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영화 <가버나움>의 한 장면

▲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 세미콜론 스튜디오


영화 <가버나움>에는 가난한 사람의 처절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운 탓인지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내가 넉넉하지 못해, 나 하나 살기도 빡빡한 인생이다. 그간 피해오던 다양한 슬픈 이야기들 중 하나인 난민문제를 앞으로는 제대로 살펴보기로 했다. 

세계적 감독으로의 화려한 데뷔, 레바논 나딘 라바키 감독

나딘 라바키는 레바논 태생의 배우 겸 감독이다. 이번 영화 <가버나움>은 제7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전 세계 관객상 8관왕, <뉴욕타임스> 올해의 영화 탑 10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다.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은 굉장히 사실적이다. 감독은 영화에 가장 적합한 배우들을 찾기 위해 거리에서 수많은 아이를 만나 대화했고 그들 중 일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그 기간만 무려 4년이다. 이런 과정 자체가 감독이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 때문에 감독의 접근 방식을 가볍게 평가하기 어렵다.

<가버나움>을 보면 국가의 역할, 난민들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지난해 제주도 예멘 난민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됐던 만큼, 이제 한국도 난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주제가 된 것이다.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영화 초반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다.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이 자신의 부모를 고소한 뒤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영화 <가버나움>의 한 장면

▲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 세미콜론 스튜디오

  
영화는 난민 또는 비슷한 처지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출생부에 이름조차 등록되어 있지 않아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은 없다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할 어떠한 증명서도 가지고 있지 않다. 

레바논 베이루트 빈민가에 살고 있는 자인은 출생기록부조차 없이, 자기 나이가 몇 살인지도 정확하게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러다가 자신의 여동생이 동네 슈퍼마켓 주인에게 팔려가듯 결혼하게 되고, 이에 화가 난 자인은 부모님을 원망하게 되고 가출을 결심한다. 자인은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불법체류자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우)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이어 자인이 그녀의 아들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를 돌보게 되면서 그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동남아나 중남미 등을 여행하다 보면 한 번쯤 거리에서 아주 어린 아이들이 장신구를 파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또는 내일의 행복을 바라며 오늘을 살아간다. 현실이 절망적이지만 그 속에서도 계속해서 살아간다. 영화 <가버나움>은 이런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요나스와 자인의 변화다. 처음엔 자인이 주는 젖병에 입도 대지 않던 요나스는 이후 시간이 흐를 수록 자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이렇게 낯선 사람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동료 혹은 가족으로 인정하는 장면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영화 <가버나움>의 한 장면

▲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 세미콜론 스튜디오

 
자인과 요나스, 그리고 라힐의 연기는 단순한 연기로 보이지 않았다. 단언컨대 실제였다. 극영화 형식으로 감독이 연출한 영화지만, 내용 자체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극 중 자인이 요나스를 돌보는 장면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 법하다. 자인 역시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될 법한 작은 몸집의 소년이지만 요나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시기의 아기다. 

요나스의 나이가 만 1세인 점을 생각하면 총 촬영에만 6개월이 걸렸고 500시간을 촬영했다는 감독의 이야기가 이해 된다. 영화에서 그가 나오는 분량은 감독의 디렉션을 받고 연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화 속 배우들은 자신들의 삶 그대로를 고스란히 보이는 식으로 연기했다. 배우들 중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도 실제 불법 체류자였다.

주목할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가버나움>의 엔딩크레디트에는 연기를 펼친 자인, 라일, 요나스 등의 실제 근황이 담겨 있다. 자인 역의 자인 알 라피아와 요나스 역의 보루와티프 트레머 반콜만 해도 난민이었기 때문에 칸영화제 참석 일주일 전까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 역시 영화를 찍는 도중 불법체류 혐의로 당국에 체포되기도 했다.

<가버나움>은 지난 제71회 칸영화제에서 15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또한 레바논에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가버나움>은 이외에도 수많은 '최초'의 수식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이미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오는 1월 24일 개봉한다.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 세미콜론 스튜디오

   
가버나움 칸영화제 난민 불법체류자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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