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안영미에게 지난 2018년은 도전의 해였다. 라디오, 팟캐스트, 유튜브 등으로 영역을 넓혔고, 걸그룹 셀럽파이브 활동에 tvN <계룡선녀전> 터주신 조봉대 역으로 첫 정극 데뷔까지 했다.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예능인으로서는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던 그의 연이은 도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만난 안영미는 "데뷔 15년 만에 드라마 종영 인터뷰도 처음"이라면서, 지난 2018년을 "원하는 만큼 했고, 신기하고 재미있고 감사한 한 해를 보냈다"며 웃었다. 

"전 겁이 많아서 집에서 생각만 하는 타입이에요.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다 보니 제 인생에는 정말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고요. 그러다 2017년 끝자락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이제 뭐 하지?', '뭘 할 수 있지?' 생각하다 낸 결론이, 이제 생각하지 말고 움직이자는 거였어요." 

안영미는 "생각이 많고, 생각이 많아지니 겁이 많아지고, 겁이 많아지니 뭐든 해야 할 이유보다 안 해야 할 이유만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안영미를 자극한 이는 선배 개그우먼 송은이였다. 자신보다 경력도, 나이도 많고, 안주하기만 해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 없을 송은이의 도전을 지켜보며 "나는 남이 떠주는 밥을 먹을 줄이나 알지, 너무 안이하고 수동적으로 살고 있구나" 싶었다고. 

"처음 도전해보자는 결심을 했을 땐, 막연하게 '영어 공부나 해볼까?', '헬스장 다닐까?' 이런 뻔한 생각을 했어요. 그때 운이 좋게도 드라마(계룡선녀전) 제의를 받았어요. 처음엔 겁이 나서 거절했죠. 그런데 주위에서 원작 웹툰이 정말 재미있으니 한 번 읽어보라더라고요. 읽어보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 생각이 난 거죠. '아 맞다, 올해 안 해본 거 해보기로 했었지!'" 

시사라디오 DJ, 첫 정극 출연, 걸그룹 데뷔... 그 다음은?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YG엔터테인먼트

 
2017년 끝자락, '새해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자'던 안영미의 결심은 그렇게 현실이 됐고, 하나같이 좋은 성과를 이뤘다. 시사라디오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로 2018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라디오 신인상을 받았고, 셀럽파이브는 MBC 플러스와 지니뮤직이 공동 주최하는 2018 MGA 시상식에서 '올해의 발견' 상을 받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tvN <계룡선녀전>에서 보여준 첫 정극 연기가 호평받았음은 물론이다.  

"제가 겁도 많고 생각도 많은데 댓글도 엄청 봐요. 댓글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일을 많이 안 한 적도 있어요. 저도 제가 뭘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데 방송에 많이 비쳐지면 소진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그래서 제안이 들어와도 신중하고 신중하게 고민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계룡선녀전>을 하기로 하긴 했는데, 캐스팅 기사 뜨자마자 댓글에 '안영미 웃기게 하기만 해' 이런 내용이 달리는 거예요. 원작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인데 제가 하면 코믹하게 그려질 것 같다는 거죠. 절대 그러지 말라는 우려의 댓글을 보는데 큰일 났다 싶었죠. 이미 촬영에 들어갔고, 전 이미 코믹하게 연기하고 있었거든요. 

고민하다 감독님께 말씀드렸죠. 감독님은 원작에서도 조봉대가 마냥 무겁게만 그려지는 건 아니다, 또 후반부 조봉대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임팩트를 주려면 초반부는 가볍게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걱정됐지만 감독님을 믿었죠. 그리고 전 드라마 연기에 익숙하지 않고, 대사도 사극 말투라 부자연스러운데 갑자기 카리스마까지 표현하려면 너무 힘들잖아요. 원래 제 톤을 가지고 가되 진지함이 필요한 순간에 힘을 주자, 이렇게 잡아갔던 것 같아요." 


'겁쟁이' 안영미의 도전, 그리고 변화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춤추랴, 바쁜 스케줄 소화하랴,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아이돌. 여전히 열악하기만 한 드라마 제작 현장. 안영미는 2018년 한 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DJ든 배우든 가수든, 거저 되는 일도 없고 운빨로 되는 것도 없구나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동시에 "너무 어려워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안무도 열심히 연습하니 되긴 되더라. 열심히 하면 안 되는 일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의 책이 있더라고요. 근데 그런 용기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전 미움 받을까 두려워서 뭐든 새로 시작할 때 '사람들이 뭐라 하겠지?'라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서 도전 정신도 없었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무서워하고, 했던 것만 자꾸 반복하려고 했었죠.

전 누가 잡아끌고 가면 따라는 가지만 스스로 추진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유튜브도 강유미씨가 하자고 해서 시작했고, 셀럽파이브도 송은이 선배가 하자고 해서 하게 된 거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점점 작아졌고, 자존감도 낮아졌어요. 하지만 어렵게 도전한 것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여전히 수동적이긴 해요. 하지만 뭔가 시작할 때 마음의 평화가 생겼어요. '어떡하지?', '이제 아무 일도 안 들어오는 거 아니야?' 이런 불안함보다는 '잘 될 거야', '잘할 수 있어' 이런 자신감이나 기대가 생겼어요."  


송은이·이영자에게 배운 것들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안영미의 도전과 성공, 자신감의 뒤에는 지난해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도 있었다. 2018년은 한동안 남성 예능인의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물던 '여성 예능인 암흑시대'의 끝을 알리는 해이기도 했다. 여성 예능인이 주축이 된 프로그램도 연이어 등장했고, 그 배경에는 기획자로 나선 송은이의 영향도 있었다. 여기다 이영자는 여성 예능인으로는 최초로 지상파 연예대상 2관왕을 차지했다. KBS 연예대상에서는 첫 여성 대상 수상자였고,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17년 만에 나온 여성 대상 수상자였다. 

"선배님들을 보면서 무턱대고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라,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정말 많이 배웠죠. 송은이 선배는 팟캐스트라는 영역을 개척해서 많은 후배들이 팟캐스트, 유튜브로 웃음을 드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잖아요. 요즘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도 몇 안 되고 환경도 열악한데, 선배님 덕분에 후배들도 새로운 영역에서 도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이영자 선배님 같은 경우는, <안녕하세요>에서 보면 너무 진정성 있게 고민을 들어주고 소통하시잖아요. 제게 제일 부족한 부분이 그런 거였거든요. 개그우먼이니까 어떻게든 웃기고 싶어서, 이야기를 듣기보다 어느 순간에 어떻게 받아칠지만 고민한 적도 있었거든요. 어떤 자리든 웃기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영자 선배나 송은이 선배는 그런 강박이 없으세요. 어디서든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 하지, 혼자 튀려고 애쓰지 않으시거든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마음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열정. 앞에선 쑥스러워 티는 안 내지만,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배우로 변신한 개그우먼 안영미, tvN <계룡선녀전> 종영 인터뷰 제공 사진.ⓒ YG엔터테인먼트

 
2019년, 안영미는 더 단단해진 마음과 각오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안영미쇼'다. 3년 전 코미디쇼 <드립걸즈> 할 때부터 구상을 시작했지만, 이땐 그저 '뜬구름 잡는 정도'였다고. 이번엔 말만이 아닌, 무조건 실행에 옮기겠단다. 

"연말쯤으로 잡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기획을 해봐야죠. '19금 코드'도 있겠지만, 마냥 선정적인 것보다 그 안에 메시지를 담고 싶어요. 공연장에서 보는 < SNL >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셀럽파이브 활동도 열심히 해야죠. 곧 유닛 활동도 한 대요. 아직 저희는 잘 모르는데 김신영씨 머릿속에 뭐가 막 있어요. (웃음) 

요즘 이 분야, 저 분야 도전하다 보니 홍서범씨처럼 종합예술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웃음) 전 이런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경계가 없다는 거니까. 경계 없이, 선 없이, 이런저런 분야에 더 많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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