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일시호일> 스틸 사진

영화 <일일시호일> 스틸 사진 ⓒ 영화사 진진

 
스무살의 노리코(쿠로키 하루)는 아직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우연히 친구에게 등 떠밀려 찾아간 다도 수업은 어렵기만 하다. 다다미 한 장을 여섯 발자국씩 종종걸음으로 걸어야 하며, 물을 담을 때는 소리내지 말아야 하며, 수건을 접을 때는 세번씩 돌려서...

"나 오늘은 다도 수업 안 갈래!"

수업에 빠질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마지 못해 찾아간 수업. 노리코는 다도의 여러 단계 중 일부가 어느새 손에 익었음을 깨닫고 다도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

"머리로 생각을 하지 말고 손에 습관을 들여야 해요." 다도 선생님인 다케타(키키 키린)는 다도의 복잡한 차례를 머리로 외우지 말고 손으로 익히라고 주문한다.

점차 다도 수업이 노리코의 삶 속 깊숙이 들어선다. 3년, 10년, 12년... 시간이 지나면서 취업에 실패할 때에도, 친구가 결혼해도,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나도 노리코는 잠시 다도 수업을 쉴지언정 그만두지 않는다.

스무살의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서른살이 지난다. 그동안 노리코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키키 키린의 마지막 인사
 
 영화 <일일시호일> 스틸 사진

영화 <일일시호일> 스틸 사진 ⓒ 영화사 진진


영화 <일일시호일>은 일본 배우 키키 키린의 마지막 작품이다. 키키 키린은 지난 2018년 9월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지병이던 암으로 우리의 곁을 떠났다.

<일일시호일>에서 노리코의 다도 선생님 다케타 역할로 나오는 키키 키린은 때로는 노리코의 선생으로서, 때로는 관객들의 선생으로서 등장한다.

키키 키린이 대사를 말할 때마다 마치 관객들의 손을 꼭 잡아주고 등을 두드려주면서 격려하는 것 같다. 할리우드 리포터가 <일일시호일>을 두고 '키키 키린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작별 인사'라고 한 이유가 수긍이 간다. 영화 속 키키 키린의 마지막 말은 마치 그의 유언 같아 울컥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일일시호일'은 한문 그대로를 풀어 쓰면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뜻이다. 다도 수업을 매일 같이 반복하는 게 일상이라지만, 다케타는 그 일상도 매일이 다르고 매일이 유일한 날이라고 말한다.

"같은 사람들이 여러 번 차를 마셔도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아요. 생에 단 한 번이다 생각하고 임해 주세요."
 
 영화 <일일시호일> 스틸 사진

영화 <일일시호일> 스틸 사진 ⓒ 영화사 진진


매일 내리는 찻물이라도 찬물인지 더운물인지에 따라서 소리가 다르고 여름인지 가을인지에 따라 빗소리도 다르다. 노리코는 다도를 반복해서 수련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그 미세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수많은 계절(절기)이 지난다.

어떤 관객에게는 처음 뭔가를 익히기 시작했을 때가 떠오를 것이고, 어떤 관객에게는 지나간(지나갈) 스무살의 봄이, 삶에서 지나친 수많은 사람들과 그럼에도 놓지 않은 자기만의 다도 수업 같은 것이 떠오를 것이다.

한 줄 평 : 키키 키린의 다정한 인사, 이런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별점 : ★★★★☆(4.5/5)

 
영화 <일일시호일> 관련 정보
감독: 오모리 타츠시
주연: 쿠로키 하루, 키키 키린, 타베 미카코
장르: 드라마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상영시간: 100분
개봉일: 2019년 1월 17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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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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