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황의조가 필리핀과의 아시안컵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 황의조 황의조가 필리핀과의 아시안컵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 대한축구협회


손흥민도 없고, 기성용도 없고, 이재성의 출전마저 불투명하다. 완전체로 싸워도 모자를 판국에 차포를 뗀 채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치러야 하는 악재가 겹쳤다. 첫 경기 필리핀전은 졸전 끝에 거둔 한 골 차의 신승이었다.

향후 남은 두 차례 조별리그 경기는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믿을 구석은 스트라이커의 존재감이다. 공격수 부재에 시달렸던 한국 축구는 최근 황의조라는 구세주가 등장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2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C조 2차전을 치른다.

'탈아시아' 황의조, 1차전 결승골로 존재감

이제 더 이상 아시아 무대는 비좁다. 최근 1년 동안 황의조의 폭발적인 득점력은 이미 탈아시아급이라는 평가다. 클럽과 대표팀에서 총 47경기 출전해 33골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시즌 J리그에서는 득점 3위에 오르며, 소속팀 감바오사카를 강등권에서 구해냈다. 또, 2018시즌 J리그 베스트 11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전에 앞서 황의조 이름 석 자를 아시아에 각인시킨 것은 지난해 8월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황의조는 이 대회서 7경기에 출전해 무려 9골을 쏟아부었다. 한국의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이끌었고, 득점왕 타이틀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김학범 감독으로부터 와일드카드로 선택을 받은 황의조는 인맥 축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눈부신 활약으로 비난을 실력으로 잠재웠고, 한국 축구의 영원한 숙제였던 공격수 부재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단연 황의조에 대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황의조는 지난 1일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본 게임에서는 달랐다. 필리핀전은 황의조의 한 방이 아니었다면 0-0 무승부라는 최악의 굴욕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경기 내내 상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하던 한국은 후반 22분 황의조의 킬러 본능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주전 대거 빠진 벤투호, 황의조 의존도 커지는 이유

필리핀전은 승리했지만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았던 경기였다. 기성용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후반 12분 만에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또, 이재성도 필리핀전에서 오른발 엄지발가락 부상을 당했다. 결국 기성용, 이재성이 이번 키르기스스탄전에 결장한다.

이미 남태희, 나상호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낙마했고 손흥민마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남은 2선 공격진은 구자철, 황희찬, 이청용, 이승우가 전부다. 이승우는 나상호의 부상으로 인해 대체 발탁된 터라 최근 갑작스럽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벤투호의 걱정은 이뿐만 아니다. 벤투 감독은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과 측면 공격 전개를 무척 강조하는데 필리핀전에서 김진수, 이용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황의조로 향하는 크로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내심 대량 득점을 기대했던 탓일까. C조 최약체로 꼽히는 필리핀전 1득점은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전체적으로 경직되고 세밀함이 결여돼 답답한 모습이었다.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때일수록 공격수의 득점력이 절실하다. 그나마 한 줄기의 빛은 황의조다. 황의조는 필리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좁은 공간에서 침착한 터치에 이은 터닝슛은 한동안 한국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공격수의 플레이였다.

황의조는 촌철살인의 골 결정력뿐만 아니라 스스로 공간을 만들고, 슈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반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과 슈팅 센스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한국은 역대 키르기스스탄과 처음으로 A매치를 치른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과 맞붙었다. 당시 손흥민의 결승골로 어렵게 1-0으로 승리한 바 있다. 이날 황의조는 득점하지 못했다. 23세 이하 연령별 대회와 A대표팀 경기의 간극은 있지만 키르기스스탄은 결코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키르기스스탄전은 승리 만이 살길이다. 조별리그 통과를 조기 확정짓고 3차전에서 여유롭게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어야만 토너먼트를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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