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어떻게 해야 돼, 이거. 방법이 생각이 안 나요. 왜냐면 장사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어. 몰라서 그랬다고 그러기도 그렇고, 손님 대하는 거 보면. 절박해 보이지가 않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피자집을 방문한 시식단의 평가는 예상대로 최악이었다. 공짜로 음식을 준다고 해도 결코 가지 않겠다는 반응이었다. 수준을 논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상태의 음식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접객'이 형편없었다. 사장님의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절박함은커녕 기본적인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았다. 

음식의 맛이 조금 아쉽거나 장사의 노하우가 부족한 거라면 백종원의 솔루션을 통해 보강하면 된다. 실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으나 홍보가 되지 않은 거라면 방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기본 취지가 아니던가. 그런데 '기본'도 갖추지 못한 상태의 사장님을 '개조'하는 건 다른 문제다.

백종원마저 '차라리 중단하는 게 낫다' 할 정도의 상황

"오해하지 마, 이 프로그램을. 안 되는 상황에 억지로 가르쳐서 열어주진 않아요. 그렇게 해선 안돼. 서로 힘든 거야. 서로 불행해. 나는 나대로 마음을 다치고, 방송 타서 순간적으로 장사 잘 되다가 확 꺼지면 그것만큼 허탈감도 없어. 그 원망감이 나한테 다 올 거야. 그러느니 차라리 중단하는 게 나을 수도 있잖아. 사장님은 포기해야 돼. 지금 진짜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결국 백종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차라리 포기하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솔루션을 해서 음식이 맛있어진다고 하더라도 사장님이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손님들이 끊길 게 뻔했다. 그건 눈속임에 불과한 일이다. 이대로 솔루션을 진행하는 건 무의미했다.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결국 피자집 사장님은 장사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며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당장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물론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생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럼에도 출연자의 '개과천선' 같은 반전에는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있다. 더군다나 최근 반응을 보면 시청자들은 더 이상 출연자 '인간 개조'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의견이 담긴 주장을 <백종원의 골목식당> 관련 기사 댓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니라 <백종원의 뒷목식당>으로 프로그램의 제목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반응도 있을 정도다.

승승장구하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그야말로 위기에 처했다. 안팎으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출연자와 제작진이 번갈아 해명에 나섰지만, 진화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시청자의 불만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은 더 올랐다. 지난 48회 방송은 10.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까지 찍으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의 공식을 재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이 당장 오른 시청률만 보고 안도해선 곤란하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신랄하다. 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중은 왜 분노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일종의 '권력'처럼 인식된 지 오래다. 왜 아니겠는가. 방송에 등장한 식당 앞에는 어김없이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장사가 잘 되니 사장님들은 당연히 돈을 끌어 모으게 된다. 그걸 유지하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절호의 기회를 부여받은 건 사실이다.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출연자 섭외가 필요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시청자들은 그저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싫으나 좋으나) 시장논리가 적용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요식업도 마찬가지다. 음식의 맛이 없거나 접객이 불손하면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린다. 간단히 말해 도태된다. 그런데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 법칙을 거스른다.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명분을 갖고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업계의 기본적인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시청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공중파 방송'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홍탁집을 시작으로 단순 솔루션의 범위를 넘어선 사례가 연달아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것이다. 다행히도 홍탁집 아들의 옆엔 눈물로 호소하는 엄마라는 '보호막'이 있었다. 하나의 감동 스토리가 만들어지자 시청자들은 '고생한 엄마를 위해서라도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자집과 고로케집의 경우에는 그런 보호막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심지어 출연자들이 변화되길 바라지도 않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43년 동안 냉면을 만들어 온 냉면집 사장님과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노력한 버거집 사장님이 솔루션의 기회를 누리는 건 다소 이해가 되지만, 피자집 사장님과 고로케집 사장님처럼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이들까지 응원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결국 지금의 상황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이 자처한 측면이 적지 않다. 프로그램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예능을 넘어 사회적 현상이 됐다는 걸 간과한 탓이다.

제작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골목 선정부터 녹록지가 않다"면서 매번 촬영 일정에 임박해서야 골목이 정해질 뿐 아니라 "촬영 시작 전에 두어 번 미팅하는 게 전부인데, 이것만으로 캐릭터를 판단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만,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제작진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고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안이한 태도가 논란의 주범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결국 출연자 섭외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철저한 검증도 뒤따라야 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무시하기 힘들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면, 그만큼의 책임도 져야 마땅하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솔루션 대상자를 고르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논란과 위기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TV에 나와 대표로 망신 당했으니 그만큼은 도와줘야 한다'며 고군분투하는 백종원이 딱하지도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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