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여자농구 올스타전 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핑크스타 대 블루스타 경기. 관중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 반갑다, 여자농구 올스타전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핑크스타 대 블루스타 경기. 관중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1980년대 '농구의 메카'로 불리던 장충체육관에서 열리고 3500명이 넘는 많은 관중이 찾아와 더욱 의미가 깊었던 행사였다. 프로 출범 후 중립경기장으로 쓰이며 배구팀에게 자리를 내줬던 여자농구가 장충체육관에서 올스타전 경기를 개최한 것은 2005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2015년 리모델링 후 재개관한 장충체육관에서 여는 첫 경기이기도 했다.

뜻깊은 장소에서 열린 경기였던 만큼 선수들은 치열하고도 재미 있는 경기와 이벤트로 관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블루스타의 강이슬(KEB하나은행)이 3점슛 15개를 던져 10개를 적중시키는 고감도 슛감을 선보이며 32득점 11리바운드로 MVP에 선정됐고 화려하고 유쾌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박지수(KB스타즈)는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했다.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은 WKBL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경기와 선수, 감독, 관중들이 함께 참여한 다양한 볼거리가 어우러진 즐거운 이벤트였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웃고 즐겨야 하는 올스타전 무대에서도 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선수도, 관중도, TV로 올스타전을 지켜 보던 농구팬들도 웃을 수가 없었던 순간들이었다.

'3점슛 콘테스트' 사전 인터뷰의 반 이상을 할애한 이상형 월드컵
 
3점슛 콘테스트 우승한 강이슬 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핑크스타 대 블루스타 경기. 3점슛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블루스타 강이슬이 슛을 하고 있다.

▲ 3점슛 콘테스트 우승한 강이슬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핑크스타 대 블루스타 경기. 3점슛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블루스타 강이슬이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남자 농구 올스타전에서 최고의 볼거리는 '덩크슛 콘테스트'지만 현실적으로 덩크슛 콘테스트가 어려운 여자농구에서는 '3점슛 콘테스트'가 최고의 이벤트로 꼽힌다. 올해도 치열한(?) 예선을 거쳐 강이슬, 박하나(삼성생명 블루밍스), 박혜진(우리은행 위비), 김아름(신한은행 에스버드)이 결선에 진출했다. 강이슬과 박하나, 박혜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WKBL의 스타 선수이고 김아름 역시 3점슛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보기 부끄러운 민망한 장면은 본격적으로 이벤트가 열리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연출됐다. 장내 아나운서들은 본격적으로 3점슛 콘테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의 각오를 들어보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덕담을 나누면서도 1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3점슛 콘테스트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핑크스타 대 블루스타 경기. 블루스타 박지수가 슛을 하고 있다.

▲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핑크스타 대 블루스타 경기. 블루스타 박지수가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즉흥 이벤트'라면서 뜬금 없이 진행한 '이상형 월드컵'이었다. 장내 아나운서들은 관중석을 찾은 유승민 IOC선수위원으로 하여금 3점슛 콘테스트 결승에 진출한 4명 중에서 이상형을 뽑을 것을 요청했다. 심지어 '이상형 선택'을 앞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관중들을 앞에 두고 '매력발산', '애교' 등을 보여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아마 장내 아나운서들이 평소 아이돌 가수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이에 유승민 위원은 멋쩍은 표정으로 이상형(?)을 선정하고 자신은 '특정 선수가 아닌 여자농구를 응원하는 팬'이라며 썰렁해진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애썼다. 올스타전을 찾았다가 뜬금없이 선수의 외모를 평가해야 했던 내빈도, 외모 평가의 당사자가 된 선수들도, 그 장면을 지켜 본 관중들도 난감했던 시간이었다. 중계 당시 이상형 월드컵은 3점슛 콘테스트 사전 인터뷰에서 절반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이미 선수생활을 마감한 레전드들이 현역 올스타와 어우러져 함께 경기에 나선 것도 올스타전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하지만 장내 아나운서들은 은퇴 후 많은 시간이 지난 레전드들을 두고 현역 시절과 달라진 체형 등을 지적하며 (현장에서 거의 아무도 웃지 않았던) 웃음을 유도했다. 선수들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 상황을 모면했지만 이내 씁쓸해진 표정이 중계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드리블 선보이는 강아정 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3X3이벤트 매치. 핑크스타 강아정(KB스타즈) 선수가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 드리블 선보이는 강아정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경기. 핑크스타 강아정(KB스타즈) 선수가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에도 사라지지 않은 여성 선수들의 성적 대상화

여자농구연맹은 공식홈페이지(wkbl.or.kr)에 여자농구팬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개막 후 두 달 동안 게시물이 60여 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게시판이 썩 활기차게 돌아가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가 없는 비 시즌에는 한 달 내내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조용했던 여자농구연맹의 자유게시판이 최근 올스타전이 열린 후 갑자기 30개 가까운 게시물이 폭주(?)했다. 
 
 여자농구 WKBL 자유게시판 화면.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 당시 사회자 측 발언을 지적하며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3페이지 이상 올라왔다.

여자농구 WKBL 자유게시판 화면.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 당시 사회자 측 발언을 지적하며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3페이지 이상 올라왔다.ⓒ WKBL 사이트 갈무리

 
지난 2~3일 동안 여자농구연맹 게시판에 올라온 글 대부분은 올스타전에 대한 불만, 특히 무례한 진행을 서슴지 않았던 장내 아나운서에 대한 비판이었다.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 글은 대부분 "남성 감독·관중에게 '이상형'인 여성 선수를 고르게 하였고, 올스타전 경기 내내 은퇴 선수의 체격이 크다며 조롱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항의 글에는 이에 관해 "선수의 자질과 상관 없는 여성미까지 운운했다. 무례하고 모욕적인 발언에 사과 및 처벌을 요구한다"는 부분도 있다.

사실 여성 스포츠의 성적 대상화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 여자프로농구 초창기에는 팬들의 관심을 끌어 올린다는 이유로 몸에 달라 붙는 원피스형 유니폼을 착용하게 했다. 하지만 당시 유니폼은 선정성 논란으로 선수들과 팬들의 반발을 샀고, 1년 만에 농구계에서 퇴출됐다. 이후 배드민턴이나 탁구 같은 종목에서도 여자 선수들의 치마 착용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했다가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했다. 모두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한 발상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골프 등 선수 유니폼 선택이 자유로운 종목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화려한 복장과 퍼포먼스를 통해 성적과 별개로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선수 개인이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영역이지, 단체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여자 프로농구 종목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팬들 앞에 모인 축제의 장 '올스타전'에서, 축제의 주인공을 장내 아나운서들이 성적 대상화하는 일이 벌어졌다가 팬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내용을 다시 살펴봐도 2019년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의 일이다. 지난 유니폼 사례 등도 그랬지만 이번 올스타전 진행 항의 사태는 이제 스포츠계에서 여성 선수를 보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발은 상처가 많고 못생긴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고통을 참아내고 끊임 없는 훈련에 매진한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아름답지 않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자농구 팬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해 올스타전에서 한국여자농구연맹이 선수들과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에 남긴 상처를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일이다. 
 
단체사진 찍는 올스타전 참석자들 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핑크스타 대 블루스타 경기. 경기 후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단체사진 찍는 올스타전 참석자들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핑크스타 대 블루스타 경기. 경기 후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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