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민단체 “체육계 성폭력 문제 뿌리 뽑자” 젊은빙상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책임자 사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체육·시민단체 “체육계 성폭력 문제 뿌리 뽑자”젊은빙상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책임자 사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4년간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 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주목된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허현미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비롯한 18개 단체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독립 및 외부 기관이 주도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를 방관, 방조해 온 기관들의 책임자들이 사퇴할 것 ▲실효성 없는 감사와 조사, 신고체계를 개혁할 것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향후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 등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토론회 개최와 국내외 사례 검토, 대책에 대한 실효성 분석, '스포츠 미투'를 응원하는 대중 캠페인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선수와 지도자간 전형적인 권력조와 절대적 복종이 문제"
 

허현미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10년 전 프로농구에서 성폭력 문제가 일어난 적 있었다. 다시 10년이 지나 국가대표 영역에서 문제가 나와 안타깝다"며 "이는 선수와 지도자간 전형적인 권력구조와 절대적 복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선수들이 훈련하고 생활해야하는 공간에서 성폭력이 일어났다. 피해자 입장에서 사실을 공개하지 못한 것은 목표가 걸려있고 향후 진로 등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허 대표는 "언론들이 피해자 인터뷰 등 자극적인 관심만 보이고 있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여성 체육인들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과 (피해사례) 공개시 2차 피해 우려 등 구조적인 문제에도 (언론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당부했다.

'(사)100인'의 여성체육인 배경희씨는 "성폭력은 어린 여성이 당한 몹쓸 짓이 아니라 엄연한 범죄다. 여성의 생존권, 노동권, 인격권, 존엄권 등을 모두 침범하는 범죄 행위다. 국가대표 선수가 당했고 국가 기관 안에서 일어났기에, 이번 사건은 반드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지난해 체조협회 컨설팅을 나간 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절대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라며 "대한체육회 내에 각 종목별 연맹은 그저 가맹단체 일 뿐 통제가 되지 않는다. 외부기관에서 통제를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만들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정부 문체부에서 스포츠 윤리센터를 제시했지만, 작년과 올해 모두 어떠한 예산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아쉬워 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스포츠와 관련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곳은 대한체육회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성폭력 사태 등과 관련해 어떠한 사과도 한 적이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피해를 이야기 못하는 이유는..."
 
체육·시민단체 “체육계 성폭력 문제 뿌리 뽑자” 젊은빙상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책임자 사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체육·시민단체 “체육계 성폭력 문제 뿌리 뽑자”젊은빙상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책임자 사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성폭행도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이 얘기를 못하는 이유는 '본인들만 피해를 입고 바뀌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인 코치들은 연맹에 남아있고 지도자 생활을 계속하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알아본 피해자들도 보복이 두려워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빙상연맹 뿐만 아니라 각 연맹별 신고센터가 유명무실하고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여 대표는 현재 심 선수 이외에 성폭력 피해를 입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선수들이 모두 어린 여자 선수들이고 현역이기 때문에 피해를 밝힌 이후에도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비가 필요하다"라며 "심석희 선수 피해가 알려지고 난 이후 많이 관심을 가져주고 계신데, 어떻게 언론에 노출시킬 것인지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과거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를 중심으로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빙상계 내부 문제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여 대표는 "한국 스포츠에서는 선생과 학생이 수직관계로 구성돼 있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친구처럼 지낸다"라며
"또 빙상연맹은 그동안 권력구조가 한 명에 의해서 좌지우지 됐다. 그 분 밑에서 계셨던 분들이 빙상계에 끼치는 권력이 엄청났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나 선수가 맞서서 싸우긴 너무나 어려운 구조였고 공론화가 되지 못했다"라고 배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2014년 소치 올림픽 전에도 대표팀 코치 중 하나가 성추행 문제로 나갔다가 결국 다시 돌아와 코치직을 하고 있다"라며 "선수를 위한 연맹이 돼야 하는데,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면 항상 징계만 했고, 연맹 임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 직을 유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도박사건 때도 선수들만 징계주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모교에 따라 징계수위가 달라지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빙상연맹 "쇼트트랙 대표팀, 당분간 비공개 훈련"

앞서 심석희 선수는 지난달 17일 조 전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할 당시 조 전 코치가 4년간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추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심 선수는 지난해 1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불과 3주여 앞두고 진천 선수촌을 이탈하면서 자신이 조 전 코치로부터 네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알렸다. 이후 조 전 코치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심 선수가 추가로 고소하면서 경찰은 현재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날 오전 "쇼트트랙 대표팀이 12일까지 태릉빙상장에서 월드컵 5~6차 대회를 준비할 예정이었지만, 보다 보안이 철저한 곳에서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날 오후부터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하기로 했다"라며 "당분간 훈련은 비공개로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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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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