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주말인 내일은 기온이 더 떨어져 한파가 절정에 달하겠습니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 중인 이현승은 자택에서 라디오 뉴스 기상예보를 녹음해야 했는데, 그 코멘트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실제 날씨 변화에 대한 설명이지만, 듣기에 따라선 출산과 육아를 앞둔 현승의 마음 속 온도를 대변하는 듯했다. 한파를 생각나게 할 만큼 온도를 떨어뜨린 장본인은 '시어머니'였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던 현승은 시어머니의 (은근한) 간섭이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첫 번째 간섭은 '자연분만'이었다. 시어머니는 현승에게 전화를 걸어 "출산에 도움이 되는 요가 교실이 있다"며 자신과 함께 가볼 것을 권유했다. 마침 남편 윤현상은 그 날 스케줄이 있어 함께 가지 못했는데, 현승은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이었다. 시어머니와 함께 요가 수업이라니!

시어머니는 출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지만, 의중은 다른 데 있었다. 목적은 '역아'(逆兒)를 돌리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자연분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편안하다면 역아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의 현승은 시어머니의 액션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이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그때부터 현승은 자연분만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게 뻔해 보였다. 왜 타인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연분만을 강요하려 드는 걸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두 번째 간섭은 '천 기저귀'였다. 시어머니는 육아용품을 잔뜩 구입해서 왔는데, 그 중에는 천 기저귀가 포함돼 있었다. "일회용으로 안 쓰고 이런 걸로도 쓰나봐요?" 현승은 의아해서 시어머니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참으로 놀라웠다. "우리 때는 다 이렇게 엄마가 빨아서 매일 삶아서 말려서. 얇아서 금방 마르고, 널어 놓으면 가습기 역할도 하고." 이 말에 남자인 권오중과 이현우조차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시대에는 그랬다며 며느리에게도 천 기저귀를 사용하라는 시어머니라니, 정말이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스튜디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백아영과 시즈카는 "안 돼, 안 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이 많이 갈 거라는 현승에게 시어머니는 "한 사람은 아기한테 매달려 있어야 하는 거지"라고 못 박아 말한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은 누굴 의미하는 걸까? 자신의 아들을 언급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우리 와이프도 어머니한테 조곤조곤 얘기했고, 어머니도 아내한테 조심히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육아문제에서는 아내도 호랑이가 되고, 엄마도 호랑이가 되고, 육아 때문에 전쟁이 시작된 거 같은데 소름 돋았어. (전쟁의) 서막이 시작된 거 같아요." (오정태)

오정태는 자신의 경우에도 육아가 본격화되면서 집안의 갈등이 시작됐다면서 현상-현승 부부에게 "조심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실제로 현승도 출산이 임박하자 (광범위한 개념의) 육아를 두고 시부모와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육아 문제에 있어 당사자인 아내가 호랑이가 된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어째서 시어머니까지 호랑이가 돼야 하는 걸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결국 육아의 주체는 '부모'이고, 다른 가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부모'가 세운 방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가령, 고창환-시즈카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학습지 선생님을 집 안으로 불러들이는 (사촌) 시누이의 행동은 도를 넘어선 것이고, 잠들기 전 두 딸에게 씻고 오라고 말하는 백아영의 권위를 무시하는 오정태 엄마의 타박은 백해무익이다.

"모성애에 관련해서는 그런 말들이 많아요. 내 새끼 키울 때는 힘든 거 모른대. 배 아파서 낳아봐야 내 새끼가 더 귀한 줄 안대. 이런 말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모성애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오는 거거든요." (미디어평론가 김선영)

천 기저귀를 두고 벌어진 신경전 역시 불필요한 일이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옛날에 나는 이랬다'며 과거의 것을 강요하면 갈등만 불거질 뿐이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지만, 가장 좋은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며느리에게 미리 물어보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며느리의 기본 방침에 대해 알아보고, 그에 맞춰 육아용품들을 구입했다면 어땠을까? 돈과 시간을 쓰고서 욕먹는 일처럼 미련한 짓은 없다.

두둥!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에 벌어진 총성 없는 전쟁, 그 서막이 열렸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눈을 감아도 훤히 보인다. 시부모는 '모성애'를 강조하며 현승에게 육아를 전담시켜려 할 게 뻔하다. 모성애는 실제하는 감정이지만, 가부장제 사회에서 불필요하게 신화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과연 요즘 시대 며느리 현승은 이 압박들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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