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팬이)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심하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올림픽 등 선수 생활을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는 게 자기한테는 너무 큰 힘이 됐다고 고백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래서 심석희 선수가) 자기로 인해서 누가 힘을 낸다는 것을 보고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 (지난 8일, SBS '8뉴스' 보도 중) 

지난 8일 SBS '8뉴스'를 통해 단독 보도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미투(#Me Too)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심 선수는 성폭행 가해자인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를 폭행죄로 고소, 법정에서 조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을 증언한 바 있다. 이후 심 선수는 지난해 12월 17일 조 전 코치를 상습 성폭행 및 강제 추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현재, 조 전 코치는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폭력 혐의는 극구 부인 중으로 알려졌다. 

SBS '8뉴스'에 보도된 바와 같이, 조재범 전 코치를 성폭행 가해자로 세상에 알리기까지 심석희 선수의 마음 고생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도에 따르면 조 전 코치는 심 선수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폭행을 했고 심 선수가 주변에 폭행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선수 또한 자신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앞으로 선수 생활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가족에게조차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심석희 폭행' 조재범 전 코치 경찰 출석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폭행해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제명된 조재범 전 코치가 18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 '심석희 폭행' 조재범 전 코치 경찰 출석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폭행해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제명된 조재범 전 코치가 18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는 심석희 선수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성폭행, 성추행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은 엄연한 피해자이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고, 직장 혹은 조직 내 성범죄를 폭로하면 그 조직을 떠나는 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그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피해자 혹은 제보자였다. 

특히 심석희 선수가 몸담고 있는 체육계는 국제대회에서 거두는 성과만을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엘리트 스포츠 정책과 상급 학교 진학과 소속으로 선수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폐쇄적인 문화가 결합되어 내부 비리, 범죄에 대한 폭로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나마 폭력이나 파벌 문제는 종종 드러나긴 했지만, 성폭력 사건이 부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체육계 성범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심석희의 미투

지난해 조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이 화제가 되었을 때, JTBC <뉴스룸> 인터뷰에 응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코치 주민진씨는 조 전 코치 또한 체육계에 관행적으로 뿌리박힌 폭행의 피해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다른 지점은 선수 시절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주 전 코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할 당시 자신이 당한 피해를 후배들에게 되물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조 전 코치는 폭행 뿐만 아니라 상습적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고백으로 다른 피해자들도 더 용기를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심석희 선수의 미투는 그동안 체육계에서 쉬쉬하던 성범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017년 말,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과 지난해 초 서지현 검사의 고백 이후 빠르게 확산된 미투 운동은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던 남성 중심적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 및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간의 연대를 촉진시켰다.

미투 운동은 피해를 입은 몇몇 개인의 단발성 고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피해를 당했거나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바로잡고자 하는 중요한 연대행동이다.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 전 코치를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심 선수의 용감한 미투는 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간의 연대의식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여전히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이 필요함을 재확인하게 만든다. 

남은 선수 생활을 걸고 체육계 미투를 폭로한 심석희 선수가 앞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 심 선수뿐만 아니라, 용감하게 미투를 고백한 생존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살길 바라며, 미투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추호도 없어야 한다.

그리고 체육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 내린 성차별적인 구조와 문화가 변할 때까지, 미투 운동은 계속 되어야 한다. 심석희 선수의 용감한 고백에 이제 체육계 및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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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조재범 미투 여성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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