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Y캐슬 > 스틸 사진

<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지난해 11월 1.7%로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 시청률이 16회를 방송한 지난 12일 19.2%(닐슨)까지 치솟았다. JTBC 개국 이래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이는 2017년 화제를 모으며 12.1%의 시청률을 기록한 <품위 있는 그녀>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최근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들도 곧잘 넘기기 힘든 시청률을 종합편성채널이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비단 시청률만이 아니라 화제성까지 꽉 잡았다. 특히 극 중 자녀들 역할로 나오는 대다수 배우들은 신인임에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배우들이 올리는 SNS 반응이나 댓글 등이 실시간으로 기사화되는 중이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연예계를 넘어 학원가, 심지어 광고계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아이돌그룹 우주소녀의 한 멤버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 SKY 캐슬 >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하는 한편, 래퍼 한해는 컬투쇼에서 배우 오나라를 손꼽아 "팬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한 대형 입시학원과 카드사에서는 드라마를 패러디해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단순한 화제를 넘어서는 하나의 사회현상이다.

여기에는 물론 염정아를 비롯해 '대학 입시 코디네이터'로 등장하는 김서형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힘도 있겠지만 극본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유현미 작가의 대본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과감하게 넘나들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두는데 성공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 드라마는 뜨거운 이슈다. 드라마 한 편을 둘러싸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간다. 경기도 한 신도시에 사는 학부모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현장에서 실제로 입시를 담당하고 있는 여러 교사들과 입시 컨설턴트, 학부모들 또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입시 컨설턴트 "실제로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 SKY캐슬 > 스틸 사진

<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현재 서울 강남 지역에서 미국 대학 입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A씨는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다, 실제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 꽤 있어서 놀랐다"라며 입을 뗐다. 그는 "작가가 도대체 어디서 이런 내용을 들었을까 궁금했다"며 "예를 들면 실제로도 VIP들 모인 곳에 전문가(입시 카운슬러)가 가서 많이 일 한다,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고 공감도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하는 컨설팅을 서로 소개시켜주지 않으려고 한다든지, 정보를 서로 주지 않거나 그룹에 끼워주지 않으려는 건 실제와 같은 내용이라 재밌게 보았다"라며 "초반까지는 김주영 선생님(김서형 분)이랑 우리랑 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로 현실성이 떨어져서 그냥 드라마로 보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A씨는 실제로 드라마 방송 뒤 학부모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A씨는 "컨설팅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드라마 덕분에) 관심이 늘었다"라며 "컨설팅이라는 게 있구나, 무엇이구나, 하는 인식이 많이 늘었다, 특히 저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이 늘었다"라고 했다.

다만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됐다는 건 장점인데, (하지만) 반대로 이 업무를 하려는 사람도 늘어났다"라며 "소수의 아이들을 끌고가는 것이 이 비즈니스의 특징이고 모든 애들이 컨설팅을 받는다고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피력했다.

인터뷰에 응한 전직 코디네이터 B씨는 < SKY 캐슬 >이 대안은 주지 못하면서 충격을 주는 등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드라마도 TV를 통해 방송되니 어느 정도 공공성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극의 전개에 공공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B씨는 "실제로 드라마가 방송되고 (코디네이터의) 언론 인터뷰가 나간 뒤 '우리 애도 방학을 이용해서 저가의 컨설팅이라도 받아야겠다'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드라마 속 수준의 컨설팅까지는 경제적으로 힘들어 안 되더라도 이런 게 있으니 받아봐야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드라마가 사회 풍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부모 "하버드 거짓말 에피소드는 실제 있었던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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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어렸을 때부터 대치동에서 자라 자녀들 역시 대치동에서 키운 학부모 C씨 역시 < SKY 캐슬 >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C씨는 "(자신은) 드라마 속에 나오는 정도의 재벌이 아니다"라며 "대치동은 실제로 드라마 속 배경처럼 여유가 있진 않다, 다들 빠듯하게 월급 타서 쓰지만 교육열은 높은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물론 재미로 드라마를 보긴 하는데 이 드라마가 재미 이외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이런 세계는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C씨는 "세리(박유나 분)가 하버드에 갔다고 거짓말한 에피소드는 실제 있었던 일인데, 그렇게 드라마에 나오면 대치동 엄마들은 그 사람이 누군지 다 알고 또 이슈화되기 때문에 (그 가족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애들은 실수나 과정을 통해서 재정비해 잘 살고 있는데 끝난 일을 들춰내 흔들어대는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평택에 사는 40대 학부모 D씨는 최근 서울대발 기사를 지적하면서 "서울대도 대학과정 선행을 했다는 자소서(자기소개서)를 버젓이 모범 답안인 듯 선보였는데 드라마 속 입시 코디네이터가 알아서 이를 해준다면 참 좋을것 같다"며 "드라마 속 엄마들의 모습이 내 모습인 듯해서 씁쓸했다, 자식들이 사회적으로 누리고 살 수 있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학부모 E씨 또한 "상위권 성적을 위해 뭐든 하겠다는 부모님의 의지는 공감되지만 떠밀려 교육받는 아이들의 자존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입시가 뭐길래"라면서 "집나간 아들 찾아내서 붙잡아 반 죽여놓으란 말(대사)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뒤돌아보고 후회도 해본다"라고 말했다.

교사 20년차 "일반고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

반면, 서울 외 지역에서 일반고등학교 교사로 20년째 재직 중인 교사 F씨는 "여기 교사들은 그저 드라마로 접근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F씨는 "주변에서 드라마 봤냐고 난리"지만 "일반고에 재직 중인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강남에 진짜 이런 거 있다는 게 맞는 거야? 정도다"라고 했다.

F씨는 "교사들도 어떤 지역에 있느냐, 서울에 있으면 강북에 있느냐 강남에 있느냐 정도로 편차가 크다"며 "실제로 드라마에는 부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정도로 부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만 믿습니다' 하는 부모들도 많고 자녀 성적이 어떤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만나는 부모님들도 코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직접 겪은 것이 아니다 보니 '그게 진짜냐?'라고 묻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F씨는 "드라마에서 목표가 서울대 의대인데, 실제로 서울대 의대 나와도 병원이 세들어 있는 건물 비용 못 내서 쪼들리면서 사는 경우도 봤다"라며 "드라마가 서울 의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지 <태왕사신기>를 보고 역사를 논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느냐"고 드라마 속에서 현실을 찾아내려는 시도들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 SKY캐슬 > 스틸 사진

< SKY캐슬 > 스틸 사진 ⓒ JTBC


서울 송파구에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G씨는 "여기 교사들도 드라마에 대해 많이 거론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G씨는 "입시에 성공한다고 해서 인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예서(김혜윤 분)라는 아이는 입시에는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인생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라는 게 종착점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있어 하나의 과정이어야 하는데 드라마는 그렇지 못한 현실 세계의 단면을 보여준다"라며 씁쓸해했다.

G씨는 "학교 자체도 실적이 중요하다 보니 교사들도 일단 현실에서는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려 하고 그것이 학교의 네임밸류가 된다"라며 "그러니 (교육과 같은) 진짜 중요한 본질적인 것은 모두 뒤로 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KY캐슬 허구 교육 현장 리뷰 입시 코디네이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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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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