나 될까. 부부와 딸과 같이 나온 강아지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무엇보다 그 강아지와 함께하는 가족이 행복해 보였다.

난 환경이 안 돼서 못 키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키워지길 바라기 때문에 파양한다 등 우리는 '더 좋은'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확실히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지. 내가 그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할 순 없는지. 유기견 센터들은 포화상태이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유기견 59,633 마리 중 안락사 된 강아지들은 13317마리, 나이가 들어서 죽는 개도 있지만 제대로 먹거나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자연사 8960마리. 합쳐서 하루에 60여 마리가 죽어나가는 셈이다. 
 
사람이네(2명)와 잠자는 호두, 지켜보는 사람이 호두가 운전석에 가서 잠든 건 처음 본다. 이틀만에 급 친해진 사람이네. 호두야 그렇게 좋아?

▲ 사람이네(2명)와 잠자는 호두, 지켜보는 사람이 호두가 운전석에 가서 잠든 건 처음 본다. 이틀만에 급 친해진 사람이네. 호두야 그렇게 좋아? ⓒ 수피아

 
더 열심히 놀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세 마리 구름이와 호두는 차 탈때 원래 잘 자는 편인데 사람이는 이날 차 안에서 처음 잤다고. 개들도 친구들과 있으면 서로 따라하기도 하면서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더 열심히 놀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세 마리 구름이와 호두는 차 탈때 원래 잘 자는 편인데 사람이는 이날 차 안에서 처음 잤다고. 개들도 친구들과 있으면 서로 따라하기도 하면서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김인영

 
다음날 사람이네를 다시 또 만나 브루웍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사람이네는 개 경매장에 직접 가보고는 멘탈 붕괴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자원봉사는 나 같은 사람은 안되는 구나' 싶어 유기견, 유기묘들에 대해 간접적인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데 차차 사람이네에게 배워야겠다. 사람이네는 남은 영화제를 뒤로하고 여수로 출발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놀아도 지치지 않는 너희인데 평소엔 얼마나 몸이 근질했던 거니. 집 밖에 나가도 목줄 없이 다닐 곳은 한정적이고. 사람들이 별로 안다니는 시간이라도 맘 놓고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제 숙소에 너희를 두고 나올 뻔 했는데 사람이네 덕분에 이런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네. 너무 고맙고(사람이와 견주) 미안하다(구름이와 호두). 하마터면 순천까지 와서 너희들은 숙소에서 잠만 잘 뻔 했네. 사람이네 덕분에 정말 제대로 동물영화제 너희들과 즐겼다. 사람아, 또 만나서 우리 구름이와 호두랑 같이 놀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