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훈련 지켜보는 조재범 코치 지난 2018년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 등 쇼트트랙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었다.

▲ 선수 훈련 지켜보는 조재범 코치지난 2018년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 등 쇼트트랙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었다.ⓒ 권우성

 
이미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간 우리 선수들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었다. 지금 우리 선수들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오매불망' 금메달 생각으로 버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이러는 것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영광을 위해서다. 그럴 것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포상금도, 연금도 '금메달이냐 아니냐'에 따라 액수 차이가 난다. 올림픽 금메달은 또한 병역 면제의 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언론과 사회의 관심이 금메달에 치중되었다는 점은 선수들에게 금메달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창올림픽만 봐도 대다수 언론들의 취재는 금메달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 맞춰졌다. 방송 역시 금메달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위주로 중계 편성을 했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적은 선수는 주목받지 못했다.

언론의 올림픽 순위 집계 방식도 금메달 위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스포츠의 순수한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라며 올림픽의 국가별 순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국가별 순위를 어김없이 매긴다. 그것도 금메달 숫자 중심이다. 이 또한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금메달 지상주의는 선수촌에서부터 시작된다. 종목 최고의 선수들끼리 경쟁해 국가대표에 발탁되고 선수촌에 입촌한다. 그곳의 선수들은 외출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감금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오직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임한다. '올림픽은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쿠베르탱의 정신은 우리 선수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금메달 지상주의는 이뿐만 아니다. 선수 지도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도 여전히 성적이다. 사회문제시되고 있는 폭력과 구타 등의 온갖 야만적 방법도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금메달 지상주의 폐단이 심석희 선수의 폭력 사태를 불러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8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는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지난 9월 조재범 전 코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기간 동안 심석희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용기있는 행동 만큼이나 심석희 선수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 온다. 심석희 선수가 말했던 것처럼 다시는 이런 야만적인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다짐과 더불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금메달 지상주의에 균열을 내야 한다. 

조재범 코치는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며 "운동 그만 둘 거냐"고 협박했다고 한다. 금메달 지상주의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심석희 선수의 고통은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조재범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자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여야 국회까지 나섰다. 이들은 하나같이 재발을 방지하고 체육계 폭행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가해자에 대한 개인적 책임과 처벌 수위 강화 위주뿐이다. 체육계 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역시 수박 겉핥기식 미봉책이다. 이미 빙상계 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십수년간 반복돼 왔지만 늘 미봉책이었기에 아직도 근절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앞서 언급했듯이 체육계 폭력을 뿌리뽑을 진짜 근본 대책은 '금메달 지상주의'라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책임과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금메달 지상주의'라는 본질적 근절 대책을 외면한다면 신발 신고 발바닥 긁는 격이다.

흐리지 않는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물을 맑게 하려면 흐르게 하든지 아니면 모두 퍼내고 새로운 물로 바꾸든지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물 위에 뜨는 부유물만 걷어내서는 절대 맑은 물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체육계 폭력 근절도 낡고 오래되어 냄새나는 금메달 지상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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