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는 각사 사장들이 직접 참여해 ‘옥수수’(OKSUSU)와 ‘푹’(POOQ)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3일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는 각사 사장들이 직접 참여해 ‘옥수수’(OKSUSU)와 ‘푹’(POOQ)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텔레콤


옥수수(OKSUSU)를 푹(POOQ) 삶으면 '한국판 넷플릭스' 될 수 있을까.

지난 3일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MBC-SBS)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존 운영 중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the-top: OTT) 옥수수와 푹을 통합하기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통합 서비스만의 콘텐츠 제작에 힘을 기울임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해외 진출까지 추진하는 장밋빛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그간 각 방송사 및 이통사는 각종 서비스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그랬던 이들이 왜 갑자기 손을 잡은 것일까?

넷플릭스의 성장... OTT 서비스 시장의 큰 손 등극

지상파 + SKT의 OTT 서비스 통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넷플릭스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아시아 시장 정식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한국에서도 이용 가능해진 넷플릭스는 유료 플랫폼, 전용 콘텐츠라는 특징으로 인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타 영상 서비스에선 볼 수 없는 영화 및 TV시리즈를 기반으로 조금씩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곧 공개 예정인 6부작 미니시리즈 <킹덤>(작가 김은희, 감독 김성훈) 등 국내 최정상 제작진이 참여한 일련의 작품들로 마니아층을 유혹하면서 어느새 넷플릭스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 <범인은 바로 너>, < YG 전자 > 등을 방영하면서 예능 프로그램 쪽에서도 조금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회당 10~2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사례처럼 이젠 tvN <미스터 선샤인> 같은 대작 못잖은 비용 투자로 질적 향상도 꾀하는 등 기존 방송사들로선 상상 이상의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 VOD 서비스만으론 역부족
 
 넷플릭스가 올해 1월 공개할 예정인 6부작 드라마 <킹덤>의 한 장면. 웬만한 기존 TV 대작 못잖게 회당 10~20억원대 이상의 거엑 제작비가 투입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가 올해 1월 공개할 예정인 6부작 드라마 <킹덤>의 한 장면. 웬만한 기존 TV 대작 못잖게 회당 10~20억원대 이상의 거엑 제작비가 투입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현재 OTT 서비스로는 이통 3사 서비스(옥수수, 올레TV, 비디오포털), 지상파 3사가 연합한 'POOQ', CJ ENM의 'TVING'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의 제공 영역은 기존 TV 방송의 실시간 생방송 및 VOD 판매에 머물고 있다.

옥수수, 올레TV 등이 전용 웹 드라마 및 예능을 제작 방영한다지만 대부분 제작비가 저렴한 아이돌 중심의 프로그램 생산에 머물고 있어 이용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옥수수, 푹 통합에 대해 일부에선 "어차피 합쳐봤자 그게 그거 아니냐"는 식으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핵심 콘텐츠는 지상파 프로그램 위주이기 때문에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는 CJ ENM(tvN, 엠넷, OCN 등), JTBC 등이 없다면 반쪽짜리 시너지 효과에 국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KBS 2TV <태양의 후예> 같은 류의 대작을 지상파 방영 대신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는다는 식의 과감한 움직임이 없다면 유료 소비자 수 확대는 여전히 쉽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 2000억대 자금 확보를 통해 전용 콘텐츠 제작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 향후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기대해 볼 만하다.

해외 시장 공략, 발빠른 기획 등 과제 뒤따라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운영중인 옥수수(OKSUSU).  기존 TV 방송의 실시간 생방송 및 VOD 서비스가 중심인 반면 독점 콘텐츠 영상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운영중인 옥수수(OKSUSU). 기존 TV 방송의 실시간 생방송 및 VOD 서비스가 중심인 반면 독점 콘텐츠 영상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가 각종 작품에 거액 투자를 기꺼이 할 수 있는 이유는 전 세계를 시장삼아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로마>, TV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를 한국 시청자들이 관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킹덤> < YG 전자 > 등도 해외 시청자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국경 없는 영상 플랫폼을 구축하며 세를 키우고 있다.

옥수수-푹 연합 역시 장기적으론 해외 진출을 표방하고 나선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내 시청자만을 목표로만 삼는다면 매출 증대 등에선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존 지상파 및 tvN 대작류의 드라마를 만들고 투자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창출하려면 결국 해외 시청자들의 흡수는 필수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선 4사 통합 법인의 출범에 따른 원할한 의사 결정 구조 마련도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업체들이 자신들만 입장만 내세울 경우,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방송과는 달리 시시각각 흐름이 급변하는 온라인 시장 여건에 맞춘 작품 기획도 요구된다. 이들 연합의 생존 여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밖에 독점 유료 콘텐츠 이용을 위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선뜻 지갑을 열 수 있는 합리적인 요금 체계 마련도 이어져야 한다.

한편 통합 옥수수-푹 연합의 출범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KT, LG유플러스, CJ, JTBC 등 타 업체들의 또 다른 합종 연횡을 유발할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일단 박성호 SK텔레콤 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신규 플랫폼의 문호는 여전히 개방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기존 방송사뿐만 아니라 기획사들의 참여를 희망하기도 했다.

일단 OTT 업계의 지각 변동은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다. 넷플릭스 vs. 국내 신규 대형 업체의 경합이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론 양질의 작품 제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은 넷플릭스 대항마로 언급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이번 통합을 계기로 2019년 이후 신흥 영상 플랫폼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장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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